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도 좀 추상적이고 난해한 편이다. 그러기에 현실 너머로 미끄러져 간 비의(秘意)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그 하나가 몸 바뀜의 장애이며, 다른 하나는 현상학적 시간관의 장애이며, 마지막으로는 개성적 상징성의 장애이다.
몸 바뀜은 바위가 사람으로 사람이 바위로 자유스럽게 바뀐 현상을 뜻한다. 중심 소재인 제재는 바위인데 의인화된 바위이다. 인격이 부여된 바위이므로 사람처럼 보고 듣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바위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의물화(擬物化)된 사람이다. 사람이지만 바위 같은 사람이므로 바위처럼 근중하고 오래되고 단단하고 딱딱한 이른 바 굳센 성격의 사람이다. 주체는 하나인데 사람과 같은 감각을 지닌 바위였다가 바위와 같은 근중한 사람으로 변화하는 변신술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는 현상학적(現象學的) 시간관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현상학적 시간성은 현재의 짧은 시간 폭에 잊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담아내어 미래의 꿈을 예측하게 한다. 모더니즘적 미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 예측되는 꿈이 진정한 주제이다. '아직도'와 '지금도' 라는 현재의 시간 폭에 숲속으로 날아간 새의 길, 광막한 바다에서 밀려오는 물결소리, 팥배나무 꽃잎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던 바위가 과거의 기억 등이 모두 다 담겨 있다.
바 위 / 임승빈(1952 - )

마악 숲 속으로 날아가 자취도 없던 그 새
지금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내가 사람이었을 때 보았던
해거름 저 금빛 모래톱을 마냥 하염없던 그 바다
지금도 내 가슴 속에 철썩이는 물결로 남아 있다
옆에 서서 무심한 팥배나무 한 그루
수시로 제 꽃잎을 떨군다
그렇게 내가 정녕 바위였을 때
온몸을 일으켜 받아내던 그 꽃잎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