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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6.04 06:09: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경북은 충북 못지 않게 많은 구곡이 있고, 여기에 도산서원·소수서원·병산서원 등 조선시대 지방 사학기관을 비롯해 종택(宗宅)과 고택(古宅) 등 유교 유적이 그 어느 지역보다 많다. 산수와 (유교)문화가 상존하는 구곡원림의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방문의 해를 맞은 올해 도내 20여곳에 이르는 구곡원림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연구사업을 추진한다.
본보는 취재진의 경북지역 답사와 경북도의 구곡 개발방안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주

‘행불유경(行不由徑)’.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말이다.
취재진은 초행길인 경북지역 구곡을 답사하면서 이 사자성어를 되새기지 못해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길을 가는데 지름길이나 뒤안길을 취하지 않고 큰길로 가라고 했던 옛 성현의 말씀을 곱씹었다면 시간 소비, 연료 낭비에 괜한 마음 고생도 하지 않았을 것을. 너른 국도를 놔두고 지름길로 간다고 지방도와 시·군도를 이용했다가 엉뚱한 길로 접어들기가 일쑤였다.
구곡 찾아가는 길이 이토록 구곡간장(九曲肝腸)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구곡의 풍광에 마음 고생은 이내 사그라진다.

▶문경 선유구곡(仙遊九曲)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선유구곡.
어언 18년만이다.
대학졸업 직후 탁본한답시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찾았던 가은.
이른 아침에 찾은 희양산 자락의 봉암사. 스님들의 선(禪)수련장인 이 사찰은 천년 고찰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문경 선유구곡은 내(內)선유구곡이다. 1963년 1월 1일 문경군 농암면 삼송리가 괴산군 청천면에 편입되면서 외(外)선유구곡은 괴산 땅이 됐다.
선유구곡 답사는 접근이 쉬운 9곡에서 1곡으로 계류를 따라 내려 갔다.
도암 이재를 모신 학천정(鶴泉亭) 앞 너른 바위에 음각 글씨로 새겨져 있는 9곡 옥석대(玉夕臺)에는 ‘선유동(仙遊洞)’이라 새긴 커다른 바위가 무심히 놓여 있다.
선유구곡은 1곡 옥하대(玉霞臺)까지 약 2㎞에 걸쳐 펼쳐져 있다. 가히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만한 비경이다. 굽이마다 바위에는 암각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1곡 옥하대는 급류에 쓸려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옥하대에 이르러 폭 좁은 물길을 건너 뛴다는 게 그만 빠지고 말았다. 햇빛에 등산화를 벗어 던진 채 그늘진 옥하대의 너럭바위에 드러누웠다. 솔솔 부는 바람이 시원해 스르르 잠을 청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성주·김천 무흘구곡(武屹九曲)
무흘구곡은 경북 성주군과 김천시에 걸쳐 있다.
지난달 27일 한낮의 무흘구곡 5곡 사인암(捨印岩). 기암절벽과 그 아래 너른 바위 앞 맑은 못엔 수영복 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물장구를 치며 때이른 무더위를 만끽했다.
무흘구곡은 1~5곡이 성주군에, 6~9곡이 김천시에 있다. 성주 쪽 무흘구곡에는 곡마다 한시를 번역해 논 안내판이 있는 반면에 김천엔 없다. 자치단체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이토록 다른가 싶다.
성주군 수륜면 신정리에는 무흘구곡 설정자 한강 정구(1543~1620)를 배향한 회연서원(檜淵書院)이 고즈넉한 풍치로 남아 있고, 봉황이 나는 듯한 형상을 지녔다는 봉비암(鳳飛岩)이 서원의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무흘구곡 1곡이다. 2곡은 한강대(寒岡臺)다. 그 뒤쪽은 한강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성주군 수륜면 수성리 갓말마을. 조선시대 전통적인 공간 구성에 20세기 초의 독특한 가옥 형태를 띤 성주 수성리 중매댁(中梅宅) 앞을 지난다. 한강대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대가천이 예전처럼 맑지 못해 아쉽다.
다소 실망감 속에 찾은 3곡 무학정(舞鶴亭), 4곡 입암(立岩), 5곡 사인암, 6곡 옥류동(玉流洞)의 맑은 물과 경관에 위안을 삼았다. 전날 답사한 7곡 만월담(滿月潭), 8곡 와룡암(臥龍岩), 9곡 용추(龍湫) 또한 절경이다. 일명 ‘배바위’라 부르는 3곡에는 정자 건립이 한창이다.
취재진은 이날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와 지학근 제천산업고 교사, 이덕주 성주 초전초등학교장 등 구곡문화답사 동호인 10여명과 잠시 합류했다.
▶영주 죽계구곡(竹溪九曲)
‘명경지수(明鏡止水)’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의 죽계구곡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죽계구곡은 최초의 사액(賜額 : 임금이 이름을 지어 편액을 내리는 것) 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 앞을 흐르는 죽계천의 상류 골짜기를 따라 소백산 국망봉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하류인 9곡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 죽계구곡.
“글쎄…….”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곡계구곡의 첫인상에 그만 실망이다. 여느 계곡과 별반 다르지 않은 데다 그동안 답사했던 구곡들에 비해 너무 평범했다. 그렇지만 이런 허무감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며 펼쳐지는 구곡의 풍광에 삭아 없어졌다.
죽계구곡은 여느 구곡보다 폭이 무척 좁다랗다. 울창한 숲 사이에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고, 그 사이로 맑은 계곡수가 바위 틈을 헤집고 흘러내리면서 일으키는 하얀 물보라는 죽계구곡의 백미다.
죽계구곡의 상류에 자리한 초암사(草庵寺) 경내에서 굽어보이는 1곡 금당반석(金堂盤石)과 2곡 청운대(靑雲臺)에 내려서서 고목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적당한 깊이의 소(沼)에 두 발을 담근 채 세상 시름 다 잊다보면 이곳이 별유천지(別有天地)다. 거기에 산사(山寺)의 풍경(風磬) 소리는 심산유곡에 감도는 적막감을 덜어 준다.
영주시청 송준태 학예연구사는 구곡 일부의 명칭이 없는 것 등과 관련, “명칭에 대한 근거자료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명칭과 관련한)일부 개인 의견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등산로를 따라 가면서는 구곡을 직접 보기가 쉽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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