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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유일 동백나무 연리지 '외연도 사랑나무'의 미스테리

태풍 피해 2년만에 결국 고사…생전 모습 현장 보존
"밀려드는 연인들로 훼손되며 죽어간 인재" 주장도
120년생 '연리지 미스테리'는 아직도 규명 안 돼

  • 웹출고시간2012.08.06 19:54: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2010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 피해를 보기 이전의 외연도 사랑나무 모습.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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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 피해를 보기 이전의 외연도 사랑나무 모습.

ⓒ 최준호 기자
"살아났을까,죽었을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돼."

여름 휴가를 틈 탄 외연도 사랑나무 취재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모 리조트에서 1박을 한 기자는 지난 1일 낮 12시45분 대천항을 출발하는 에버그린호에 올랐다. 호도를 거친 배는 직선 거리 53㎞의 서해바다를 1시간 30분간 항해,외연도항에 닿았다.

2010년 9월 4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직후의 사랑나무 모습.

ⓒ 보령시
◇'미라'가 된 사랑나무=10여년만에 찾아간 섬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항구에 큰 건물이 늘었고,노래방도 있었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마을 담장,이승복 동상이 있는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자 섬의 명소인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 136호)이 나타났다. 안내판 하나 없던 10여년전과 달리 탐방로엔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목재데크가 잘 깔려 있어 노약자도 접근하기 쉬워 보였다. 하지만 무성한 동백나무숲 곳곳에서 태풍 피해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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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를 본 지 2년만에 결국 말라죽은 외연도 사랑나무.

ⓒ 최준호 기자
몸통 윗부분이 절반 이상 잘려나간 나무는 마치 전쟁터에서 다리가 잘려 돌아온 상이군인 같았다. 중간 부분이 부러진 채 말라죽은 거목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외과 수술 중'이란 표지판이 붙은 나무만도 수백 그루는 돼 보였다.

'사랑나무 가는 길'이란 안내문을 따라 갔다. 마침내 숲 중간 부분에서 'H'자 모습의 그로테스크한 나무 구조물이 나타났다. 기자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바로 사랑나무였다.

하지만 날렵한 두 몸체,몸체를 이어주는 '가녀린 팔'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2개의 줄기마다 부목이 2~3개씩 설치돼 있고,줄기를 이어주는 가지 부분엔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껍질은 곳곳이 떨어져 나갔고,이파리 하나 없는 몰골이었다. 아름다운 숲 속에서 오래 된 미라를 보는 느낌이었다. 기자의 가슴을 떨리게 하던 '사랑나무'는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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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림으로 가는 외연도 마을 담장에 그려져 있는 사랑나무 벽화.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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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태풍 피해를 본 나무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외연도 상록수림 모습(바로앞 사진 포함).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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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태풍 피해를 본 나무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외연도 상록수림 모습.

ⓒ 최준호 기자
◇인재,그리고 천재=국내 유일의 동백나무 연리지는 2000년대 이후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특히 2008년 모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요즘같은 여름철이면 외연도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2010년 9월 4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는 외연도 상록수림에도 엄청나게 큰 피해를 남겼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당시 3만2천295㎡(9천786평)의 광활한 상록수림에 있는 나무 680그루 중 70%가 가지가 부러지는 등의 피해를 봤다. 지름 35㎝ 이상인 거목 35그루는 뿌리째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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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2천295㎡(9천786평)의 넓은 땅에 동백나무,후박나무,팽나무 등 각종 상록수 680여그루가 우거져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외연도 상록수림.

ⓒ 최준호 기자
다른 나무들과 달리 두 몸이 긴 가지로 연결돼 있어 강한 바람에 취약했기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당시 태풍 피해로 사랑나무는 '중환자'가 됐다. 두 기둥 모두 뿌리가 뽑히고,기둥을 연결하는 가지도 2곳이 크게 부러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는 순사(殉死)를 연상케 했다. 사랑나무가 죽음 직전 상태에 이르자 가장 마음 아파한 사람은 마을 주민들이었다. 사랑나무는 지난 100여년간 외연도 주민들의 '수호신'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풍 피해가 아니었어도 사랑나무는 인간들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연인끼리 손을 잡고 연리지를 통과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연인이 이곳을 찾았다. 심지어 가지에 매달려 인증샷을 찍는 몰상식한 연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나무는 마치 대도시 한복판에 방치된 가로수처럼 사람들에게 시달리면서 훼손돼 갔다. 태풍이란 '천재(天災)'이전에 심한 '인재(人災)'가 닥친 셈이었다.

◇관광객 감소=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2년,이제 상록수림은 겉으로는 옛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종전과 달리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주민 최 모씨(67·여)는 "사랑나무가 태풍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며 "당국이 천연기념물의 일부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통제하고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랑나무는 더 이상 살릴 방법이 없다"며 "상록수림 전체를 잘 관리해서 관광객들이 다시 외연도를 즐겨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리지 미스테리=전 국토의 약 63.7%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전국 방방곡곡에 나무 2그루의 줄기나 뿌리가 서로 붙은 연리목(連理木)이 많다. 하지만 두 그루의 가지가 붙어 한 몸이 되는 현상인 연리지(連理枝)는 매우 드물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연리지를 희귀하고 경사스러운 일로 여겼다. 120년생 정도로 추산되는 외연도 사랑나무 연리지는 2m정도 떨어진 각각의 줄기가 지상 2.5m 높이에서 1개의 가지로 서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나무가 이어진 틈새는 육안으로 찾을 수 없다. 가지가 서로 붙은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외연도/최준호기자 penismight@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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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랑나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외연도 상록수림 곳곳에서는 '제2의 사랑나무'를 만들려는 듯한 시도가 곳곳에서 보인다.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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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항 입구에 있는 외연도 지도.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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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일 외연도 상록수림을 취재 중인 최준호 기자.

ⓒ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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