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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03 13:32:33
  • 최종수정2015.12.03 13:32:32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복싱 전문 체육관 '골든보이복싱짐'을 운영 중인 지철윤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6. 청주 용담동 '골든보이복싱짐' 지철윤 대표

청주 용담동에 위치한 복싱전문체육관 '골든보이복싱짐'을 운영 중인 지철윤 대표가 자신의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남자답게 사는 게 인생 모토였어요. 고등학교 때 복싱을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고요. 게다가 복싱은 낭만이 있는 운동이니까요.”

“챔피언이 되겠다고 꿈꿨던 적은 없어요. 대학도 경영학을 전공했으니까요.(웃음) 그냥 꾸준히 체육관에 다니다 신인왕이 됐고요. 당시엔 멋진 경기를 한 거 같아 복서로서의 꿈도 키워봤지만 그 이후로는 이상하게 경기가 안 풀렸어요. 차려주는 밥상(?)도 못 먹은 시합들이 이어졌죠.”

“권투라고 하면 헝그리 정신이 떠오르잖아요. 그만큼 어려운 종목이에요. 육상으로 치자면 단거리도 장거리도 잘 뛰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십 대 까진 복싱을 하는 게 좋았어요. 운동하고 집에 오는 길에 쇼윈도에 비친 땀에 젖은 제 모습이 멋졌거든요. 자아도취가 운동의 원동력이었죠. 그러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 제 모습이 더 이상 멋있지가 않더라고요. 딱히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제 모습이 실망스러웠어요.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일에 대해 떠올리게 된거예요.”

청주 용담동에 위치한 복싱전문체육관 '골든보이복싱짐'을 운영 중인 지철윤 대표가 자신의 체육관 링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런 성품은 링 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죠. 맞대면 때 상대 눈을 노려보기보단 하늘을 쳐다봤으니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 회원들에게 운동을 제대로 설명해드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주부 회원님들은 그런 면이 귀엽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마흔 명이 넘는 회원들을 단체로 운동시킬 때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단체 운동을 시키고 있을 땐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 까짓 게 뭐라고 저들에게 명령을 하지, 내가 그런 자격이 있나?’. 그러곤 곧 숙연해져요.”

“체육관 이름 ‘골든보이’는 오스카 델라 호야의 별칭이에요. 제 우상이죠. 키도 저랑 똑같은데다 눈빛이 정말 맘에 들었거든요. 얼굴도 잘생겼지만, 몸은 정말 다비드 상이 따로 없을 정도고요. 사실 저도 제 몸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국내 복싱선수 중에서는 제 몸이 가장 예쁘거든요. 이런 근육은 타고나야 하는 거예요. (웃음)”

청주 용담동에 위치한 복싱전문체육관 '골든보이복싱짐'을 운영 중인 지철윤 대표가 자신의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운동만큼은 정말 깨끗한 환경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체육관에서는 아이들이 많아서 공기청정기까지 돌리곤 했었죠. 지금도 저희 체육관은 식당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해요. 그렇다고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깔끔한 환경을 회원들에게 제공해주고 싶을 뿐이니까요.”

“시합 중에는 아무리 맞아도 아프지가 않아요. 그런데 경기에서 지고 링에서 내려오면 그날은 죽도록 아파요. 이긴 날은 또 신기하게 안 아프고. 사람 정신력이라는 게 참 놀라워요.”

“예전엔 축구보다 권투가 더 인기 있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못한 프로 복싱 시장이 많이 아쉽죠. 좋은 선수가 나타나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요. 시합 자체도 많지가 않고. 그래서 복싱선수 대부분 투잡을 하고 있어요. 슬픈 일이죠. 그런 상황에 이시영 씨가 참 고마워요. 그 한 사람으로 노출된 복싱 기사량이 올림픽 금메달의 두 배 효과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니가 환갑이 되시던 해 저와 함께 호주에 다녀왔어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 전까지만 해도 벌이가 마땅치 않은 걱정스러운 아들이었으니까요. 물론 형과 누나도 지원해줬지만 바빠서 저만 어머니와 오붓한 여행을 할 수 있었죠. 제가 제일 효자가 된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어요.”

“복싱은 이변이 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결국 준비가 잘 된 강한 사람이 승리할 수밖에 없거든요. 정직한 운동이죠. 도구와 발을 사용하지 않고 팔만 사용한다는 점도 뭔가 신사적인 느낌이고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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