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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12 10:55:15
  • 최종수정2015.11.12 14:11:45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복대동에 위치한 LP음악카페 '핑크프로이드'를 운영 중인 윤태빈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66. 청주 복대동 '핑크프로이드' 윤태빈 대표

청주 복대동에 위치한 LP음악 카페를 운영 중인 윤태빈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20여 년간 울산에서 음악카페를 했었어요. 내가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고향인 충청도로 돌아왔어요. 늦게라도 장남 역할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함께 하고 싶었고요. 각오했지만, 쉽지는 않아요. 도시의 규모가 울산과는 판이하니까요. 그래도 점차 나아질 거예요. 지금은 과도기의 끝자락일 뿐이니까요. 청주 지역의 작은 문화가 모여 주류를 향해 나가는.”

“20대는 본격적으로 밴드 활동을 했어요. 당시 설 수 있던 무대는 나이트 같은 다운타운가가 고작이었죠. 젊을 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기만 했어요. 그러다 서른 무렵, 밤무대 일을 전전하는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더라고요.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어두운 곳의 그림자를 발견하긴 힘들지만, 양지보다 훨씬 짙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청주 복대동에 위치한 LP음악 카페를 운영 중인 윤태빈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미쳤다’예요. 젊어서는 악기에 미쳐있었고, 사진에도 미쳤었고, 지금은 LP에 미쳐있으니까요. 전 그게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이 한 분야에 미쳐도 될까 말까한데 안 미쳐서야 되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자기가 하는 일에는 미쳐야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입에서 나오는 ‘저거 미친ㅇ이네’이란 욕설은 제가 할 수 있는 칭찬 중 최고의 찬사에요.”

“라디오도 귀하던 시절. 집에 라디오가 있었어요. 고장이 나 고무줄로 꽁꽁 싸놓았지만. 중학생 시절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외국어 노래에 심취가 됐어요. 마음의 구석들이 채워지는 느낌이었죠. 그때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청주에 나와 LP판을 사 모았어요. 집에 턴테이블은 없었지만 앨범 자켓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거든요. 그러곤 한참을 음악만 팠어요. 그러다 알게 되었죠. 처음 날 매료시켰던 음악이 ‘핑크프로이드’의 노래란 걸.”

“청춘이 부럽지 않아요. 가는 세월도 안타깝지 않고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음악의 황금기 시절의 산 증인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행운아라고 할 수 있죠. 음악을 떠나서도 낭만이 있는 시대이기도 했고요. 어린 시절 흙도 못 밟아본 요즘의 청춘들은 정말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음악에 따라 크게 들어야 맛있는 곡이 있고 정말 잔잔하게 들어야 느낌이 사는 곡이 있거든요. 그런 것까지 조절 하는 게 저의 역할 인거죠. 그런데 가끔 시끄럽다며 꺼 달라는 손님이 있어요. 그냥 무시해버렸죠. 그런 손님은 음악카페에 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에겐 음악이 고문이니까요.”

청주 복대동에 위치한 LP음악 카페를 운영 중인 윤태빈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가게에 2만장의 LP가 있지만, 지금도 원하는 LP를 구하기 위해 밤을 새는 경우가 많아요. 이베이(Ebay)로 음반을 뒤지다 보면 시간이 정말 금방 가거든요. 아직까지 종이신문만 고집하는 제가 유일하게 디지털을 이용하는 때가 바로 그 순간이에요. 아날로그를 위해 디지털을 이용하는 거죠. 그렇다고 무조건 아날로그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음악만큼은 아날로그로 들을 때 가장 좋다는 얘기죠. LP만의 따뜻함은 차가운 디지털 음원으로 결코 흉내 낼 수 없으니까요.”

“젊은 혈기에 문신을 했어요. 문신은 당시 음악인들의 상징과도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몇 달을 가지 못했죠. 사람취급을 안 해 줬거든요. 지금이야 패션처럼 드러내고 다니지만 그땐 범죄자 낙인처럼 손가락질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걸 아주 불쾌해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얼마 전 딸아이의 손가락 사이에서 조그마한 먹물 글씨를 발견하곤 충격을 받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신신당부 했어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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