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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17 11:00:00
  • 최종수정2015.12.18 11:41:28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비하동에 위치한 만두 배달 전문점 '옥이수제만두'를 운영 중인 김명옥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82. 청주 비하동 '옥이수제만두' 김명옥 대표

청주 비하동에 위치한 만두배달 전문점 '옥이수제만두'를 운영 중인 김명옥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식구들이 원래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어요. 심심하면 해먹었던 게 만두였죠. 정성이 들어가면서도 간단한 음식이잖아요. 활용도도 뛰어나요. 쪄 먹고, 구워 먹고, 끓여 먹고, 어디에 넣어먹고. (웃음)”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을 보낼 때가 되고서야 제 시간이 나더라고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을 동안만 만두를 빚어 팔아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다짜고짜 품평회를 벌였어요. 엄마가 빚은 만두와 제가 빚은 만두를 놓고 경합을 벌인 거죠. 압도적으로 제가 승리했어요. 제 만두의 베이스는 엄마 만두에서 시작됐지만, 젊은 감각으로 업그레이드 됐으니까요.”

“만두는 제가 만들지만 8할은 시골에 계신 친엄마가 만드는 거라고 봐야죠. 만두소에 들어가는 배추와 고추를 농사짓고, 김치를 담가 숙성시키고 다지는 것까지 엄마가 하시거든요. 식혜도 직접 만드시고요. 매번 주문이 늘 때마다 엄마 입에서 ‘아이고’ 하는 곡소리가 나요. 입으론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시지만 엄마의 눈빛은 저를 기특해하고 뿌듯해하는 게 아이러니죠. (웃음)”

청주 비하동에 위치한 만두배달 전문점 '옥이수제만두'를 운영 중인 김명옥대표가 자신의 주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결혼 전엔 인테리어 일을 했어요. 외향적인 제 성격과 잘 맞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접게 된 거죠. 지금도 길을 걷다 공사현장을 보면 나도 몰래 눈길이 가요. 들어가서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요. 하지만 만두 가겔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뭔가를 새롭게 만들 듯 완성도를 높이면서 만두를 빚으면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해소되니까요.”

“동생과 함께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군것질이 너무 하고 싶어서 차비로 껌을 사먹은 적이 있어요. 집이 못사는 편도 아니었는데도 부모님은 용돈으로 늘 버스비만 쥐어주셨거든요. 늘 군것질에 목말랐죠. 1시간 넘게 걸으면서 씹던 껌이 왜 그리도 달콤하던지. 하지만 집 앞에서는 껌을 뱉어야 했죠. 군것질을 향한 자매의 일탈을 부모님께 들킬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동생은 안 뱉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동생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어요. 그리곤 껌을 꺼냈죠. 전 그렇게 과감했어요.”

“입소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돈 받고 블로그에 올려주는 거짓 리뷰가 너무 많아졌잖아요. 웬만한 사람들도 돈 받고 올린 글들은 척 보면 알 수 있어요. 게다가 가짜 정보는 한번 겪어보면 바로 들통 나게 마련이고요. 특히 지역사회는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자신의 지인이 맛있다고 하는 건 정말이니까요. 손님이 없을 때 운영하는 SNS 덕도 많이 봤지만, 직접 드셔 본 손님들의 한마디가 가장 큰 광고죠.”

“가게를 열면서 드는 걱정은 딱 한 가지였어요. ‘외국인 손님이 오면 어쩌나’하는 것이었죠. 다행히 요즘 외국인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해서 괜한 걱정을 했나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가게 밖에 파란 눈의 외국인을 목격했어요. 제발 그녀의 발걸음이 우리 가게가 아니길 빌고 또 빌었죠. 하지만 그녀는 성큼성큼 가게 쪽을 향해 걷고 있었어요. 결국 가게 문이 열렸죠. 식은땀을 흘리며 ‘암 쏘리’라는 말을 맘 속으로 얼마나 되뇌였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녀는 친절하게도 한국말로 제게 직접 만든 악세사리를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가 안 나왔다는 점에서는 안도가 됐어요. 하지만, 그녀가 손님이 아닌 잡상인이었다는 사실에 김이 확 샜죠.(웃음)”

청주 비하동에 위치한 만두배달 전문점 '옥이수제만두'를 운영 중인 김명옥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수능시험 당일 어떤 선생님이 학교로 만두를 주문하셨어요. 시험 끝나기 전까지 배달을 요청하셔서 별 생각 없이 퀵 기사님께 만두를 보냈죠.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어요. 한창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있으니까 학교에 오토바이가 진입할 수 없었던 거죠. 학교 내로 배달을 완료하려는 기사님을 학무모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둘러싼 채 격하게 항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퀵 기사님은 교문 앞에서 클락션을 울려가면서 학교 내 진입을 향한 의지를 피력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 의지로 성공리에 배달을 마쳤고요. 주문하신 선생님과 주문 받은 제 실수로 일어난 에피소드긴 하지만, 그 퀵 기사님은 정말 프로페셔널 하신 거 같아요. 세상이 내일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으실 것 같은 달인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얀색 만두를 찜통에 넣어 찌다 보면 투명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가 참 좋아요. 빚어놨을 때는 무슨 만둔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익어가면서 정체를 드러내잖아요. 만두피가 투명해지면서 속이 비춰지는 그 빛깔도 예쁘고. 가끔 그 순간이 너무 보고 싶어서 찜통을 수시로 열어볼 때가 있어요.(웃음)”

“남편이 사회복지를 전공해서 그런지 좋은 일에 관심이 많아요. 저도 나눔에 대한 뜻이 있어서 기회가 있을 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봉사를 해요. 그런데 그 호의가 소문이 나면서 무작정 선행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곳을 도왔으니 이곳도 도와야한다’는 식의 논리죠. 참 불편해요. 왜냐면 거부를 해도 찝찝하거든요. 강요해서 받아내는 선행이란 게 과연 세상에서 무슨 의미일까요. 누굴 위한 걸 까요.”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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