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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기

전 하나은행 지점장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는 후배가 직장 이직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 같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후배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익숙하기는 하지만 업무량이 많은데 반하여 이직해서 일할 곳은 관공서 관련 일로 업무량도 많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반면에 금전적으로 현재 직장보다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고민하고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단순히 업무와 금전보상에 관한 선택의 고민일 수 있지만 후배는 이러저러한 문제로 상당히 고심이 깊은 눈치였다. 그 자리에서는 가장 중요시하는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면 후회를 덜하지 않겠냐고 조언하였지만, 세상살이가 한 두 가지 기준으로 쉽게 선택해서 결정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중요하게 여겨야할 일들 역시 한 두 가지 뿐이 아닐 수 있으니 기실 내 충고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최근 그 후배를 다시 만났는데, 후배는 결과적으로 이직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고 하면서, 한편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불안 하였다고 하였다. 후배는 이직 여부를 최종 결심을 하기까지 마음속의 갈등은 물론이고, 머릿속에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직장 동료들에게도 괜히 무언가 비밀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고, 또 이직할 곳과 관련하여서도 그 곳의 직장 분위기와 일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전혀 모르니 막상 이직을 할 곳에 대한 걱정도 계속 되었다며 고민하는 내내 불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후배는 이직을 고민하는 와중에 어디 출세로 영전하여 가는 것도 아니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 부여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의 고민을 한다는 것이 뒤늦게 신세한탄이 되고 그러다 보니 뜻밖에도 지나온 삶에 대하여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평소에 그렇게 툭하면 그만두려고 하였던 일이 막상 이직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못 그만두고 보니 하던 일의 소중함도 다시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후배의 말을 듣고 보니 후배가 느꼈을 불안이 뭔지 이해되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산다는 일 자체가 불안의 나날 속에서 어떻게 하든 내 생명을 지켜내기 위하여 헤엄치는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 기억을 못할 뿐이지 우리는 사람으로 탄생하는 순간부터 불안을 겪고 자랐다고 보아야 한다. 아기들이 처음에 태어나자마자 처음에 큰 소리로 우는 것은 아마 편안한 엄마 자궁 속에 있다가 힘겹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달라진 환경에 놀랍고 불안하여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는 일일 것이다.

옛날 원시인들도 거주하던 동굴을 나서는 순간 온갖 맹수나 이웃한 종족으로부터 공격에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동굴에만 있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으니 목숨을 걸고 동굴 밖으로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살기 위하여 동굴을 나와서 스스로를 불안한 환경에 내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플라톤은 그 유명한 그림자의 비유를 통하여 동굴 속에 속박되어 있는 사람들은 빛에 투영되는 동굴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고도 실체인줄 믿어 버린다며 인간은 속박을 끊고 동굴을 나와 진리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니, 그렇다면 인간은 숙명적으로 동굴 밖으로 나서서 불안한 상태와 정면으로 마주쳐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만약 매일 매일이 편안하고 걱정이 없다면 과연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동굴을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겠는가. 하루하루가 근심 걱정이 없고 원하는 대로 전부 이루어지는 날들만 계속된다면 우리의 일상에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불안과 걱정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은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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