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모르는 자기'에 대한 질문과 답

홍승표

동주초등학교 교감

내가 만나는 사람과의 인연에 따라 내 인생은 달라질까? 어떤 이는 자신이 삶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확 바뀌어 왔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나의 인생이다'라고…….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은 다양하다. 만남에는 관계성이 존재한다. 단순한 만남도 있지만, 의미 있는 만남도 있다. 만남에 있어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만남의 대상(person), 함께한 시간(time), 상호 간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다. 요소 간 상호작용적 관계에 따라 관계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인간관계는 어느 경우든 어느 정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어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을 때나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싶으면, 우리는 때로 모험을 감수하며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이라 한다.

자기노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지만, 심리학자 Joseph Luft와 Harry Ingham가 창안한 조하리 창(Joseph&Harry = Johari's window)은 관계형성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들은 우리는 하나가 아닌 네 개의 자아를 갖고 살아간다고 보았다. 마치 네 개의 창(窓)이 있는 것과 같은 구조로 파악하고 '공개된 영역(open area), 차단된 영역(blind area), 은닉된 영역(hidden area), 미지의 영역(unknown area)', 이 창을 통해 상대방을 잘 살필 때 소통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 네 개의 창을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으로 명명하였다.

조하리 창 모델은 자아인식 공개/피드백(disclosure/feedback) 모델 또는 정보처리도구로 불린다. 네 가지 영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공개된 영역(open area)은 자신에 관하여 알고 있는 것과 타인이 알고 있는 것으로 흔히 자기 이름, 머리 색깔, 자신이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노출과 피드백 요청을 증가시킴으로써 공개된 영역의 크기를 확대할 수 있다. 둘째, 차단된 영역(blind area)은 자신에 관하여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타인은 알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매너, 자신에 관하여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 등을 의미한다. 셋째, 은닉된 영역(hidden area)은 자신에 관하여 자신은 알고 있지만 타인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비밀, 희망, 욕망,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이 속한다. 넷째, 미지의 영역(unknown area)은 자신에 관하여 자신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것으로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칠 잠재성이 있는 영역이다.

가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지만, 그 말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다. '자기도 모르는 자기'가 있기 때문이다. 차단된 영역과 미지의 영역에서처럼 자기도 모르는 자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효과적인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서로 긍정적인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상호작용적 역학관계(자기노출과 피드백)가 많이 발생해야 한다.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적은 경우, 높은 수준의 자기노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잉 노출은 더 많은 불만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자기노출은 일반적으로 둘 사이의 관계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비경쟁적일 때 효과적이며 긍정적인 관계의 맥락에서 일어나야 한다. 자기노출은 점차적으로 일어나며, 둘 사이의 관계를 확장하여 집단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우리는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살 때 외롭지 않고 행복해진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중에 어떤 이와는 공개된 영역(열린 창)이 크고, 어떤 이와는 미지의 영역(보이지 않는 창)이 클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자아의 영역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불통(不通)의 어려움을 없애는 일,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관계 형성을 위해 해야 하는 작은 노력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