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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마지막 달력 한 장 은 눈이 펄펄 내리는 풍경으로 가볍게 걸려 있다. 인디언들은 12월을 침묵을 하며,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고 첫눈발이 땅에 닿는 무소유의 달이며, 또한 태양이 북쪽으로 여행하기 위하여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가고, 하루 종일 얼어붙는 계절이 12월이라고 표현 하였다. 겨울은 춥고 황량하며 외로운 계절이다. 모든 것을 버리는 시간이며 잘못한 일들을 참회하며 벌서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눈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치는 밤이 긴긴 계절이기도 하다.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출근길을 서둘러 근무지에 도착하였다. 폭설이 내린다더니 오락가락하던 눈이 퇴근시간을 조금 남겨놓고는 그야말로 폭설이 내렸다. 온통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 한 폭의 그림을 어느 누가 그렇게 싱그럽고 정갈하며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세상의 추한 모습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하얗게 덮어버렸으며 온통 하얀 세상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나 좋은 것도 잠깐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 이 눈길에 퇴근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근무지가 도심을 벗어나 산속에 자리한 곳이라 만만하지가 않다. 동료들은 어떻게 가든 가야 한다며 모두 퇴근하였다. 나 혼자 고심 끝에 폭설을 핑계로 하룻밤의 외박을 하기로 하였다. 폭설로 인하여 고립됐노라고 여기저기 지인에게 사진과 문자를 보냈더니 설원에 갇혀 하룻밤 유숙할 기회를 가졌으니 로또에 당첨된 기분일 거라고 하고 어떤 이는 홀로 외딴곳에서 하룻밤의 호사로 사색하는 시간이 되라며 부럽다는 답들이 왔다. 처음엔 참으로 좋다는 생각뿐이더니 시간이 흐르고 날이 어두워지니 슬슬 걱정이 앞선다. 날씨는 매섭게 추워지고 바람소리는 창문을 흔드니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기는커녕 무섭기만 하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산속에 가끔 멧돼지와 고라니가 출몰 한다고 하니 아무리 경치가 아름답다 해도 문을 열고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폭설이 내린 그날 나는 두려움과 추위와 서글픔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서울에 있는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 나들이를 했다. 분비는 예식장에서 멋지게 자란 새신랑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간을 함께한 벗들이 모였다. 80년대 초반에 폭설이 내린 하얀 풍경처럼 아름다움을 꿈꾸며 결혼을 했다. 같은 또래의 이웃으로 만난 우리들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제 자라서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으며 한사람의 지아비로 서 있는 모습이 당당하고 대견하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면서 세월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새신랑이 된 청년의 성장과정에서 있었던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저 바라보며 웃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폭설이 내린 숲속의 예쁜 풍경이 저처럼 아름다웠었다는 생각이 난다. 그들은 지금 정갈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풍경처럼 시작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하얗게 아름다움 뒤에는 매서운 한파와 얼어붙은 도로와 참을 수 없는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리라.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진행되었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당부의 말씀으로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중 백제본기에 나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인용하였다. 자신은 그리 살지 못했지만 아들은 삶의 지표로서 이 말을 마음속에 잘 새겨 놓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게 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상은 만만하진 않지만 지혜롭게 잘 극복하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이 가슴을 뜨뜻하게 했다.

한 폭의 정갈하고 깨끗한 아름다운 설경을 걸어 나오는 부부의 힘찬 행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박수로 그들을 축복하고 격려하며 응원 하였다. 하얀 눈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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