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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03 15:17:5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성급한 여름은 가지마다 신록을 입히느라 분주하다. 문학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지자는 회장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해는 벌써 기울어 사방이 암흑 속으로 '무너미 청국장' 이란 소박한 이름의 보리밥집을 찾았다. 식당에 들어서자 우리를 환영이나 하듯 개구리들이 합창을 한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환호하며 좋아했다. 마치 이슥한 한여름밤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고요 속을 뒤흔들고 있는 개구리들의 노랫소리가 우렁차게 느껴졌다.

어느 유명한 작가는 개구리 소리를 '걀걀걀걀'이라고 글을 썼다고 말해 주었더니 귀를 기울여 감상을 하며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모내기를 막 끝낸 식당 옆 그 논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지칠 줄 모르는 개구리 소리를 만끽하게 되니 횡재를 만난 것처럼 기뻤다. 더구나 후두득 후두득 빗소리에 묻어오는 개구리 합창은 마치 보컬그룹이나 이룬 듯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어둠속에서 목청껏 소리를 내어 암놈을 부르고 있는 것이리라.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 소리도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보물이지만, 하루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개구리 합창소리만은 못하다는 말이 맞는 말인 듯싶었다. 아련하게 멀어진 고향을 찾은 행복한 마음 되어 갖가지 나물과 청국장 그리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보리밥을 썩썩 비벼 순식간에 한양재기를 해 치웠다. 여전히 저들은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 주고 있다. 식사를 다 끝내고도 일어설 줄을 모르는 일행 중 한 여인은 숫제 그곳에서 개구리 노랫소리 속에 한밤을 지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마당 한쪽 우물가 화단에 분꽃나무가 있었다. 참으로 예쁜 연둣빛 아기 청개구리가 진분홍빛 분꽃에 앉아 아침이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곤 하였다. 그 귀여운 청개구리의 피부는 비단같이 보드라워 보였지만 왠지 만지지는 못했다.

옛날부터 개구리는 우리 삶에서 흔히 만나는 친근한 동물로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견식이 좁아 저만 잘난 줄 거드름 피우는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 등 울음을 잘 울고 멀리 뛰고 숨을 펄럭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속담이나 설화 민요 동화로 다양한 소재가 되고 있다.

개구리는 바깥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땅속 깊은 곳이나 물밑 등 온도의 저하나 변동이 적은 장소로 이동하여 120여 일을 겨울잠을 잔다. 매년 24절기의 하나인 경칩에 동면하던 개구리는 깨어난다. 그래서 경칩을 '개구리 우는 날' 또는 개구리 나오는 날'이라고 부른다.

김정자 약력

△'한국수필'로 등단

△청주시문화공로상 수상

△법무부 전국교정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청주예술공로상

△제7회 홍은문학상 수상

△한국수필작가회 충북수필문학회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역임

△1인1책 펴내기 운동 프로그램 강사, 청주시민신문 편집위원

△저서로는 세월속에 묻어난 향기, 41인 명작품 선집
ⓒ 김태훈 기자
동면에서 깨어난 산개구리는 번식기에 들어 못자리 또는 얕은 고인 물에서 암컷과 수컷이 포접한 채로 산란을 하게 되는데 한 뭉텅이 되는 커다란 알덩어리를 산란한다. 그 덩어리 속에는 1000개 정도의 알이 들어있다고 한다. 부화한 후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가 되어 어미 개구리가 살았던 야산으로 돌아가는데 본능적으로 행렬을 지어 일제히 행진하는 길은 생과 사를 가르는 길을 떠난다. 목숨을 건 도로횡단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더욱이 차량으로 가는 사람은 더더욱 관심이 없다. 어린 개구리들은 부모처럼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량에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기도 한단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어느 독자의 그런 편지 내용을 듣고 갑자기 개구리 일생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라디오의 그 애청자 부부는 개구리들의 행렬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잠시 차를 세우고 비닐봉지에 주워 담아 그 횡단보도 넘어 숲으로 수백 마리를 살려 건네주노라 해 저무는 줄도 몰랐다고 하였다. 다행히 차량 바퀴에 깔려 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차량에 깔려 개구리들은 더 이상의 개구리가 아닌 납작한 모습으로 변한 체 나뒹굴고 있는 광경을 실감 나게 묘사하여 보내온 이야기에 새삼 놀라기도 하였다.

용케도 살아난 제법 많은 숫자의 개구리들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수로를 건너 밭을 가로질러 숲이 있는 조그만 동산으로 함께 이동한다. 숨이 차면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풀숲을 헤치기도 하고 웅덩이를 지나기도 하며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렇게 개구리들의 행렬은 일정한 장소를 향하여 전진만 하다가 난간에 오르다가 떨어져 죽기도 한다. 그뿐이랴 필사적으로 머나먼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그들의 천적인 새나 뱀을 만나 먹히기도 하는 처절한 생을 마감하기도 하리라.

그들도 사람 살아가는 인생행로와 무엇이 다르랴. 열심히 숨 가쁘게 전진만 하는 삶을 살다가 잠시 쉬었다 가는 모습, 목적을 달성하여 성공을 눈앞에 두고 생각지도 못한 간악한 자를 만나면 결국 이루지 못하고 비참한 생을 마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치의 앞을 모르기는 매 한가지가 아닌가.

그들이 숲에 다다르면 어린 산개구리들이 죽을 고비를 넘어 살아남았음을 자축이라도 하듯이 개골개골 소리를 낸다. 살아온 동료를 환영하기 위해서인가.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는 고충에도 운이 좋게 살아남는 산개구리는 길게는 15년~18년은 능히 살 수 있다고 한다.

개구리는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로 나타날 때도 있다. 시끄럽기만 하고 이로울 것이 없다는 예로 이조 시대에는 밤낮으로 글을 읽는 사람을 '성균관 개구리'라고 표현되기도 했고, 빈천했던 과거를 잊고 잘난 체하거나 큰소리치는 못난 사람을 개구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겨울철만 되면 때를 가리지 않고 바위 밑에 동면하고 있는 많은 개구리가 죽어가고 있으니 멸종이 우려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오늘 밤, 물고인 논바닥 곳곳에 흩어져 있는지 어둠에 잠긴 들녘 전체가 개구리 합창소리로 가득하다. 암흑 속으로 한 아름씩 들려오는 그들의 소리는 울음으로도 들리고 합창하는 노래로도 들린다.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그렇게 각기 다르게 들리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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