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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19 11:00:00
  • 최종수정2015.12.15 18:01:46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내덕동에 위치한 로스팅전문점 '차케바라커피혁명'을 운영 중인 안정근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84. 청주 내덕동 '차케바라커피혁명' 안정근 대표

청주 내덕동에 위치한 로스팅 전문점 '차케바라커피숍'을 운영 중인 안정근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체게바라의 ‘현실적인 사람이 되자, 하지만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라는 말을 좋아해요. 저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예요. 제 생각과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그의 이름에 언어유희를 더했어요. 세상 모든 커피가 착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차케바라’라는 이름을 쓴 거죠. 프렌차이즈 커피숍에 대한 공격성도 조금은 깔려 있고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겨났어요. 유명인 이름을 바꿔서 가게 이름으로 정해놓으니 간판에 오타가 났다며 지적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웃음) 그런 분들이 손님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아버지가 30년 넘게 우유 대리점을 운영하고 계세요. 학창시절엔 늘 아버지 일을 도왔어요. 매일 새벽 5시에 나가서 일을 돕고 학교에 갔어요. 하지만 어머닌 제가 아버지 일을 돕는 걸 늘 못마땅해 하셨어요. 아버지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셨으니 제가 똑같이 고생하는 게 싫으셨던 거죠. 그래도 계속 도왔어요. 어머니 걱정 때문에 혼자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외면할 순 없는 거니까요.”

청주 내덕동에 위치한 로스팅 전문점 '차케바라커피숍'을 운영 중인 안정근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있다.

ⓒ 김지훈기자
“졸업 후에도 우유 대리점 일을 도우며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하지만 외롭더라고요. 갑과 을의 입장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거래처를 상대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이게 정말 내 자신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런 공허함들을 채워 준게 바로 커피였어요. 누군가 곁에 없어도 커피 한 잔을 두고 카페에 앉아 있으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 커피를 매개로 진짜 사람들과 진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죠.”

“아버지가 하고 계시는 우유 사업은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때문에 떨어지는 매출분을 커피 사업으로 감당해내고 싶었죠. 자신도 있었고요. 하지만 막상 가게를 열고나니 상황은 반대였어요. 되려 우유 사업이 커피 가게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죠. 손님이 없어 볶아 놓은 원두를 버리는 일이 허다해지자 우유 일을 위해 새벽에 눈 뜨는 게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커피 가게를 할 수 있는 버팀목이 결국 우유일이란 걸 알게 된 거죠.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눈이 떠져요. 전엔 우유 일을 위해 새벽에 눈을 뜨는 게 그렇게도 힘들었었는데. 감사해요. 아버지가 30년 넘게 해오신 우유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게요.”

“덥썩 원두 한 알 씹어보시고는 ‘너무 세게 볶았네’ ‘약하네’ 이런 한마디를 던지고는 그냥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처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땐 정체성이 흔들렸어요. 하지만 그런 분들 때문에 방법을 바꾼다면 제 커피가 좋아서 찾아오신 손님들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맛이란 건 주관적인 거잖아요. 제 입에 맛있고, 제 손님들의 입에 맛있는 게 정말 맛있는 커피라고 결론을 내리게 됐죠.”
“사실 로스팅만 하고 원두만 판매하려고 했어요. 첫 번째 고객이신 동네 아주머니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요. 첫 날 원두를 구입하고 다음날 다시 가게를 찾은 그분은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왜 여기서는 먹을 수 없느냐’며 텅 빈 가게에 테이블이랑 의자를 마련하라고 강하게 권유하셨어요. 설령 손님이 없더라도 나 혼자 와서 커피를 꼭 이곳에서 마시고 싶다면서요. 바로 다음날 소박한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하고 핸드드립 도구를 마련했어요. 소중한 첫 번째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많은 분들이 지나가다 커피향을 맡고 이곳에 들어오시더라고요. 첫 번째 고객의 의견이 현명한 컨설팅이 된거죠.”

“동네에 가게가 있어 그런지 고객의 대부분은 아주머니들이세요. 대화의 시작은 참 다양해요. 하지만 대화의 마무리는 대게 자식 자랑으로 이어지죠. 그럴 땐 그저 성심성의껏 맞장구 쳐 드리고 다음에 아드님 혹은 따님과 함께 오시라고 하면 돼요. 제가 예비 아빠가 돼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거든요. 아내가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만 찍어와도 SNS에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미칠 듯이 솟구쳐요. 전엔 그런 팔불출 친구들을 이해 못했기 때문에 참고 참다가 친한 친구들과의 단체 톡방에 도배를 하곤 하죠. 부모는 자식이 생기는 순간부터 모든 걸 자랑하고 싶어지는 존잰가봐요.”

“고등학교 때 태권도를 했어요. 당시엔 당연히 태권도 선수가 되는 게 유일한 꿈이었고요. 그런데 대학 입시를 앞두고 부상을 당했어요. 난생 처음 절망이란 걸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절 잡아준 건 담임 선생님이셨어요. 제게 출석부 배달을 맡겼으니까요. 덕분에 하루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교무실을 드나들었어요. 선생님들 눈에 자주 보이다 보니 관심들도 이어졌죠. 그때 깨달았어요. 출석부 배달이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라 나에 대한 배려란 걸요. 계속되는 격려에 난생 처음 공부라는 걸 시작했어요. 성적 상승과 선생님들의 칭찬 릴레이가 선순환 됐죠. 결국 생각지도 않던 대학 입시에 성공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면 그 선생님이 제 인생의 은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맘뿐이에요. ‘더 성공하면...’이라는 핑계 때문인지 차마 학교로 발길이 향하진 않더라고요. 대신 스승의 날이면 꼭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선생님 성함을 쳐보곤 해요. 혹시나 무슨 소식이라도 뜨진 않았나 해서요.(웃음)”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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