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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겨울이면 생각나는 사랑

  • 웹출고시간2015.01.08 17:30:46
  • 최종수정2015.01.08 17:31:07
겨울이면 생각나는 사랑 / 이재부

무정세월 많이도 흘렀구려. 행복의 계절이 언제였던가.

회혼(回婚)의 나이에 뒤돌아보니 고생길도 행복이었네. 역경의 전선을 탈환한 병사의 기분이 이러할까.

포위망을 탈출 한 무용담인 듯, 멀어진 고생길 이야기가 우리들의 정담이다.

'노년기 겨울이 춥다고 하지만 우리가 겪은 혹한기만이야 하겠는가.'

하얗게 늙은 아내는 위로의 말인 줄 알면서도 허기진 미소로 답한다.

어려서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 밑에서 힘들게 자라, 6·25사변에 독자가 되고 사춘기 없이 결혼을 했다. 부모 없이 삼촌이 키워준 철부지 여아가 내 아내가 되었다.

고생의 역경도, 행복한 시간도 세월에 기대어 살다보니 벌써 희수로 달리는 노년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추웠던 겨울은 중학교 2학년 때 겨울이다.

6·25사변 7년 후요, 형님의 전사통지를 받고 2년쯤 되는 겨울이다.

12월 24일 종업식을 마치고 30리 길을 걸어서 집에 오니 이달 30일이 내 결혼식 날이란다.

5일 밖에 안 남았다. 아버지는 농사짓던 소를 팔고, 돈이 될 콩과 팥을 팔아서 결혼식 준비로 장보러 가신다.

큰 매형, 작은 매형, 큰 누님까지 다 동원되고, 집에는 약속대로 친정에 가 계셨던 형수님이 오셔서 잔치준비에 골몰하신다.

내 어린 것을 장가보내는 일은 대를 잇는 아버지의 결심이었다.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결혼 이야기가 나와 그렇게 반대하고 피하여 다녔던 내 결혼이 아버지와 형수님 뜻대로 결코 이루어지게 되었다.

형수님과 집을 치우다가 저녁을 먹고 장 마중을 나갔다. 밤이 깊어도 돌아오시지 않는다.

자정을 넘기고 작은 매형님만 돌아와서 전하는 말에 기가차서 떨고만 있었다.

장꾼을 싣는 트럭을 타고 돌아오다가 강변에서 차가 전복되어 사람이 죽고 물건은 강에 떠내려갔단다.

물에 젖은 몇 가지만 지고 간신이 걸어왔으며, 아버지와 큰 매형과 누님은 병원으로 실려 갔단다.

밤새워 걸어서 충주에 도착하니 아침이다. 자취하던 방에 가서 이불을 지고 병원에 가니 아비규환 전쟁터 같다.

환자는 넘치는데 아버지도 누님도 매형님까지 움직이지 못 하신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의 유언 같은 말씀은 "내가 죽어도 결혼식은 하고 신부는 데려와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결혼하기 싫어하는 내 마음을 아시기에 부탁의 다짐을 하시는 것이다. 3일 밤을 아버지와 누님의 병실을 오가며 새웠다.

합동 병실에는 장작난로가 하나뿐이다. 다발장작 사다가 피워야하는데 배급 주는 장작 태우다 꺼지면 냉방이 된다. 돈이 있어야 나무를 사다가 때는데…….

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결혼 준비하러 집에 가면서 근심걱정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버지 간호를 친구에게 맡기고 집에 가서 눈 붙이다가 장가를 들러 가야하였다.

어머니와 형님이 몹시 그리운 엄동의 겨울이었다. 30리 길이 왜 그렇게 멀던지.

기진맥진한 졸음을 참고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 같다. 돈도 없는 중학생에겐 쉬어가는 주막도 소용이 없다.

장가들러 가는 길은 근심과 함께 생지옥 같았다. 춥고도 추운 내 인생의 긴 겨울을 잊지 못한다.

어렵게 만난 우리 부부는 함께 자라고 배우면서 행복을 찾다가 어느새 노인이 되었다.

맹물 같은 부부였지만 삶의 편린(片鱗)이 적설이 되어 쌓이고 녹는 노년의 계절엔 부부의 공존이 용기가 된다.

겨울하늘의 달빛 노래를 누가 와서 들어줄까.

추워서 떨리는 달빛 선율은 늙어야 들리는 노인의 소린데. 정겹게 늙기가 힘들다 하지만, 서로를 섬기는 측은지심이 늙은 부부의 행복의 온도다.

이해하며 다가서고, 양보하며 물러서서 늙어가는 후반기 인생에 구화(口話) 소설은 고생담이리.

주고, 받는 공명의 이야기 고목에서 지는 낙엽의 소릴까.

설원의 계절, 노년의 길에서 서로를 다독이는 염려의 소리가 행복이다.

춥고도 추웠던 장가가던 그 겨울은 그리운 사랑이야기가 되었다.

세월의 강에서 건져 올리면 낮달 같은 미소가 된다.

이재부 작가는…

- 충북 충주시 살미면 출생

- <한국문인>으로 등단. 푸른솔문인회, 청주문협, 한국문협, 우리시회 회원

- 저서: 수필집:「백팔번뇌」「강으로 지는 노을」「부부백경」「사랑하는 사람아」

시집:「사랑빛 방황의 노래」「바람의 언어」

E-mail: leejbbu7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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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