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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04 10:55:10
  • 최종수정2015.12.04 13:48:27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7. 청주 내수읍 '반찬마루' 최영호 대표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 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대학 시절 자취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늘 집 반찬을 나눠주곤 했죠. 친엄마가 손이 크셨거든요. 졸업 후 친구들을 다시 만났는데, 대학 때처럼 우리 집 반찬을 얻고 싶어 하더라고요. 맛도 맛이지만, 일과 가정을 함께 하다 보니 요리는커녕 반찬 살 시간조차 없다는 거였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지은 밥이라는 푸념과 함께요. 그게 계기였어요. 친엄마 솜씨를 믿었던 구석도 있었지만."

"엄마는 집에서 살림만 할 때가 가장 좋았어요. 하지만 늘 일을 하셔야 했죠.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아빠 영향 때문에. (웃음) 집에선 늘 단아하세요. 하지만 일을 할 땐 몸뻬에 모자를 푹 눌러 쓰시죠. 일이 끝나는 새벽 사우나 가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들을 때면 맘이 참 안쓰러워요. 워낙 애교 없는 딸이라 어깨 한 번 주물러 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알 거로 생각해요. 가족이니까요."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 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아빠 스케일은 블록버스터급이에요. 자수성가하셔서 그런지 욕심도 많으시고, 아이템도 무궁무진하시죠. 매점부터 식당까지 여태껏 얼마나 많은 일을 벌이셨는지 몰라요.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난감해요. 계속 바뀌니까. (웃음) 요즘에도 아빠랑은 참 많이 싸워요. 하지만 난 알고 있죠. 내가 뭔가를 했을 때 아빠가 침묵하면 그건 굉장한 칭찬이라는 걸."

"아이들이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도 저희 반찬을 이용하시더라고요. 그것도 3년 단골. 그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선생님이 보낸 포토문자로 알게 됐어요.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직접 인사하는 사진을 보내주신 거예요. '반찬 잘 먹고 있습니다'라는 텍스트와 함께요. 꽤 감동적이었어요. 여태 선생님은 환자 보호자인 제가 반찬가게 주인이라는 걸 모르고 계세요. '제가 그 반찬가게 주인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웃음) 대신 맘으로만 그 병원을 평생 이용하리라 다짐했죠. 그런데 인생이란 참 공교로워요. 아이들이 더는 아프질 않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병원이 집에서 너무 먼 거 같기도 하고. (웃음)"

"반찬으로 오삼불고기가 나가자 바로 클레임 전화가 오더라고요. '불고긴데 왜 돼지고기가 들어갔느냐'면서요. 오징어와 삼겹살이 들어간 메뉴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어요. 그런데 그 사실을 왜 미리 설명해주지 않느냐며 화를 거두지 않더라고요. 황당했지만 이미 시중의 흔한 메뉴라고 재차 곱게 말씀드렸죠. 대신 굳이 죄송할 일까진 아닌 것 같아 사과 드리진 않았어요."

"가게 오픈 이후 첫 여름, 노심초사했어요. 배달 도중 행여 반찬이 상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무작정 배달차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놨어요. 삼복더위에도 긴 소매를 입고 장갑을 끼지 않으면 운전할 수 없을 지경이었죠. 그런데 효과가 없더라고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게 바로 보냉 가방이에요. 완벽하게 배달할 수 있는 보관법을 찾아낸 거죠. 디자인 전공을 살려 비쥬얼에 남다른 공을 들였어요. 누구라도 갖고 싶을 만큼요. 그래서인지 문 앞에 걸린 저희 보냉 가방을 보고 고객이 된 분들이 많아요. 보관법도 찾고, 가게 PR도 되고. 이 정도면 성공적이지 않나요?"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 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남편이 출장 갈 때 참 행복해요. (웃음) 신랑이 재택근무를 하거든요. 물론 존경하고, 사랑하고, 아끼죠. 그렇지만 아주 가끔은 떨어져 있는 것도 좋잖아요."

"맛있는 반찬. 답은 없는 거 같아요. 입맛이란 게 주관적이니까요. 사실 저희 반찬이 맛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고 말할 순 없어요. 대신 가정에 최대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거죠. 한 끼를 위해 신경 쓰는 수고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 그렇게 아낀 고객들의 기회비용이 각자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처음엔 고객이라곤 아는 사람 포함해 딱 세 명이었어요. 그러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늘어나게 됐죠. 그땐 제 운전이 서툴러 배달 가는 길이 어찌나 길게만 붓껴지던지… 그러다 고객이 불어나더라고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요. 덜컥 겁이 났어요. 오붓하게 가족끼리 했던 사업이 직원을 써야 하는 규모가 됐으니까요. 그래도 사람의 능력이란 게 그 끝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막상 닥치니까 그게 또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쑥스럽지만, 재가노인복지센터에 3년째 반찬을 제공하고 있어요. 어린이센터나 학교에도 지원하고 있는데 반찬을 받고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힘이 나거든요. 한번은 홀몸노인 댁을 찾아갔었어요. 혼자 지내시는 줄 알았던 그 집엔 젊디젊은 손주들이 있더라고요. 사람이 들어와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이었죠. 그들을 외면한 채 할머니께 반찬을 건넸더니, 할머닌 그 손자들에게 밥상을 차려주시더라고요. 손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밥상을 받아 먹곤 제자리로 돌아가 작정한 듯 또다시 눕더라고요. 속상했어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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