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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영산홍 앞에서

  • 웹출고시간2015.04.16 14:25:23
  • 최종수정2015.04.16 14:25:17
봄빛을 실은 훈풍에 들녘이 푸른빛으로 싱그럽다.

울 안 단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연둣빛 잎을 틔운 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봄볕이 따사롭다. 햇볕이 잎과 꽃을 불러 봄의 향연을 펼치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

처마 밑의 뜰에 나란히 놓인 영산홍 화분의 이파리가 완연한 봄기운의 부름을 알았는지 파릇해졌다. 지난해 늦가을 무렵에 줄기 끝마다 촘촘하게 맺혔던 꽃망울이 초록빛의 잎에 포근히 둘러싸여 한껏 부풀어 올라 붉은빛이 도는 것도 있다. 머지않아 꽃이 피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어 온다.

유난히 꽃을 사랑하는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아 키우기 시작한지도 십 여 년이 지났다. 꽃이 지고 난 후 새순을 떼어 늘 꺾꽂이하였다. 전문적이 아니어서 잔뿌리가 내리기까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정성을 기울였다. 일이 년을 기다려 그중에서 겨우 뿌리를 내리면, 앙증맞은 화분에 마사와 녹스토를 3:1로 섞은 후 심어 키웠다. 이렇게 영산홍 꽃의 매력에 끌리다 보니 60여 점에 이르렀다. 나와 인연이 되어준 것들이니 애착이 많이 간다. 짧은 가지에서 첫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필 때의 감동을 어이 표현하랴. 이런 취미로 친구 집에서 특이한 영산홍 꽃을 눈여겨보았던 새순을 얻어와 지난해 여름에도 꺾꽂이를 하여 키우고 있다.

울안에서 키우는 영산홍은 기온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5월 하순경부터 피기 시작하니 비교적 늦은 편이다. 영산홍마다 꽃 이름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일본이 원산지인 산철쭉에 접목한 베고꽃이나 쓰리꽃은 연, 진홍, 미색을 띤 복합으로 피어 화사함이 으뜸이다.

영산홍 화분 중에 서너 점은 멋스럽지는 못해도 분재형태로 모양이 갖추어져 감에 따라 흐뭇함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꽃가지를 휘어지게 하는 요령을 조금씩 터득해 보고 싶은 생각이다.

영산홍을 관리하다 보면 겨울에 언 화분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깨진 화분 분갈이하기, 소독하기, 거름주기 등으로 버거울 때도 있지만, 꽃피울 준비가 다 된 꽃망울을 바라보면 어려웠던 일들이 사라지곤 한다. 화분 거름은 4월 중순경과 장마가 끝날 때쯤 주어야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몇 해 전에는 거름을 미리 주어서 꽃이 피기 전에 이파리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 꽃망울의 생육을 더디게 하는 곤란을 겪었었다. 내가 살면서 서두르거나 때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치를 깨닫게 하였다.

영산홍을 공들여 키우다 보면 아기를 보살피듯 정성어린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였다. 꽃나무도 아기를 보듬듯 자주 손질해 줘야 한다. 관심을 두고 쓸모없는 곁가지는 수시로 솎아 주어 바람이 통하고, 빛을 받아 병도 걸리지 않아 건강하게 잘 자란다. 새로 돋아나는 싹 중에 더러는 살려야 할 가지도 있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제 몫을 다해 꽃을 피우면 화분의 균형이 잘 잡혀 꽃의 위상이 한층 돋보인다. 손자를 돌보는 마음과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정성을 다하는 노력으로 꽃을 피우듯, 손자도 자라면서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손자를 돌보면서 영산홍을 가꾸는 동안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깨달음이었다.

영산홍은 봄이면 반드시 꽃을 피워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나는 수많은 봄이 순환되어 돌아와도 언제나 부끄러운 빈손이었다. 영산홍이 해마다 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움만 바라볼 줄만 알았지, 내 자신이 한 없이 부족함을 가꿀 줄을 모르며 살았다.

오늘은 햇살이 곱다. 나는 내 삶의 반려 영산홍 꽃이 만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은 건 꽃피울 그날의 보람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봄은 꽃의 나눔이 되어 온 누리에 아름다움이 가득할 수 있었으면….

◇고승희 작가 이력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필가 등단)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정은문학상 수상

공저: <심연에 자리한 이름 > <반딧불> <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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