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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대정건설(주) 대표이사

지난 추석 때이다.

오전에 느즈막히 추석 차례를 지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한 호흡 느리게 명절 차례와 제사를 지낸다. 사실 아버지가 제주일때 보다는 장자인 내가 주관하는 지금이 더욱 정성일 수 밖에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가 벌써 19년째다. 이후 고향인 음성에서 내 주거지인 청주로 차례와 제사를 옮겨왔다. 아내와 세 아이의 지극정성이 보태져서 기쁜 마음으로 조상들을 추모하고 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2001년 한 해에 세상을 뜨셨다. 두 분 살아 생전에는 제주인 아버지 기준으로 4대까지 봉사를 했었다. 할아버지가 생존해 계셨던 연유일게다.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장자인 나는 3대까지 봉사를 지낸다. 어찌할까 고민중인 나에게, 어머니께서 3대까지만 모시자고 말씀을 주셔서 사실 거기에 힘입은 바 크다.

"아부지도 이제 늙으셨네요~"
경사가 심한 등성의 성묫길에서 둘째 아들이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했다.
음성읍내의 수정산 증조부모 성묘를 하고 생골 선영의 묘소를 찾아 오르는 중이었다. 스틱을 잡고도 기우뚱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나보다.

모두 올라간 후 후미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내 모양새가 안타까웠던듯 싶다.
강하지 않게 등뒤에서 넌즈시 밀어주는 둘째의 손길이 오르막길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러진 제절을 밟아주고 구멍난 곳에 흙을 채우며 두 살 터울 아래의 남동생에게 말을 건넸다.

"이년 후쯤 형 환갑을 지내고 나서, 산소 정리 좀 했으면 한다. 증조부모님 산소도 이리로 옮기고.. 기존 산소도 개장하여 화장을 했으면 좋겠다.

봉분도 없애고.. 작고 나즈막한 평판 상석으로 평장을 하는게 어떨른지.."
"형이 숙고했으리라 생각은 하는데.. 일단은 찬성이고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 더 생각을 해보자구요."

비슷한 얘기를 여러 번 나눈 탓인지 동생도 별다른 생각을 비치지는 않는다.

예전과 같이 형제, 자식이 많지 않은 시절이다. 먹고 사는 일이 각양각색이고 각지각처이다.

그나마 우리 세대가 떠나고 나면, 전통이라는, 아들이라는 무의식적인 관습과 사회통념에 자식세대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가능하면 내 세대에서 일정부분 매듭을 지어야겠다. 그것이 내가 할 일이고 부모로서의 역할이겠다.

명절차례와 제사도 간소화해야겠다.

명절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나 술을 올리면서 드리는 예(禮)를 뜻한다. 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추념의 마음으로 고인을 기리는 의식이다. 그럼에도 차례와 제사를 준비하면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다.

아내에게, "마음이 중요한 것이니 음식 가짓 수도 줄이고 오래 걸리는 것은 사다가 하자"고 말을 한다. 그녀는 "알았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그렇게 되지를 않는단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노동의 강도가 여실히 보인다. 마치고 난 후엔 종종 몸살을 앓기도 한다.

그렇다고 차례와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형식이 내용인 경우도 있다. 형식과 틀이 내용을 잡아주고 본질을 좌우할 수도 있다.

다만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차례와 제사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차례이든, 제사이든 그 의식의 기저에는 핏줄의 연연함이 있다. 단정한 마음으로 조상들을 공경하며 금생의 가족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예법의 마음이 있겠다.

명절과 제사시 과중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인네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하리라. 그녀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당신들의 부모와 형제 자매와 어울리도록 배려해야 하리라. 그래서 그 방편의 하나로 음식을 간소화하고 제사의 횟수를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내와 함께 수시로 절을 즐겨 찾는다. 일상에서 조상들을 추모하며 왕생극락을 빌고 있다. 어쩌면 그것도 조상을 공경하는 또 다른 차례와 제사일 터이다. 이년 후쯤 부터는, 설과 추석 명절에는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 성묘를 가서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간단하게 음식과 과일 등을 준비해서 올라가는 것이다. 성묘를 한 후에 둘러 앉아서 음식을 나눠먹으며 고인들을 추모하려고 한다.

조상이라는, 가족이라는 인연의 끈을 풀어 놓으며 그 분들을 또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사전에 나의 5남매 단톡방에 내용을 올릴 것이다. 다른 생각들도 들어보며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야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려고 한다.

할아버지 제사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증손자에게 유독 자애로웠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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