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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21 13:11:55
  • 최종수정2015.11.22 08:50:44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2. 청주 주성동 '플로랑스' 김대섭 대표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청주] “‘피는 못 속인다’는 말. 가게를 이전하면서 몸소 체험했어요. 실제론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할아버지가 목수였거든요. 석 달간 가게 공사를 혼자 하면서도 나무 가공하는 작업은 뚝딱뚝딱 잘 됐으니까요. 신기해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꽃을 만지던 어머니와 함께 이 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배우는 것 이상으로 내재된 감각이 더 중요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해요.”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꽃을 만지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가끔 거칠어진 어머니 손을 봤을 땐 애써 외면하기도 했고요. 맘에 두고 있으면 불편하니까요. 그래도 생생히 생각나는 걸 보면 그 손을 애써 잊으려 했던 거지, 아예 잊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군대는 직업군인으로 다녀왔어요. 안정적인 수입만큼 재미가 없었죠. 그때 어머니가 꽃집 얘기를 꺼내셨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엄마와 함께라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 거죠.”

“꽃 수업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예요. 그냥 꽃을 보고 싶은 분. 그리고 마음이 힘들어서 위안을 받고 싶은 분. 창업을 위해 클래스에 오시는 분은 전혀 없어요. 아직도 눈에 선해요. 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생산직 근로자 여성 두 분이요. 고된 삶 때문에 정말 힘들어 보이셨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꽃이라도 봐야 살 수 있겠다 싶어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꽃을 보고 싶다는 건 상처를 치유 받고 싶다는 말이에요. 보통 기쁨을 나누기 위해 꽃이 사용되지만, 제게 있어 꽃의 본질은 힐링이에요.”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드렸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졌죠. 학원에 등록하고 우연히 대회에 나갔다가 운 좋게 이탈리아까지 다녀오게 됐어요. 결국 미약했던 커피 한 잔의 꿈이 이탈리아까지 다녀와서 완성된 거죠. 나무가 숨 쉬고 꽃향기와 커피향이 어우러진 이 공간이 제겐 참 자랑스러워요.”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딸 서율양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중년 남성들이 꽃다발을 사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난생처음’이란 단어예요. 제겐 너무 익숙한 말이지만, 그런 말을 할 때 남성들의 얼굴에서는 알 수 없는 설렘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남자에게 ‘처음’이라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죠.”

“이곳은 벌레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해결책은 청소밖에 없어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날을 잡는 거죠. 화분을 다 들어낸 후 가겔 정리하고, 나무를 다듬고, 흙을 치우다 보면 아침이 될 때도 있고요. 네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청주 주성동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플로랑스'를 운영 중인 김대섭 대표가 딸 서율양과 함께 가게 정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 기자
“따님과 분갈이를 하러 오신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서글서글한 제 모습이 맘에 든다며 따님을 두고 먼저 돌아가시더라고요. 저도 호감이 생겨 적극적으로 돌진했죠. 얼마나 많은 꽃다발을 바쳤는지 몰라요. 그 덕분이었을까요? 첨엔 절 탐탁치 않아 하던 그녀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죠. 지금 저희집 한쪽 벽면에는 서툴게 말려진 꽃다발들이 가득해요. 그때 그 꽃다발들이에요. 아내는 그저 버리기 아까웠다며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남자들은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내 여자가 너무 예쁘고 고마울 때가 그런 순간이라는 걸.”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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