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을 잃지 말자

이혜지

청주시 모충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초심(初心). 말 그대로 '첫 마음, 처음에 품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그 사전적 정의는 간단하다. 임용 전 면접시험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첫 마음을 잃지 말자"라고 했을 만큼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치고 있었다. 그리고 약 11개월 정도 통합민원 업무를 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단어(초심)의 무게감과 책임감이 주는 메시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다. 이 마음가짐은 시간이 흐르면 지키기가 힘들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단한 마음 수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원대에 있으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면서 본인의 인생사를 읊으시는 어르신, 규정상 불가한 사항을 계속 요구하는 민원인, 더 나아가 융통성이 없다고 다그치는 민원인 등. 특히나 동 민원실에만 가면 알 수 있다고 해서 방문한 민원인도 적잖이 있어 가끔씩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평소 눈썰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를 통해 민원인들을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동에는 비교적 중장년층이나 어르신들이 많이 방문하신다. 그런데 휴대폰에 저장된 신분증 사본 메일 보내기와 같이 젊은 층은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방법을 몰라 업무 처리가 지연될 때가 있다. 그 밖에도 아이핀(I-PIN) 발급 시 필수 기재 사항인 본인의 메일 주소가 없어 만들어 달라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나조차도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허둥지둥한 경험이 있었다. 그 뒤로 가끔씩 어머니와 함께 갈 때면 차근차근 같이 해본다. 이렇듯 업무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특정 계층에서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자연스레 떠올라 업무 중에는 친절히 처리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친절이라 하니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전입신고 때문에 행정복지센터를 잘못 찾아온 민원인에게 관할 행정복지센터까지 가는 버스 번호와 정류장 수, 소요시간을 말씀드렸는데, 민원인이 친절 공무원이라고 엄지를 세우며 칭찬하셔서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하지만 친절하게 민원 응대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하루에 100명의 민원인이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같은 강도의 친절도로 민원 응대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여러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길 때도 그 속에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오늘도 잘 해보자! 훗날 경험이 쌓인 공무원이 됐을 때, 그땐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며 추억해 보겠지? 잊지 말자, 첫 마음을."

항상 나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공직의 길을 걷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