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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추일서정(秋日抒情)

  • 웹출고시간2015.10.01 13:33:07
  • 최종수정2015.10.01 13:32:56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1914 ~ 1993)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을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김광균은 시로 그림을 그린 첫 시인이다. <추일서정>은 그가 그린 시 가운데에도 첫손에 꼽힐 만큼 회화적이다. 가을의 정경을 이처럼 확연한 이미지로 그려낸 시를 필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 한 구절만 떼어내어 시인이 사색한 상상의 나래를 붙잡아 보고자 한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원관념이 낙엽이고 보조관념이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이다. 낙엽과 지폐 사이의 거리는 해와 달의 거리처럼 아주 멀다. 낙엽은 자연적인 사물이고 지폐는 문명적인 물질이다. 이와 같이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두 낱말 사이의 공간(필드)가 넓어진다. 공간의 크기에 비례해서 독자가 상상할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하겠다.

낙엽의 이미지를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서 끌어왔으므로, 낙엽에서 망명정부의 지폐로 이동된 의미를 구체화 해야 한다. 망명한 정부의 지폐는 생명력을 잃은 무가치한 지폐이다. 그러니까 생명력의 상실이 낙엽과 망명정부의 지폐가 가진 동질성이 되는 셈이다. 낙엽이 생명력을 잃고 가지에서 떨어져 이리저리 바람에 실려다니는 가벼움의 이미지를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유함으로써 시인은 세 가지 목적을 다 얻어냈다.

회화적 이미지로 시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낸 것이 그 첫째라면, 문명적인 것을 보조관념으로 끌어와 시의 외연을 넓힌 것이 그 둘째요, 문명비판의 전거를 마련한 점이 그 셋째이다. 그런 연유로 이 시는 모던하면서도 가을날의 서정이 단순히 정경에 머물지 않고 상실과 고독 위에 펼쳐진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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