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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호랑나비가 가져다준 기쁜 걱정

  • 웹출고시간2015.04.30 15:50:52
  • 최종수정2015.04.30 15:50:37
우연이었을까. 지난해 정월 초하룻날 아파트 베란다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창문은 닫쳐 있었는데 어떻게 들어 왔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날아가지도 않고 날개를 활짝 펴고는 햇빛이 비추는 쪽으로 살살 기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올해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내를 큰소리로 불렀다. "여보! 웬 호랑나비지. 며느리가 임신하려는 길조吉兆인것 같지 않아"하고는 호랑나비를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그날 오후 호랑나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며느리가 임신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마도 그 호랑나비가 기쁜 소식을 미리 전하러 왔다가지 않았나 싶다. 아들내외가 컴퓨터를 다루는 직장이라서 혹여 전자파 영향으로 임신이 안 될까봐 걱정 했었다. 핸드폰에 저장한 신기한 호랑나비 사진을 훗날 며느리에게 보여주면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아내는 기쁨도 잠시다. 며느리 임신 소식을 들은 날로부터 "손자를 보아야 할 텐데"하며 또 걱정을 한다. 아내는 아들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딸 둘을 낳고 십년이 지나서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나 역시 속으로는 은근히 손자이기를 바라면서도 아내한테는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걱정 속에서 임신3개월이 지나자 며느리가 반가운 전화다. 검사를 받았더니 사내아이란다. 아내는 며느리와 통화를 하면서 감격한 목소리로 "얘, 고맙다 고마워"를 연발한다. 그날 아내의 얼굴이 오랜만에 환히 밝아진 것을 보고 잠시나마 참으로 행복했었다.

행복은 순간인가 보다. 아내는 또 다른 걱정이다. 이번에는 혹시 유산流産이라는 끔찍한 문제를 화두로 잡고 걱정을 한다. 임신 5개월까지는 절박유산을 하는 사례가 있어서 안심하기는 이르단다. 시어미가 걱정해서 될 일도 아닌 문제를 가지고 염려다. 부모란 존재는 항상 자식 걱정을 달고 사는 고달픈 인생인가 보다. 오늘 따라 자식 걱정하는 아내가 더 측은해 보인다.

가슴조이는 생활 속에서 가끔 며느리가 병원에 갔다 와서 보내오는 뱃속의 손자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신기해서다. 디지털영상시대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신神의 영역을 넘보는 것 같아 움찔 해 지기도 한다. 출산 날자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아내는 애기가 거꾸로 나오면 큰 문제라면서 또 걱정을 해 댄다

토요일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니 아내의 얼굴이 밝다. "이제 할아버지가 되셨네요" 라며 환하게 웃는다. 며느리가 새벽에 출산을 했다고 아들한데서 전화가 왔단다. 칠순을 넘어서 손자를 얻은 날이다. 아들이 결혼을 한 후 지난 삼년, 가슴을 조이면서 애타게 기다리다 얻은 손자출산 소식이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우리 집 가계家系를 이어가는 일도 마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핏줄 승계의 욕심은 속일 수가 없나 보다. 십년 전 처음 외손자를 보았을 때는 지금과 같이 들떠 있지는 않았었다.

지난 열 달 동안 아내가 애간장이 다 닳도록 걱정을 한 덕분인지 며느리가 손자를 순산했으니 아내의 걱정은 이제 다 사라졌나 싶었다. 그러나 웬걸 걱정은 다시 시작이다. 산모 뒷바라지로 서울을 오르내리는 일이 만만치 안은 모양이고 앞으로가 더 문제란다. 며느리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나가면 손자를 직접 키워야 할 판이란다. 앞으로 손자가 크면 유치원을 보내고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뒷바라지 할 일이 태산 같은지 아내의 얼굴엔 시름이 가득해 보인다.

아내가 건강치 않아 혹여 병이 재발되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손자를 돌볼 수 없다는 말을 차마 아들에게 못했다. 둘이 벌어야 사는 세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먼 훗날 며느리가 시어미의 이 고충을 알아줄는지….

류기학 작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료

푸른솔문학 수필가 등단

푸른솔문인협회 회장역임

수상 : 자랑스런문인상. 정은문학상

공저 : <심연에 자리한 이름 > <반딧불> <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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