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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26 10:30:05
  • 최종수정2015.12.26 11:28:15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분식점 '꽃돌매점'을 운영 중인 남성원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87. 청주 사창동 '꽃돌매점' 남성원 대표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분식점 '꽃돌매점'을 운영 중인 남성원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시댁이 부산이에요. 그곳에 사는 조카사위가 핫바 장사를 했는데 한 달에 천만원씩 번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막무가내로 핫바 기술을 배우러 부산에 내려갔어요. 여자가 하긴 힘들다고 말렸지만 기어이 방을 잡고 기술을 배워왔죠. 난 천만원까진 필요 없고 백만원만 벌겠다면서요.(웃음)”

“딸만 셋인 집안의 막내예요. 셋째 딸인데도 제일 예쁘지 않다는 게 함정이죠.(웃음) 둘째언니는 ‘영동 감아가씨’ 타이틀을 따낼 정도로 미인이에요. 셋째 딸이 지녀야할 유전자를 언니가 가져가 버린 것 같아요. (웃음)”

“아빠는 언제나 자상했어요. 식사 때면 저희를 쪼르르 앉혀두고는 생선가시를 발라 일일이 먹여주실 정도로요. 엄마는 그런 아빠를 보며 늘 못마땅해 하셨어요. 나중에 딸들이 시집 가서도 생선을 못 발라먹으면 어쩌냐는 거였죠. 그때마다 아빠는 ‘내 딸들은 가시 발라주는 놈들에게 시집을 보낼 거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현실이 됐어요. 형부들과 저희 남편이 딴 건 몰라도 생선 가시 하나는 끝내주게 잘 발라주거든요.(웃음)”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분식점 '꽃돌매점'을 운영 중인 남성원 대표가 자신의 가게 입구에 붙여둔 손님들의 쿠폰을 가리키고 있다.

ⓒ 김지훈기자
“손님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게 중요해요. 그런 의미로 쿠폰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맛있게 드시고 나가는 손님들의 얼굴을 보고 벽에 걸려있는 쿠폰 중에 그의 이름을 찾아 도장을 찍어주는 거죠. 가벼운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요. 사실 요리할 때보다 그 순간이 재미있기도 해요.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잖아요?”

“결혼 후 9년 동안 아이가 없었어요. 하지만 스트레스는 없었답니다. 제가 걱정 없는 스타일이거든요. 덕분에 남편과 기나긴 신혼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죠. (웃음) 사실 우리 아이는 때가 되면 올 꺼란 확신이 있었어요. 결국 쌍둥이로 와주었고요. (한숨) 성별도 다른 이란성 쌍둥이라 쌍둥이의 장점도 없어요. 근데 참 신기해요. 같은 뱃속으로 낳았어도 남편은 딸을, 전 아들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주위를 보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더라고요. 사실 우리 부부는 자길 더 닮은 아이를 예뻐하는 거 같아요.(웃음)”

“처음엔 간단히 핫바와 라면 정도를 팔았어요. 그런데 단골들이 밥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밥집 아줌마가 되는 건 너무 싫었는데 하나씩 해주다 보니 메뉴가 벽에 가득 찰 정도가 됐죠. 실은 손님의 요청으로 가게에서 처음 해 본 요리가 많아요. 그런데 그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제가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남편도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정말 기묘한 일이라면서 가게에 와 밥 먹는 걸 좋아할 정도죠.”

청주 사창동에 위치한 분식점 '꽃돌매점'을 운영 중인 남성원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가끔 손님들이 ‘꽃돌이는 어딨냐’고 묻곤 해요. 특별한 의미를 두고 만든 이름은 아니예요. 그저 꽃이라는 글자가 참 예쁘잖아요. 글자 자체가 꽃 같다고 할까? 예쁜 글씨라서 꽃돌 매점이라고 지은거예요. 꽃순이는 너무 촌스러운 것 같고.”

“신랑은 부산 남자에요. 연애 때만 해도 경상도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싹싹했던 남자였죠. 늘 의문이었어요. 경상도 남자가 무뚝뚝하다는 얘기들이요. 하지만 결혼하고 그 의문이 풀렸어요. 이 남자가 갑자기 사람들이 말하는 경상도 남자로 변신했거든요. 뭘 물어도 대답 한번을 듣기가 힘들 지경이에요. 그래도 다행이요. 대답이 없다는 건 곧 긍정의 의미란 걸 알아채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거든요.”

“이 골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거리로 바뀌었어요.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크고 작은 가게를 만들면서 이 곳만의 특색이 생겼죠. 동네 어르신들도 예쁜 가게들이 많이 생겨 참 좋다는 말씀을 자주하세요. 저도 이 가게 자리가 너무 좋아요. 그리 번잡하지도 소외되지도 않은 적당한 골목이거든요. 도시면서도 뭔가 시골스러운... 정겨운 청주의 이미지처럼요. 행여 이 가겔 그만두게 되더라도 꼭 이 자리에서 다른 뭔가를 하고 싶어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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