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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26 13:40:35
  • 최종수정2025.02.26 13:40:35

이정균

시사평론가

관세를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 부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폭탄으로 전 세계가 헤매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행정명령 등이 보여주는 기존질서 파괴적 행보가 무역 통상뿐 아니라 전방위적이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 행정부임에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리더십으로 양국 관계가 불확실 상태로 가고 있다.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인식

미국은 다음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철강에 대한 연간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 수용으로 무관세 적용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예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철강 관세 부과가 통상압박의 신호탄이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폭탄도 예고한 바 있어 파장을 짐작하기 어렵다.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는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이므로 여기에까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의 기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대미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지만 미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 한국이다. 한국의 대미 흑자 요인도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에 원자재를 보내거나 수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지난 21일 한국 경제사절단을 만난 미국 상무부장관이 "10억 달러 이상 투자"를 강권했다. 의도적인 한국 홀대도 드러냈다. 한국 재계는 70년 동맹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유감스러워 하지만 추후 한미관계를 상징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25일 한국은행이 "전반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강도가 취임 이전 예상한 것보다 높다"며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내려 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 놨다. 트럼프의 무차별 공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이기주의 정책은 우리의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미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이번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공론화 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현금인출기'라 지칭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10배 가까운 한 해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취임 이전의 발언이기는 하나 돈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언젠가는 진통을 겪어야 할 협상 이슈다.

트럼프는 미국에 도움 되는 길이라고 판단되면 국제사회를 유지해 온 오랜 전통의 글로벌 스탠다드 문법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미국의 이익으로 대체하는 무모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협상을 피해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러시아의 상호 이해관계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또, 유엔안보리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책임을 묵인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보장하지 않는 내용의 결의안을 미국이 제안하여 가결 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결의안에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한국도 찬성표를 던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 군사밀착이 강화되는 시기에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극심한 혼돈에 빠진 한국

한미관계를 고려한 선택이라지만 6.25전쟁을 유엔군과 우방국들의 지원으로 극복했고, 상시적으로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받는 분단국가이며,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한국이 두고두고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될 반문명적 처사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파고가 본격 시작도 안됐는데 이처럼 한국사회는 극심한 혼돈 속에 밤낮을 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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