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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1 10:39:13
  • 최종수정2015.09.11 10:39:19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용암동 만화까페 '안녕, 만화'를 운영 중인 황충빈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31. 청주 용암동 '안녕,만화' 황충빈 대표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만화까페 '안녕, 만화'를 운영 중인 황충빈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가게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만화를 좋아했지만 장난삼아서라도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어요. 손재주가 형편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게임회사에서도 디자인 파트는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기획과 매니지먼트에만 집중했죠. 나에게 있어 애니매이션이란 너무 간절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첫사랑 같은 존재였던 거죠.”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만화까페 '안녕, 만화'를 운영 중인 황충빈 대표가 가게 내부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막상 이일을 해보니 만화책의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책을 들여와 포장된 비닐을 뜯을 때 뿜어져 나오는 잉크냄새는 정말 황홀하거든요. 냄새를 맡으러 쫓아다녔던 소독차만큼 치명적이죠. 구매한 중고책이 새 책 같은 상태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된 기분이 들고요. 온라인으로 구하기 힘든 절판본 판매 글을 발견하고 첫 번째 구매 댓글을 달았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만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만화를 통해 이렇게까지 행복해 질 수 있을진 몰랐어요.”

“제가 이일을 맘 편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와이프가 수도권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참 고마워요. 그녀도 만화를 좋아하지만 직장일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만화방 한다는 남편을 무작정 응원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졸지에 주말부부가 되는 거고요. 그런 우리에겐 14개월 된 아이가 있어요. 와이프가 주말마다 데려오는데 그날이 너무 기다려져요. 아이가 이곳에선 책을 있는 대로 다 꺼내고 만지면서 이 공간 자체를 신나게 즐기거든요. 뭘 알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친근하게 책에 접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모든 부모가 그 마음을 공감할 거예요. 그 땐 마치 이 가게가 전원주택 뒷마당이 된듯한 느낌이에요. 왜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있잖아요. 마당에서 가족들이 모여서 바비큐도 구워먹고 잔디에 뒹구는 그런 기분. 안 보이는 곳에선 누군가가 비누방울을 불어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그런.”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만화까페 '안녕, 만화'를 운영 중인 황충빈 대표가 자신의 가게 내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성인만화는 소수의 만화가들이 독점하고 있다시피 해요. 그 장르에 진입장벽이 높은 건지 이상하게 신예작가가 출현하지 않더라고요. 그렇다보니 성인만화가들의 작품은 자가복제식이 많아요. 이야기의 서사나 플랫이 다 거기서 거기거든요. 그래도 중년층 남성들에겐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어요. 아무래도 폭력적면서 야한 원초적 자극이 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요? 대체 집안에서 무슨 일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오픈 무렵 오셨던 50대 남자분이 인상에 남아요. 아침 일찍 들어와서는 계산대 옆에 자리를 잡고 누우시더라고요. 자꾸 불러 커피 심부름도 시키고. 만화도 보고 음식도 먹으며 제 옆에서 하루를 함께 보냈죠. 밤 11시가 마감이라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데 그 분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제게 와 돈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당한 그 모습에 당황했어요. 일단 핸드폰 번호를 물어 전화를 해보니 노래방 주인이 전화를 받더라고요. 전날 놀던 노래방에 돈이 없어 저당을 잡힌 거죠. 삶 자체를 그렇게 사시는 분이구나 하고 체념한 채 그냥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죠. 공교롭게도 그분이 머문 자리에 수북이 쌓여있는 책 제목이 ‘타짜’였고요. 따로 그런 기술 공부를 하시는 건지, 정말 얄밉더라구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만화까페 '안녕, 만화'를 운영 중인 황충빈 대표가 자신의 가게 내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경기도에 있는 게임회사에서 15년 정도 일했어요. 그러다 게임기반이 PC에서 모바일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게 되었죠. 회사 내부에서도 조정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 같은 40대 초반의 중간 관리자의 입지가 애매해지더라고요. 게다가 이런 저런 일까지 겹쳐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청주로 내려오게 되었죠. 만화방을 오픈하기까지 그렇게 고심하지는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큰 만화방을 갖고 싶었거든요.”

/김지훈·김희란 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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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