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도교육청으로부터 중앙초를 매입키로 한 이후부터 줄곧 도는 '도청2청사'를, 도의회는 '독립청사'를 원했다.
최근까지 중앙초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엇박자를 내다가 충북발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한 도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용역 결과 발표 과정에서 충북발전연구원이 있지도 않은 여론조사 항목을 분석, 외부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도의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6일 도의회 의장단 만찬에서 '도의회 독립청사'를 직접 제안했고, 도의회는 1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이 제안을 최종 수용했다.
만찬 참석자들의 말을 요약하면 "도의 재정상 수백억원이 드는 신축은 어렵고, 155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한 뒤 도의회가 사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게 이 지사의 제안이었다.
당시에는 개괄적인 언급만 있었지만, 도와 도의회 안팎에서는 예산이나 본회의장 설치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된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도의 안(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상당수다.
이 지사가 기존 '도청2청사' 의지를 꺾은 데다 연구용역에서 확인된 도민들의 의견에 정반대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린 셈이다. 공청회와 여론조사가 무색해진 꼴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도민들은 '도청·도의회·행정타운 조성(37.7%)'을 가장 선호했고 그 다음으로는 '도청2청사(26.3%)'를 꼽았다. '도의회 단독청사'는 15.7%로 비교적 후순위였다.
중앙초 부지 활용 방안이 이처럼 이 지사의 결단만으로 결정될 사항이었다면 수개월동안의 소모적 논쟁은 불필요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 배경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12일 344회 도의회 정례회에서 처리될 예산안을 새누리당 일색의 예결위가 '돋보기 심사'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의 우군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과 갈등을 겪다가 예결위 참여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충북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를 두고 도의회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도는 재정상황과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현실적인 판단에서의 제안이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도청 한 고위 간부는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리모델링과 증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을 뿐"이라며 "행감이나 예결위 심사를 감안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은 터무니없는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통해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는 있었고, 반드시 종속될 부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