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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12 16:35:32
  • 최종수정2022.07.12 16:35:32

김상철 단양군 문화예술팀장

충북도지사 취임식이 지난 1일 문의문화재마을에서 있었다.

김영환 도지사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단양하고도 시루섬을 언급했다.

무더위를 피해 뒤로 나앉았다가 시루섬 이야기에 우리 일행은 귀가 번쩍 열렸다.

뜻밖의 자리에서 들은 고향 얘기에 무더위에 대한 푸념은 사라지고 우리들은 그저 감개무량했다.

지금 단양에서는 시루섬에서의 채굴 작업이 한창이다. 채굴이라고 해서 금이나 석탄과 같은 광물은 아니고 시루섬 가치에 대한 인문학적 채굴을 말하는 것이다.

시루섬은 단양역 앞, 남한강 한 가운데 있는 섬으로 충주댐이 건설되기 전까지는 반은 섬 반은 육지였던 곳.

강은 좁은 물목을 흐르다가 시루섬 앞에서 갑자기 넓은 유역을 만나 싣고 온 퇴적물을 쏟아놓고 마는데 이렇게 형성된 땅이 시루섬이다.

강물과 자갈과 모래와 소나무가 어울려, 산수의 고장 단양에서도 유난히 한 풍경한다.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고 시루섬은 사람의 땅에서 자연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사람이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곳이 됐던 것이다.

주민이 떠나간 자리에 그 많던 자갈과 모래는 모두 덤프트럭에 실려 신단양 건설을 위한 자재로 사용됐고 웅장하던 섬의 모습은 쪼그라들어 한 주먹 섬으로 남았다.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환경부 용역보고서가 전달됐다. 보고서는 시루섬 생태가치가 매우 높다는 전문가 평가를 전했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내륙의 섬은 그 자체로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인데 환경전문가들은 아예 시루섬을 '시루섬 습지'라는 의미 있는 호칭으로 불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루섬의 최고 가치는 1972년 8월 19일 대홍수 사건과 관련된다.

그때 영월 등지의 남한강 상류에 많은 비가 내렸다. 먼저 샛강이 넘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삶은 평화로웠다.

간간이 갠 틈을 타서 담뱃잎을 따거나 강가로 나가 거랭이질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일 궁리를 했다.

그런데 웬걸, 오후부터 강물은 빠르게 수위를 높여갔다. 사람들은 황급히 마을의 높은 곳으로 피했다. 물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목을 조여 왔다. 오후 2시와 3시 사이였을 것이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고 누군가 6m 높이의 상수도 물탱크에 사다리를 걸쳤다. 주민들은 신속하게 사다리를 올랐고 지름 5m의 원형 콘크리트 물탱크에는 어느새 198명의 주민들로 가득했다.

동네 소들의 고삐를 풀러주거나 사람들의 피난을 돕던 사람들은 대피가 늦어져 물탱크 위로 올라갈 기회를 놓쳤다. 그들은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밧줄을 엮고 나무판을 깔아 임시 대피소를 만들어 나머지 사람들을 올려 보냈다.

긴박한 시간에 사람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고 서로를 도왔다. 한 점 공간에 송곳처럼 서서 밤을 보낸 인내와 협력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자정이 넘으며 수위는 줄었고 날이 밝은 후 사람들은 사다리를 내려올 수 있었다. 14시간의 사투 속에 비명에 간 8명을 제외하고 234명의 주민이 무사 생환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했던 시간, 품속에 아기가 죽어도 사람들이 동요할까봐 속울음만 삼켰던 모성, 다른 사람의 대피를 돕다가 정작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이의 희생, 이러한 숭고한 것들이 지렛대가 돼 마을 사람들은 수마와의 목숨 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올 여름 시루섬에서 채굴하는 것 중에 이보다 값진 것이 또 있으랴. 금보다 귀하고 다이아몬드보다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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