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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뜨락 - 유채꽃 향기 속에 쏟아지는 별 밤

  • 웹출고시간2013.04.28 18:56: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한 달 동안 실버 아파트에서 보낸 적이 있다. 55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실버 아파트에 잠시 입주하게 해주어 미국 여행길에 신세 진 J 여인이 서울에 왔다. 그녀도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마지막으로 고국의 여행길에 오른 셈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고 싶어 때를 맞추어 왔다고 했다. 신세도 갚을 겸 원님 덕에 나발 분다 고, 그녀와 더불어 제주도를 선택하여 4박5일의 여행길에 올랐다.

조선 시대 500년 동안 인조반정으로 폐위당한 광해군을 비롯하여 송시열ㆍ김정희ㆍ최익현 그리고 한 말의 거물 정객인 김윤식과 박영효 등 200여 명에 이르는 고관대작들이 유배되어 한 맺힌 세월을 보내야 했던 비운의 섬 제주도! 그 시대에 숨겨졌던 작은 섬 옛 이름 탐라였던 제주는 유배지의 역사로 기억되어있다. 그래서인가 몇 번을 갔었지만, 늘 서글픈 마음으로 올레길을 걸었었다.

하지만 제주도로 유배 된 많은 선인은 유배생활 동안 자기 성숙과 학문적 완성을 이루어냈다. 추사 김정희 선생(1786~1856)은 제주에서의 유배생활 중 추사체와 국보 180호로 지정된 '세한도'를 완성했고 고종에게 흥선대원군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하다 제주에 유배됐던 면암 최익현 선생(1833~1906)은 유배가 풀린 직후 2박 3일 동안 한라산을 등정하고 나서'먼저 내 글을 남겨 한라산에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라며 [유한하산기]라는 기행수필을 발표하였다.

이번 여행은 전 보다는 명쾌하고 쾌활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육지에는 주위가 온통 무채색으로 덮여 꽃 색깔이 제대로 나지 못하지만, 제주도는 하늘과 바다의 푸른색과 새로 돋아나는 나뭇잎과 풀의 초록색이 꽃 색깔과 잘 어우러져 더욱 두드러지고 밝게 보이는 산뜻한 봄의 제주가 나를 반겼다.

김정자 약력

△'한국수필'로 등단

△청주시문화공로상 수상

△법무부 전국교정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청주예술공로상

△제7회 홍은문학상 수상

△한국수필작가회 충북수필문학회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역임

△1인1책 펴내기 운동 프로그램 강사, 청주시민신문 편집위원

△저서로는 세월속에 묻어난 향기, 41인 명작품 선집
제주의 4월은 역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정신을 혼미할 정도로 매혹시킨다. 특히 바람과 유채꽃밭은 세계 10大 관광지로 뽑힐만하다.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손에 넣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동안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오감으로 치유하는 힐링의 섬이 되어 지친 내 영혼을 맑게 전환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나의 과욕에 지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제주도의 거칠고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꿋꿋하게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우는 봄꽃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시원하고 산뜻한 싱그러운 바람이 유채꽃 향기를 나른다. 두 팔을 벌리며 유채꽃밭으로 숨어들어 그녀와 나는 연방 행복한 사진 찍기에 바빴다. 강하지도 않고 상큼하면서도 달큰한 유채꽃향내는 10대 여학생을 연상하는 풋풋함이 담겨있다. 살며시 눈을 감으니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지난날의 아픈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권력에서 밀려난 선인들을 먼 지역에 깊숙이 가두어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형벌이었던 제주 유배지에서 나는 지금 선조가 걸었던 이 길을 깊은 사색과 여유로 한발 한발 내 디디며 만발한 유채꽃을 바라본다. 내 인생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닿았음을 실감하면서…….

유채꽃은 겨자 과에 속하는 식물로 밭에서 재배하는 두해살이풀로 '평지'라고도 한다. 길쭉한 잎은 새 깃 모양으로 갈라지기도 하며 배추꽃과 비슷하다. 아름다운 노란색 물결은 자연을 아름답게 해줄 뿐 아니라 제주 농가의 수익을 한층 높여주고 있으리라. 노르웨이나 스웨덴에서도 유채 재배가 많아 식용유로 인기가 좋단다.

그동안 둔탁했던 해안 길은 거의 아름다운 올레길로 변하였다. 마냥 해변길을 걷노라니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청정한 바람과 넘실대는 하얀 파도가 눈·코를 스치고 얼굴에 맞닿은 찬 이슬로 눈을 뜰 수가 없다. 제주는 바람, 파도 새소리의 본향이 아닌가 싶다. 바다 냄새, 유채꽃 향기와 덩달아 따라나서는 돌과 나무들의 촉감도 신선하다. 순수자연의 베풀어주는 선물이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듯싶다.

어느새 저녁노을이 가득할 무렵, 또 다른 풍경의 고즈넉한 유채꽃 돌담길이 우리를 맞는다. 담 너머로 '바다와 풍경'이란 너무도 예쁜 카페가 보인다. 둘이는 히즐러 커피 향으로 다리의 피곤을 풀 겸 깊숙한 의자에 편안하게 앉았다. 바다는 여전히 철썩철썩 귓속으로 파고드는데…….

저만치 우리가 묵을 숙소앞마당에 수 십 대의 수학여행 버스로 마당을 가득 메웠다. 전라도에서 온 모 여고 학생들이란다. 그녀들은 유채꽃의 싱그럽고 상큼한 향내를 내뿜으며 재잘댄다. 저 청소년들도 조선 시대 가장 지독한 유배지였던 이곳에 선인을 기리며 자발적 유배 길을 걷고자 이곳을 찾은 것인가….또 다시 깊은 상념(想念)에 젖어든다.

초저녁부터 밤이 이슥토록 알아듣지도 못하는 환호성 아닌 괴성과 함께 까르륵! 까르르! 잠시 쉬지도 않고 소리를 질러대며 수학여행의 첫날밤을 지새우더니 자정이 한참 지나서야 고요해졌다. 그제야 우리도 잠자리 들기 전, 오붓한 제주의 첫날밤을 콘도 앞마당 벤치에 나란히 누었다. 맑은 밤하늘에 예쁜 눈썹을 그린 초승달, 수없이 내리쏟는 별 밤이 그녀와 나를 또 한 번 자연경관의 황홀경으로 몰았다. 평생 잊히지 않는 황혼 길목의 이야기로 날 새는 줄 몰랐다. 삶의 길에서 강약(强弱)이 있고 농담(濃淡)이 있고 명암(明暗)이 있었을 터이지만 우리는 누적된 행복감만 묻어났다.

청정 바다와 정감이 가득한 돌담길, 그리고 유채꽃 세 가지 색이 어우러진 제주의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 또한 예쁜 추억을 선사하지만, 나의 삶도 어딘가로 향해서 끝없이 나아가는 과정 의 시간들이 오늘도 소리 없이 또 어김없이 흘러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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