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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4.16 10:30:00
  • 최종수정2016.09.22 11:20:28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에서는 청주시 주성동에 위치한 정육점 '재희네축산'을 운영 중인 변재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122. 청주 주성동 '재희네축산' 변재훈 대표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정육점 '재희네축산'을 운영 중인 변재훈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주문받은 이유식용 고기를 썰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스물여섯에 육가공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평소 고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도 공장 일이 좋았어요. 작업장에 가득 찬 생고기 냄새가 고소했거든요. 신기했어요. 발골 작업도 막상 해보니 징그럽지 않더라고요. 뼈를 발라내고 고기를 잘라내는 일들이 오히려 섬세한 작업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 땐 참 즐거운 마음으로 일 했어요.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장에서 지냈어요. 하지만 대화할 상대 없이 일만 한다는 게 좀 슬펐어요. 그래서 육가공을 그만두고 판매 일을 하기로 결심했죠. 진짜 공장 밖 세상은 감격스러웠어요. 손님들과의 사소한 대화에서 조차 행복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어릴 적 심부름 중 가장 하기 싫었던 게 정육점에서 고기 사오는 일이었어요. 빨간 조명에 고깃덩어리가 매달려 있는 게 참 으스스했거든요. 게다가 주인아저씨 표정은 정말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죠. 심부를 대가로 쥐어지던 100원이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정육점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을씨년스런 기억들이 정육점에 대한 이미지였죠.”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정육점 '재희네축산'을 운영 중인 변재훈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내 가게에 대한 구상을 계속 했어요. 큰 그림은 세 번 정도 바뀐 거 같아요. 여느 동네 정육점 컨셉에서 정육점 답지 않은 정육점으로 결정된 거죠. 그래서 인테리어 업자랑 사전 미팅 때 가장 눈여겨 봤던 건 다름 아닌 업체 대표 스타일이었어요. 자유분방하면서도 예술가 느낌이 나는 분이라야 제가 추구하는 바를 공감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탄생된 곳이 이곳이에요. 가까이 와야 비로소 정육점인 줄 아시는 분이 태반이지만. (웃음)”

“공기놀이, 소꿉장난, 고무줄 같은 여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모두 섭렵했어요. 형제들 중 여자들이 많았거든요. 누나를 무조건 언니로 불렀죠. 사춘기 때 즈음, 그런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인식했어요. 형을 형으로, 누나를 누나로 부르기 시작했죠.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 몰라요. 게다가 하루아침 호칭이 바뀐 그들은 저보다 훨씬 낯설어 했죠. (웃음)”

“첫 손님은 이유식에 필요한 고기를 사신 분이었어요. 정성을 다해서 다져 드렸죠. 며칠 뒤 다른 분이 이유식 고기를 또 주문하시더라고요. 사연을 들어보니 친구가 이유식 만드는 걸 옆에서 지켜보다 곱게 다져진 고기를 보고 감동해 찾아왔다는 거였죠.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 싶은. 그 후로 이유식 손님들이 크게 늘었어요. 제 솜씨 탓인지 주변 아파트에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를 일이지만요. (웃음)”

/김지훈·김희란기자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정육점 '재희네축산'을 운영 중인 변재훈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지훈기자
이 기획물은 청주지역 소상공인들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금·토요일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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