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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10 19:05:03
  • 최종수정2016.11.10 19:10:51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보니 어둠이 아직 깔려있다. 동이 트려면 한참 있어야 할 시간이다. 산 중턱 산사에서 새날을 맞는 염불 목탁소리가 고요한 새벽의 허공을 흔든다. 덜 깬 잠을 깨우면서 차에 올라 농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농장까지는 오 십리 길, 어린 시절 뛰놀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른 새벽에 가노라면 드문드문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이 보인다.

차가 고향 어귀를 지날 때면 부모님의 고단한 일상이 떠오른다.

어느 날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아버지는 살포 들고 논에 가시고, 어머니는 가지런히 머리 빗어 쪽 지우고, 삼베적삼에 흰 고무신 신고 텃밭에 서성이셨다. 아침 반상은 고추 넣고 된장 끓이고 푸성귀로 상을 채우셨던 그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해동하여 밭을 갈아 씨를 뿌려 싹이 틀쯤이면 파릇파릇 고개를 들고 싹이 먼저 트는 것은 틀림없는 잡풀이다. 이런 잡풀을 뽑으려 하면 엉뚱하게도 심은 작물이 뽑히기도 한다. 뽑은 작물이 아깝고 몰라봐 미안하기도 하여 속도 상한다. 잡풀을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모판의 벼 싹과 피를 구분할 줄 알면 수준급의 농부라 한다. 아무리 잡초라 해도 이 땅 산하에서 번식한 잡초는 눈에 익어 낯설지 않다. 그렇지 않고 낯 설은 새로운 품종의 잡초도 많다. 잡초뿐이랴. 온갖 잡새들이 날아와 뿌린 씨앗도 파먹고 새싹도 잘라먹는다. 작물이 자라는 과정에는 병충해에 많이 시달린다. 그때마다 방제약도 뿌려주어야 한다.

지난해는 병충해가 심하지 않아 수월하게 풍작을 맞을 수가 있었다.

씨 뿌리고 어느 날 보면 알게 모르게 하룻밤 사이에 잎도 피고 꽃피어 열매를 맺어 신이 났다.

실한 열매의 풍작을 즐기며 농부가 다 되었다 자부하며 뽐내 보기도 했다.

호사다마라 하지 않던가? 언제고 자만은 실패를 부른다.

올해는 어찌 된 일로 고추가 몸살을 한다. 수수, 토마토, 오이도 마찬가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농약사와 선배 농민을 찾아다니며 진단을 해보지마는 발생한 병은 치료가 어렵다. 노련한 농부는 씨 뿌릴 시기와 김매는 방법, 목마르면 물주고 물이 많으면 빼주어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병이 나면 고쳐주기도 한다. 어머니가 아기의 울음소리만 듣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같이 농부는 작물의 잎의 상태를 보고 병충해의 유무를 알아야 한다.

"곡식들은 주인의 발소리 듣고 자란다." 이는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듯이 모든 작물도 사랑과 부지런함으로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농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 된다 하여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며 농업을 중시하였다. 농산물은 생명의 원천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농사이고 농작물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먹을거리다.

힘이 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농사인데 농사일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드는 귀농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귀농자 대개가 도시의 생활이 싫어 탈출하는 사람들이거나 퇴직자가 대부분이다. 막상 뛰어들어보니 어렵고 힘든 것이 농사일이다. 때론 농사일에 지쳐 백기를 들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현대 농업은 철저한 관리로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여야 한다. 농부는 항상 작물과 무언의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해야 할 의무사항을 잘 해내지 못하면 진정한 농부가 아니다. 형식만 갖춘 어설픈 농부다. 무슨 일이든 어설피 해서는 안 된다. 목적과 진행 과정을 중요시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큰소리치며, "나는 진정한 농부다." 자부하는 농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어설픈 농부가 아닌 진정한 농부로 좋은 먹을거리가 많이 생산되어 풍요한 농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신문식

충북대수필창작 회원

수필작품공모 우수상

한국문인 시등단

충북은행지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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