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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유리창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3

  • 웹출고시간2016.03.17 16:30:47
  • 최종수정2016.07.07 17:13:45
정지용은 1930년대 우리 시의 모더니즘을 확립한 시인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던 고어(古語)나 방언들을 개성적이고 심미적인 시어(詩語)로 승화시킨다. 사물들을 감각적으로 지각하고 그것을 섬세한 언어와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때 감정처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그는 주관적 감정을 엄격히 배제하고 대상의 묘사에 집중한다. 즉 대상 뒤에 자신을 숨기고 대상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명징한 이미지즘의 세계를 펼친다. 이런 시작(詩作) 태도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유리창'에 잘 드러나 있다.

밤이다. 시인(화자)은 지금 방안의 창가에 기운 없이 서서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다. 차가운 유리창에 자꾸만 죽은 아이의 환영(幻影)이 어른거린다. 슬픈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입김으로 흐리자 길들은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여기서 유리창은 죽은 아이가 있는 죽음의 세계(저승)와 방안에 있는 시인의 세계(이승)를 단절시키면서 연결하는 이중매개물 역할을 한다. 유리창 안팎의 두 세계가 대비되면서 죽은 자식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슬픈 모습이 명징하게 그려진다. 밤은 아이가 속해 있는 죽음의 세계이므로 밤의 어둠이 파도처럼 밀려갔다 다시 밀려와 유리창에 부딪치는 장면은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처연하게 한다. 눈물에 젖은 시인의 눈에 죽은 아이가 보석처럼 빛을 내며 박히는 이미지 또한 슬픔을 더욱 고조시킨다.

유리창 /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이처럼 정지용은 극한의 슬픔까지도 객관적 거리를 두고 이미지화 한다. 그의 시는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감정의 응축이고 내면화다. 이미지들은 대상의 묘사를 넘어 대상의 심연으로부터 샘솟는 음악과 비애의 정서를 느끼게 하고 그것이 깊은 심적 감동으로 이어진다. 캄캄한 밤에 유리에 어른거리는 죽은 아이의 환영을 보며 시인은 가슴이 갈가리 찢어져 오열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인은 그 슬픔을 함부로 내뱉지 않고 안으로 삼켜 사물과 이미지 속에 내장시킨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죽은 아이와 만나는 행위이자 이별의 행위이므로 외로움과 황홀함을 동시에 주었을 것이다.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 산새처럼 날아서 죽음의 세계로 떠난 아이를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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