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소비

백수진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얼마 전 겨울맞이 옷장 정리를 하면서 엄청난 양의 옷과 이불을 버렸다. 내가 그동안 옷을 이렇게 많이 샀는지 놀랄 정도였다. 그나마 옷은 수거함이 따로 있어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지는 않는다. 헌 옷은 재활용이 가능한 덕분이다.

　그러나 두꺼운 이불이나 매트리스 등은 그냥 버릴 수가 없다. 폐기물 배출 신고를 하고 버려야 한다. 결국 돈 주고 산 물건을 돈 주고 버리는 것이다.

　이불을 힘들게 버리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당분간 이불이 됐든 옷이 됐든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사지 않고 지내겠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필요해 산 물건들을 안 쓰게 되면 쓰레기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극단적이지만 나는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었다.

　옷, 이불뿐만이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음식물 등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자는 생각을 했다. 특히 가전의 경우에는 계속 신제품의 출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그에 따라 교체 주기도 빨라지면서 폐가전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금속 폐기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는 토양·수질 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폐가전 부품의 금속을 녹여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부품 등 요즘 가전의 부속들은 금속과 코팅 물질이 같이 접착돼 있다 보니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전자 쓰레기가 새로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어느 대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가격이 있더라도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추후에 새로운 기능이 출시됐을 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이 환경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음식물의 경우는 음식물 쓰레기 자체는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이 되지만 음식물 포장재의 경우 과대 포장이 돼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식료품 코너를 둘러보면 코팅 종이로 포장돼 있거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과대 포장된 음식보다는 포장이 돼있지 않거나 아주 간단히 포장돼 환경오염을 줄이는 제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소비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자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다 보니 확실히 버리는 쓰레기가 줄었다. 당장 2~3년 전만 해도 우리 집에는 비닐 쓰레기가 상당했고 분리배출을 할 때 번거로운 적이 꽤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리 집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분리배출이 가능한 종이류이거나 자연분해가 되는 봉투이다. 이렇게 환경친화적인 소비를 실천한다면 쓰레기도 줄이고 지출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