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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작가

지자체 대표도서로 잇단 선정… 베스트셀레 작가 반열 올라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그들로부터 힘 받는 소설 쓰고파"

  • 웹출고시간2015.08.27 15:59:57
  • 최종수정2015.08.27 20:13:03
[충북일보] '지구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

그의 책에 나오는 소제목처럼 김선영 작가도 소설로써 '청소년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이 아닐까.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청소년문학부문에서 20만부 판매를 기록, 당당히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섰다. 그에 그치지 않고 다시 '미치도록 가렵다' '특별한 배달'이 연이어 출판되면서 문학계는 충북 청주 출신 김선영(50) 작가를 주목하고 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작가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은 2011년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공모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힘을 가진 작품이란 극찬을 받으며 당선되었다. 이 책이 부산시 독서능력 경진대회 선정도서, 서울시 교육청 추천도서,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부천시 올해의 책, 제천시 올해의 책, 장성도서관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올해의 책, 의왕 도서관 '2015 책 읽는 창원의 책' 선정도서, 고2 문학 교과서(해냄 에듀)에 수록되면서 그는 작가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청주시는 2015 하반기 '책 읽는 청주' 대표도서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선정했다. 지난 26일 수요일 오전, 금천동의 한 북 카페에서 작가를 만났다. 창가에 자리 잡자 제일 먼저 햇살이 도르르 굴러왔다. 가을의 소슬함이 서린 볕살이었다. 작가를 기다리면서 그녀의 책 속 문장들이 스쳐 지났다.

'삶 전체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우린 지금 몇 시쯤 됐을까· 아마도 새벽 다섯 시·'

푸르스름한 새벽녘, 청소년들로서는 한없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시간대를 걷고 있지만 삶의 신산함은 아이들에게도 똑같다. 더 이상 길이 없을 것이라고 몸부림치며 가파른 걸음을 옮길 때, 작가는 이야기로써, 때론 강의를 통해 그들 삶의 균형을 잡아주려 노력한다.

10 여 년 전,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씨는 '향후, 청소년 문학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말처럼, 이주민 자녀의 삶을 다룬 소설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가 50만부를 돌파하고 영화로까지 이어지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김선영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이 그 바람을 이어가면서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서서히 열고 있는 것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생각을 조금 흔들어주는 것이었어요."

작가의 역할을 정의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지구촌 모든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울림 같았다. 삶의 중심은 어차피 흔들려야 잡을 수 있는 것. 청소년기에 아파하고 방황하는 것은 당연하다.

데뷔작은 청소년소설이 아니었는데 이후, 그녀가 청소년문학에 발을 디딘 이유가 궁금했다.

"90년대부터 동화시장이 열렸죠. 그런데 청소년문학은 없었어요. 아이들이 동화를 읽다가 갑자기 어른 소설로 넘어가기는 힘듭니다. 그때 '완득이'가 세상에 나와 징검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청소년문학이 각광받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습작기까지 치면 15년 정도 무명시절을 겪었습니다. 논술교사로 생활하면서 청소년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어요. 2004년 등단했는데, 학생들을 많이 만난 것이 엄청난 자본이 됐습니다. 할 이야기들이 많아졌고 특히 아이들 자살사건은 가슴에서 쉽게 떠나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른 형식으로 그들에게 이야기를 건네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김 작가는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소설로 등단했다. 당선작 '밀례(緬禮)'란 제목이 낯설었다.

"밀레의 만종을 떠올렸죠·(웃음) 밀례는 무덤을 옮기는 이장의 옛말입니다. 아버지의 무덤을 이장한 적이 있었죠. 이장은 산 사람의 마음의 삶도 옮겨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밀례를 쓰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뼈까지 보여주며 글을 써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글의 자유로움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한 여자, 한 남자로 볼 때, 아버지의 삶이 짠했어요. 38살에 썼는데, 신문사에 덜컥 당선된 거죠. 그렇게 작가로의 길로 접어든 겁니다."

문학이야기와 더불어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무게 중심이 청소년 문제로 옮겨간다. 아직도 '왕따 문제'는 많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어떤 대안은 없을까. 청소년들의 마음을 수없이 옮겨 담았을 그녀의 마음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된 지혜의 향은 없을까.

"무인도에 떨어져 살면 갈등도 없겠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함께 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자존감이 높아지면, 또래집단에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없어집니다. 초등학교 때 저는 시골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자연 속에서 어울렸어요. 그러다 중1때 '자발적 왕따'가 됐어요.(웃음) 책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됐거든요. 또래들과 소통이 활발하진 않았지만, 책과 글을 좋아하다 보니 나만의 세계가 형성되더군요. 자아가 단단하면 무엇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고 연대(連帶)와 소통이 가능한 거죠."

청소년소설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강연 중에 만난 학생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눌까.

"1년에 80회 정도 중고등학교나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는데,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나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은 찰나처럼 지난다. 벼랑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 나에게는 다양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라. 고통의 시간이든, 행복한 시간이든 찰나다. 너만의 내공을 키워라. 인생을 길고 넓게 보는 법을 배워라. 괴롭히는 친구가 있어도 영원하지 않다. 지금의 생각이 전부가 아니다.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이 현재 갖고 있는 생각들이나 처한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흔들어놓는 것에 만족합니다."

지금 그녀의 삶은 온통 청소년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 했다. 쓰고 있는 분야도 그렇고, 자주 만나는 강연 대상자들도 주로 청소년이다. 작가의 출발점은 특정한 분야에 매이지 않는 문학이었다. 향후, 계속 청소년문학을 할 것인지, 혹은 또 다른 것들을 꿈꾸고 있을까.

"청소년소설은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죠. 언젠가는 이 옷이 작다며 갑갑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때는 과감히 더 큰 옷을 찾아 나설 겁니다. 문학에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요. 화두처럼 마음에 그 질문을 품고 글을 써요. 전체적으로 그런 큰 흐름을 갖고 갑니다. 모든 작가들은 대부분 글의 화두를 갖고 사는 것 같아요. 자기를 관통하는 어떤 깨달음이 있어야 해요."

그녀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유명작가보다는 그저 전업 작가를 소망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 그녀는 삶에서 스스로 독립운동과 같이 치열하게 '글' 하나로 자신의 꿈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다시, 청소년에게 눈길을 준다.

"시간은 추상적이고 다채로워요. 청소년들은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죠.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어요. 20대의 또 다른 시간을 기대해보면 좋을 것입니다. 늘 긍정하며 스스로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절망의 시간들을 희망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어요.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요.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그들로부터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녀의 말을 듣노라니 문득 정현종 시인의 시 제목이 생각났다. 그녀가 작품으로 구현하는 세계, 특히 청소년이 살아내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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