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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어느 소녀의 초상(肖像)

  • 웹출고시간2014.12.25 18:09:44
  • 최종수정2014.12.25 17:26:18
'가로수에 정지된 초겨울 밤은 또박 또박 걸어가는 소녀의 옷깃을 따라 여운餘韻을 뒤로하며 기약 없이 떠나가고…'

이 글은 50여 년 전 나의 군복무 시절 어느 여고생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글의 첫 부분이다.

전 생애를 통해 내가 쓴 글 중에서 전문(全文)을 외우고 있는 글은 오직 이 편지글 한편 뿐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의 초상화로 그리고 지우기를 수십 수백 번 되풀이 한 그 소녀.

아련한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편지를 주고받던 그 시절 꿈처럼 행복했던 순간이 생각날 때면 지금도 이글을 혼자 조용히 읊어본다.

사범학교 졸업 후 교사생활을 하다 논산 훈련소에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이등병으로 야전군 부대에 배치를 받게 되었다.

그 부대에서 이등병은 단 나 한사람뿐이었다.

신고식, 얼차려, 식사당번, 보초, 사역 등 온갖 궂은 일로 가장 힘들고 고달픈 졸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내무반에서 책 한권을 발견하였다. <여학생>, 학생들이 보내준 위문대 속에 담겨져 온 잡지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대충 제목을 훑어보던 중 한눈에 확 들어오는 시 한편을 발견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제목이 '너를 위한 나의 노래··라는 시였는데 ··너 내 곁에 머무를 땐/ 나는 한없이 행복했고/ 난 널 위해 노래 부르리/영원한 나의 사랑 노래를…' 하고 전개되는 글이었다.

제목에서 오는 서정적 이미지며, 그 글에 담긴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가 너무도 강열하게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이 여학생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굳게 다짐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펜팔이라고 하여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하던 때였다

쓰고 지우고, 찢고 버리고 온갖 정성을 다해 내 나름대로는 꽤 노력한 한통의 편지를 완성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한통의 편지를 쓰는데 일주일은 걸렸다.

그렇게 글을 잘 쓰는 그녀에게 퇴짜를 맞으면 어떻게 하나 싶어 심혈을 기울여 썼던 것이다.

편지를 썼지만 무척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부치고 답장이 오기를 고대하며 손꼽아 기다렸다.

이때나 저때나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답장이 안 오나 보다 체념하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어느 날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바로 그 여학생에게서 온 편지였다.

군대에서 편지를 받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 그처럼 고대하고 기다리던 이성에게서 받는 기쁨과 즐거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얼른 봉투를 뜯었다.

제목이 '바람씨에게'였다.

그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괘씸하고 화가 치밀어 편지를 찢어 버리려하다 그 다음 문장을 읽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 바람이 꽃바람, 솔바람, 향 바람 일수도 있다.'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 빼어난 글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내용과 자기가 받은 편지 중에서 가장 잘 쓴 글씨와 글이었으며, 또 자기와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기에 좋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회답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J여고 2학년인 그 소녀는 학력으로 따져보니 나와는 3년 차이였다.

이후 우리는 여러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힘들고 고된 군대 생활에서도 그의 편지를 기다리는 행복감으로 받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정말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다음 다음해 그녀는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못하여 재수를 했다.

그때 나는 조금 있으면 제대하게 되고, 그러면 그처럼 보고 싶고 그리워하던 그녀와의 만남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12월에 첫눈이 내리던 날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의 ATT라는 야영훈련으로 추위와 밤샘으로 매우 피곤한 몸으로 부대에 돌아왔을 때 그의 편지가 와있었다.

다섯줄의 짧은 편지다. 결별 선언 그리고 그 이유의 설명과 다시는 편지하지 말라는 단호함이 나타난 글이었다.

그해 그날은 왜 그리도 춥던지, 고향 가는 쪽 도로의 가로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람결에 소리 없이 함박눈이 흩날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나뭇가지가 왜 그렇게도 서글퍼 보이는지, 아! 아! 그해 그 겨울은 눈물로 깊어가고 있었다.

그때 쓴 답장 그 편지를 나는 지금도 외우고 있다.

50여 년 전 편지글을 지금도 외우며 회상을 한다.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그 소녀! 내가 상상으로 그리던 그 아름답고 청순한 소녀의 초상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아마도 호호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몇 억 만분의 일의 확률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다 우연히 만나리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칠십 고개를 넘은 황혼의 이 나이에 지금 만나면 뭘 어쩌랴 마는 만나보고 싶다.

겨울이 오면 지난날을 그리며 마지막 써 보냈던 그 글을 혼자서 낭송을 한다.

'가로수에 정지된 초겨울 밤은…'하고.

양응환 수필가는…

중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충북미술협회 회장 역임

충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푸른솔문학 수필 등단

정은문학상 수상

푸른솔문학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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