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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21 11:34:49
  • 최종수정2015.10.21 11:34:54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금천동에 위치한 애견샵 '개꿈꾸는고양이'를 운영 중인 김명자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53. 청주 금천동 '개꿈꾸는고양이' 김명자 대표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식구들이 강아지 들이자는 걸 필사적으로 반대하다 애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겨우 허락했으니까요. 막상 키워보니 정확하게 제 예상대로 였어요. 강아지를 돌보는 일이 오롯이 제 차지가 된 거죠. 제가 정이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책임감은 강하거든요. 매일 제 옆에 와서 눕고 밥 달라고 애교부리는 녀석을 외면할 수는 없었죠. 그러다 정이 들었어요. 직접 미용을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에 애견 미용학원에 등록을 했죠. 제가 아마 1기 학원생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벌써 16년이 지났어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말귀를 못 알아듣고 움직이는 바람에 미용하다 다치는 경우에도 다반사죠. 분양 받아 가셨다가 아이들이 잘못됐을 때도 참 마음이 좋지 않고요. 잘 지켜봐주고 관리해줬다면 오래 살 수 있는 아이들인데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요. 그럴 땐 정말 마음에 돌 덩어리가 놓여진 기분이 들죠.”

ⓒ 김지훈기자
“처음엔 ‘개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스토리 있는 이름이 낫겠다 싶어 ‘개꿈꾸는 고양이’란 이름으로 변경하게 됐죠. 예전에 비해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게에서 고양일 키우는 분들을 만나는 일이 생각보단 많지 않아요.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미용이 덜 필요하잖아요. 게다가 고양이를 키우는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다보니 온라인으로 용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들만 둘인데 전부 이쪽 분야로 뛰어들었어요. 큰 아들은 이미 하복대에서 애견 미용샵을 운영하고 있어요. 헤어디자인을 공부한 둘째 아들은 애견미용으로 전공을 이어가려고 여기서 제 일을 돕고 있고요. 우리집 말티즈 미용을 위해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이젠 가업처럼 되어 버린 셈이죠.”

“사내 둘을 키워봤지만 강아지가 훨씬 키우기 힘들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아이가 자라면 어느 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강아지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우리집 말티즈는 표정만 봐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모든 강아지들과 완벽하게 소통하기란 좀 어렵죠. 진정한 교감엔 반드시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큰 아들이 잠깐 방황했던 적이 있어요. 독립하고 나서 부모 자식간의 연을 끊을 지경이었죠. 그때 분양받은 골든리트리버가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정작 본인은 밥도 못 먹으면서 강아지에겐 좋은 걸 사다 먹일 만큼요.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는데 덩치가 산만해진 강아지를 여전히 가족처럼 키우고 있어요. 며느리도 강아지를 좋아해서 참 다행이고요. 강아지가 아들 집안 분위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저희도 아들만 둘인데 강아지를 키우면서 집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거든요. 아들들의 사춘기 시절도 강아지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일이 생겨났고, 용돈을 모아 강아지 용품을 사는 게 아들들의 유일한 낙이었으니 탈 날 일이 없었죠.”

“미용을 할 때 좀 더 정이 가는 강아지들이 있어요. 말 잘 듣고 순한 녀석들이 아무래도 예쁘죠. 재밌는 건 녀석들의 성격도 주인을 따라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주인과 강아지도 합이 맞아야 한다는 말까지 있더라고요. 정말 그럴싸해요. 반려견이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잖아요. 서로의 성격이 맞지 않는다면 함께 할 수 없단 말이 묘하게 와 닿아요.”

“보통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은 화려한 미용을 선호하세요. 털은 부분적으로 많이 남긴다거나 부분 염색 같은 식으로요. 그러다 대체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털을 밀어버린다거나 단순한 미용으로 돌아서게 되죠. 예쁜 것 만 추구하다보면 결국 본인 손이 많이 가 피곤해진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여름엔 애견미용 손님이 많아요. 아무래도 해도 길어 바깥 출입이 잦아지다 보니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심리가 높아지게 돼죠. 반대로 겨울엔 분양손님이 늘어나요. 해가 짧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외로움이 커지는 거죠. 남들의 시선이나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욕구가 숫자로 표현되는 거라고 할 수도 있고요. 전 여름과 겨울이 싫어요. 아이들이 유리 안에서 덥지 않을까 춥지 않을까 밤새 고민이 되는 날이 많아지거든요.”

“견종도 유행을 타요. 보통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는 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식이죠. 반대로 전염병이나 알러지 등과 같은 뉴스를 통해 특정종이 언급되면 시장에 또 바로 반응이 와요. 사람들이 그런 흐름에 너무 예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람이 많이 찾으면 가격이 오르고 외면하면 떨어지는 게 어찌 보면 참 슬프잖아요. 살아있는 아이들인데.”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우다 수명이 다해 강아지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보통 다신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해요. 화장을 해주고 집에 그 흔적을 보관하시는 분들까지 계시죠. 그 마음이 이해가 돼요. 자식보다 더한 정을 주고 길러 왔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다른 아이를 입양하게 돼요. 그렇게 한다고 떠난 아이와 함께 한 세월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죽은 아이에게 쏟은 정을 마음 한켠에 남겨둘 자신이 없으니까요. 저희 집 아이도 16년을 살았는데 벌써 걱정이에요.”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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