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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21 14:36:47
  • 최종수정2022.07.21 14:36:47

배성범

청주시 서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조개와 고기라는 단어 사이에서 어떤 관련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바로 뇌물과 선물의 차이다. 뇌물(賂物)의 첫 글자인 賂(뇌물 뇌)는 貝(조개 패)에서 유래되었다. 먼 과거에는 조개를 화폐 수단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본인이 번 돈을 타인에게 교환의 의미로 준다는 것에서 뇌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반면, 선물(膳物)의 첫 글자인 膳(선물 선)을 잘게 쪼개보면 고기육(肉)의 부수인 月과 善(착할 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목축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이동을 할 때 가지고 있던 물건을 다 가져가지 못해, 그 중 하나인 육류 동물을 남겨진 사람들에게 대가 없이 나눠 주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처럼 뇌물과 선물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보다 뚜렷하게 전달이 된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는 이 차이의 경계선이 점차 흐릿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네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물건을 줄 때도 이것이 아낌없이 베푸는 선물이라기보다, 오히려 무언가 대가를 바라고 건네주는 뇌물에 가까운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비단 그 관계가 가깝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뇌물과 선물의 모호함은 매한가지다. 민원인이 건네주는 음료수나 간식거리도 선물보다는 뇌물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마음에 주는 것일지라도, 결국 공무원과 민원인이라는 이해관계 속에서는 어느 정도 대가를 바라는 심리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고생한다 말을 하면서, 작은 박카스 한 병을 주는 것도 좀 더 빠르고 수월한 민원 처리를 바라는 민원인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섞인 게 아니겠는가.

곧 만 1년이 되어가는 나의 공직 생활에서도 선물을 가장한 뇌물을 주려는 민원인들을 많이 보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마음만 받겠다고 하며 거절을 해오고는 있지만, 가끔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허물어져 '이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제 갓 1년이 되어가는 신규 공무원인 나조차도 이러한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하물며 우리 조직에 속한 수많은 선배 공무원들은 얼마나 많이 선물과 뇌물 사이에서 외줄을 타고 있을지 가늠이 안 가곤 한다.

불경에는 작은 욕망을 탐하다 한없는 고통을 겪는다는 법문이 수없이 나온다. 뇌물과 선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착오도 결국 작은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 청렴의 가치가 더욱이 우선시 되는 공직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사소한 욕망부터 경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민원인이 건네주는 작은 답례에도 일정 수준의 대가를 바라는 욕망이 섞여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찰나의 욕망에 속아 뇌물을 선물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뇌물과 선물의 구분선이 모호해 질 때면, 조개와 고기의 한 끗 차이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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