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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페르소나의 진실

  • 웹출고시간2016.02.11 14:52:40
  • 최종수정2016.02.11 14:52:40
연극이나 영화에 출연하여 연기하는 사람을 배우라고 한다. 로마시대 연극무대에서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다고 한다. 바로 이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하였다. 훌륭한 배우는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맡은 배역을 충실히 수행한다. 어느 배우가 연기를 하는 날, 자신의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며칠 전 사놓은 복권이 당첨되어 횡재를 할 수도 있다. 훌륭한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맡은 배역에만 집중할 뿐이다. 비극적인 사건에 흔들리거나 닥쳐온 행운에 취해 배역을 망치면 훌륭한 배우가 아니다.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던 고대 로마시절 배우들은 현대의 배우들보다 수월하게 연기를 했을 것 같다.

가면은 본래의 자기감정을 숨길 수가 있다. 슬픈 감정에 빠져있는 사람이, 웃고 있는 가면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를 생각해 보자. 슬픈 감정에 젖어있는 사람은 서글픈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흘리게 마련이다. 울고픈 마음이지만 웃는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에게는 측은감이나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슬프지만 서러운 감정을 숨기고 태연한 척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건 배우들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귀며 장차 결혼까지 약속했던 청춘남녀가 어느 날 여자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은 남자는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충격과 슬픔에 잠긴다. 그 다음날 청년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일터로 나간다. 직장의 상사나 동료들과 반갑게 아침인사를 하고 자신의 업무에 들어간다. 어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때로는 미소까지 짓는다.

우리는 고통과 슬픔이 있어도 자신의 삶이 마치 연극처럼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능숙한 배우처럼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도 때로는 자신의 맨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슬픈 감정을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맨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로부터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회사구조 조정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맨얼굴을 보이려했던 친구 앞에 다시 가면을 써야하는 게 현실이다. "너는 능력이 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위로하며 페르소나를 써야 했다.

바로 여기에서 인간이 겪어야 하는 비극이 있는가보다. 자신의 가면을 벗자마자, 맨얼굴이 아니라 새로운 페르소나와 마주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면을 벗겨내야 우리의 맨얼굴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맨얼굴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어차피 인생은 연극이 아니더냐' 하는 대중가요 말처럼 신은 인간에게 배역을 모두 정해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연극판에서 그 배역에 따라 우리는 거지가 될 수 있고, 왕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이란 연극무대에 부여된 배역에 지나지 않는다. 맡겨진 배역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게 참다운 삶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해야 하겠다.

얼마 전 국내 매스컴에 보도된 소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들 세대 '청춘의 심벌'이었던 명배우 부부 였다. 지금은 은퇴하여 연기는 하지 않지만 더러 TV출연도 하고있는 낯익은 여배우다. 종합편성 채널의 건강 푸로그램 녹화를 하는 과정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잠시 녹화가 중단되고 일행들도 당황하고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단다. '80세가 넘게 살았는데 암이 생길 수도 있다. 괜찮으니 다들 기운 내서 녹화를 마무리하자' 며 담담한 모습으로 주위를 살폈다는 후문이다. 노(老) 배우는 본인이 겪었을 충격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안심시키고 녹화를 끝내는 푸로정신을 발휘했다.

우리는 가면을 쓰고 맡겨진 배역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인생 행로를 가고 있다. 가면을 벗고 맨얼굴을 보이고 싶지만 가면 벗은 얼굴 앞에는 다른 페르소나가 나타난다. 신이 부여해준 배역이나 운명으로 생각하며 맡겨진 역할에 충실해야 하겠다. '어차피 인생은 연극' 이라고 했다. 삶이란 연극대본에 부여된 배역을 수행하는 인생길이다. 맡겨진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살아가는 게 아름다운 삶이겠지.

이황연 수필가 프로필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성균관 典仁

-저서: <인생과 나의 삶>, 공저 <무심천>, <강을 건너온 바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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