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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30 15:55:08
  • 최종수정2015.05.07 14:04:54
우리도 한 때는 이렇게 순수했지요. 작은 움집 같은 데 숨어서 누군가를 간절히 부르고 싶은 풋풋한 시절이 있었지요. 요즘도 가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지요. 가령 곤드레나물밥이나 꽃비빔밥 속에 꼭꼭 숨어서 단 한 사람만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던가요.

사람은 누구나 동굴 속에 갇히고 싶은 욕망이 있답니다. 아마 동굴이 우리의 원체험의 공간이기 때문인가봐요. 혼자 갇히는 것보다는 둘이 갇히면 좋겠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갇히면 더욱 좋겠지요. 수수깡 움집에서 비를 피하는 소설 <소나기>의 소년소녀가 우리들의 어린 시절 얘기가 아니었던가요.

지금도 그런 꿈을 남아 있지 않나요· 땅콩 껍질처럼 작은 동굴에 갇혀 둘이만 들을 수 있는 사랑노래를 부르고 싶지는 않은가요.

꽃가루 속에 숨어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마구 달리고 싶지 않은가요. 그런 행복한 꿈 아직도 가슴 저 밑바닥에 숨죽이고 있지 않은가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작아지지요. 꽃가루 속에 숨을 만큼 작아지지요. 작아지고 작아져서 마침내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지요.

아,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너무 변해버렸어요. 몸집은 커지고 마음은 딱딱해졌어요. 누구를 보아도 상대가 크게 보이지 않아요. 아주 왜소하게만 보이죠. 사랑하는 마음을 상실헀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 꽃가루 속에 들어가려면 참 많이 버려야 할 것 같아요. 제일 먼저 버려야 할 게 욕망인 것 같아요. 대부분 꿈으로 착각하는 욕망을 버리면 꽃가루 속에 들어가는 길이 보일 거예요.

/ 권희돈 시인

꽃가루 속에 / 이용악(1914 - 1971)


배추밭 이랑을 노오란 배추꽃 이랑을

숨 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리는 것은

어디서 네가 나직이 부르기 때문에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놓은 꽃가루 속에

나도야 숨어서 너를 부르고 싶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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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