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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27 11:00:00
  • 최종수정2015.11.27 10:52:52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복대동에 위치한 앙금플라워 공방 '블라썸빈'을 운영 중인 이혜영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4. 청주 복대동 '블라썸빈' 이혜영 대표

청주 복대동에 위치한 앙금플라워 공방 '블라썸빈'을 운영 중인 이혜영 대표가 자신의 공방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고향은 조치원이에요. 남편을 따라 청주에 오게 된 거죠. 아이들이 자라나는 동안엔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았거든요. 그런데 결국 내 손이 덜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공허했죠. ‘나는 어디로 갔나’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뜬금없이 찰떡이 생각났어요. 친엄마가 늘 해주셨던 그 찰떡이요.”

“딸 부잣집의 둘째예요. 명절마다 여자들이 쪼르르 앉아 음식을 만드는 게 일이었죠. 친정은 종갓집이었으니까요. 추석 시즌엔 송편 공장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죠. 누군 반죽을 치대고, 누군 구멍을 내고, 누구는 소를 채우며 몇 시간을 내리 송편만 빚는 거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송편이 돌아가는 기분이랄까요. 시집을 와 가장 좋았던 건 명절 격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는 거예요.(웃음) 시어머님이 격식을 많이 없애주셨거든요. 송편을 빚은 건 결혼하고 3년 정도 뿐이었죠. 그래도 여전히 송편은 싫어요.(웃음)”

청주 복대동에 위치한 앙금플라워 공방 '블라썸빈'을 운영 중인 이혜영 대표가 자신의 공방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떡집을 차렸어요. 일도 재밌고, 손님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육체적으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방앗간처럼 쌀을 나르며 떡을 찌다보니 어깨를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오게 된 거죠. 눈물을 머금고 일을 그만 뒀어요. 몇 년간 요양을 했고요. 그러다 떡에 대한 욕심이 다시 꿈틀대더라고요. 머리에 전구가 번쩍 하고 켜졌어요. 맞춤형 방식의 작고 예쁜 떡이 떠오른 거죠. 디자인을 공부한 제 전공도 활용할 수 있는.”

“꽃 종류가 너무 다양해졌어요. 떡케익을 만드는 저희 입장에선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풍부해진 셈이죠. 플라워 잡지를 보거나 꽃꽂이를 할 때도 모두 영감이 돼요. 다양한 꽃 디자인에 호박이나 녹차, 비트 등으로 색감을 입히는 거죠. 여자라면 꽃을 다 좋아하잖아요. 그래서인지 꽃모양의 떡케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해져요. 제게 꽃다발 선물을 중단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도 사라졌고.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앙금 꽃은 신나게 먹어주는 게 고맙기도 하고.”

“동생이 공방 일을 도와줘요. 중학교 때부터 내 옷을 몰래 입고나가는 얄미운 동생이었지만. (웃음) 특히 이 공방을 하면서 몰랐던 동생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요. 꽃꽂이를 즐겨하는 동생의 감이 굉장히 좋거든요. 정보검색능력도 탁월해 어떤 정보를 원하면 열배가 넘는 결과물을 가져오는 아이죠. 동생이지만 너무 든든해요. 나보다도 내 자신을 빠꼼히 알고 있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청주 복대동에 위치한 앙금플라워 공방 '블라썸빈'을 운영 중인 이혜영 대표가 자신의 공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앙금플라워는 떡을 예쁘게 꾸미는 거죠. 하지만 본질은 떡에 있어요. 떡이 맛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요.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떡의 맛은 쌀의 선택이 중요해요. 떡의 용도로 보통 저렴한 쌀을 구입하게 되는데, 그것부터 틀렸어요. 몇 천원 차이라도 좋은 쌀을 사용하면 확실히 떡의 맛이 달라지거든요.”

“가족들이 전부 술을 못하지만 술떡만큼은 좋아해요. 떡을 쪄내면 알콜향은 사라지지만 묘한 감칠맛이 남거든요. 유통기한도 조금 길어지고요. 남들이 술 먹을 일이 있다면, 저희 가족은 대신 술떡을 나누곤 하죠 (웃음).”

“떡 수업을 배운지 얼마도 되지 않아 많은 주문을 받아오신 분이 계셨어요.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하소연 하시더니 뚝딱 주문받은 양을 만들어내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본인은 손재주가 없다고 하셨는데 떡 만드는 소질은 탁월했으니까요. 결국 떡 수업이 끝날 때 쯤 수업료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유유히 사라지셨어요. (웃음) 기특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던데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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