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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함지박을 어루만지며

  • 웹출고시간2015.10.15 14:31:51
  • 최종수정2015.10.15 14:32:00
한적한 시골길에 가을꽃들이 바람 따라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한 시간 남짓 달려와 시골집으로 들어서니 앞마당에 서있는 대추는 가을볕을 가득 담고 새색시 볼처럼 붉다. 뒤뜰 밤나무에 영글어가던 알밤이 얼굴을 배시시 내밀고 툭툭 떨어졌다.

텃밭 가장자리에는 굵은 근육질의 줄기에 달린 파란 이파리 그 아래에 누런 호박이 어서 오라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마당으로 들어서도 시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광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시어머니는 추수한 곡식을 쟁여놓으려 광을 청소하고 계셨다. 그 곳에서 유독 내 눈을 쏠리는 물건이 있었다. 시렁 위에 뽀얀 먼지가 켜켜이 쌓인 함지박이었다.

투박하고 묵직한 함지를 내려와서 먼지를 털어내고 마른행주질을 쳤다. 나무가 얼마나 자라야 이런 큰 함지가 나올까· 양팔을 벌려 안아본다. 다 감싸 안아 지질 않는다. 오랜 시간 풍상을 다 겪어내고 반듯하게 자라 목수의 눈에 띠여 만들어진 함지박. 나이테를 세어보니 한 오백 년은 족히 되어보였다.

손이 많이 닿은 함지박의 테두리는 홈이 패이고 갈라지기도 했다. 손으로 쓸어 만져본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함지박의 바닥은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길게 틈이 벌어져 있다. 함지박의 측면은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옛날 다른 그릇이 없던 시절에는 함지박만큼 유용하게 쓰인 물건이 있을까· 쌀을 씻을 때나 야채를 씻을 때 김치를 버무릴 때도 음식을 담아 보관할 때도 많이 사용되었겠지. 지금은 가벼운 고무그릇과 스테인리스그릇에 밀려나 있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네의 삶 같다.

서서 오백년을 살고 다시 재탄생하여 몇 백 년을 살았을 함지박. 선대할머니에서 시할머니 그리고 시어머니의 손을 거쳐 내 손에 닿아준 함지박이 귀한 보물로 여겨졌다.

소중하게 여겨진 함지박을 고이 모셔와 거실에 놓았다. 함지박에서 고고하게 앉아있는 할머니의 자태가 느껴진다. 함지박은 지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 간직하고 있겠지. 할 말이 많을 게다. 물끄러미 쳐다본다. 농본 기에는 새참을 가득 담아서 머리에 이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였을 시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화창한 날에는 해를 담고 밤이면 달빛을 담기도 하셨겠지. 한숨과 서러움도 함지박에 쏟아 붓고 기쁨과 즐거움도 함지박에 담으셨겠지.

함지를 만지니 할머니의 손길과 맞닿은 듯하다. 이 함지박으로 얼마나 많은 떡을 비저서 명절과 기제사 또 자손들과 동네 처녀 총각을 시집 장가보내는데 사용되었을까. 이웃과 정을 나누며 서로가 내일처럼 살아온 세월들이 그려지고 있다. 할머니의 숨결이 내려 앉아 있는 듯해 자못 숙연해진다.

할머니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가야! 세상살이는 나 혼자만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다. 함께 즐거워야 한다."

함지박에서 할머니의 온기가 느껴진다. 때로는 쓸어안기기도 부대끼기기도 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겠지. 함지박을 어루만지니 그 옛날의 추억이 되 살아난다.

세월여류(歲月如流)라고 했던가.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내가 시집올 때만 해도 지천명에 이르셨던 시어머니는 젊게 보이셨는데 어느새 시할머님의 모습이 되고, 나는 그때의 시어머님의 그 모습이 되었다.

이 가을에 수확한 통통한 알밤이며, 대추며, 단감으로 함지박을 가득 채워서 겨울이 오기 전에 주위에 나눠주고 싶다.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넉넉한 이 가을.

깊어가고 있는 가을은 함지박 같은 그런 마음으로 서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

△ 윤현수 수필가

충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

푸른솔문학신인상 수상

푸른솔문학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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