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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9.02 17:52: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 그나마 세력도 약한 놈이 하얗게 올라와서 보기에 영 마땅찮다. 머리 염색하는 것을 게을리하니 이놈들이 더 기승을 부린다. 머리에 조금씩 바르기 시작한 염색약이 이제는 머리 전체에 발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올라오면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흘렀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연의 섭리이니 어쩌겠는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원래 적은 머리숱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지금처럼 듬성듬성한 게 아니라 모판에 모 자라듯, 또 다복솔처럼 꽉 들어찼었는데 이제는 자연사(?)한 머리카락이 더 많은 것 같으니 가는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어느 날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몸 어느 곳이 안 좋았었는데 이제는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느니 소화가 잘 안 되어 고생하고 있다는 등, 나는 내 머리카락에 대하여 조언을 듣고 싶어 했지만, 친구들의 머리카락도 제대로 남아있는 사람이 몇 안 되니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런데 예외인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 모발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지금껏 염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순수한 자연산(?),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유산, 그대로라고 해 부러움을 샀다.

두피 관리를 잘하고 건강식을 챙겨 먹는다든지 하면 상당수 좋아질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제 아니다. 달리 먹는 건강식은 없으나 굶지 않고 먹으니 영양이 부족할 리는 없을 터이다. 다만 성질 급한 게 화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 자신 무슨 일이든 빨리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고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타고난 천성이 어디 가겠는가.

앞에 있던 윤 이라는 친구는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인데 부인이 염색약을 한 상자나 사다 놓아서 2~3년은 쓰겠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모두를 웃기게 했다.

'머리에 염색하면 아저씨이고, 염색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라고 한다는 유머가 나돈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맞는 말일 게다. 지금은 젊은 사람도 머리에 새치가 많아서 희끗희끗 한 게 머리만 보아서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뒤에서 보면 머리숱이 많고 새까맣게 보여도 돌아선 모습은 인생 연륜이 덕지덕지 앉은 노인일 수도 있다. 그러니 우선 머리가 새까맣게 보이면 아저씨 호칭을 붙이고, 새하얗게 보이면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어느 때는 젊은 층으로부터 '어르신'이란 호칭을 들을 때가 있는데 나는 그 말을 들을 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어르신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아버지를 높여서 이르는 말, 나이가 많은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내가 마치 노인이 된 것처럼 느껴져 싫다. 부르는 측에서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봄직도 하다.

어느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에게 '어르신'이라고 불러서 거북하기도 하고 또 분위기가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 것 같아 듣기에 어색했다.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난 사람이어서 더 불편했다. '나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어르신으로 부르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더니 그래도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미안해한다.

나만 '어르신'이란 말을 듣기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몇몇 사람도 그런 말을 들으면 이상하다고 했다.

모 산악회에서 울산바위를 간다고 해서 따라간 일이 있었다. 한 좌석에 앉은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중이었다. 그분은 내가 여행자 보험 용지에 주민등록번호 쓰는 것을 보고는 '참 좋을 때입니다.'라며 나를 쳐다본다. 내가 보기에는 얼굴에 주름살도 없고 머리도 새까맣게 보여서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다. 그런데 '참 좋은 때라니·' 내 의중을 짚었는지 자신은 7학년(70세)이라고 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10여 년은 젊어 보였다. 건강관리를 잘한 것이리라. 옷도 맵시 있게 입은 것은 물론 원색이어서 뒤에서 보면 젊은이로 착각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어르신 아주 건강이 좋으십니다.'라고 했더니 그분 말씀이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어르신이란 말이라고 하며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진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서 어르신이라고 했는데 나의 실수 아닌 실수였다. 상대방의 의중을 미리 짐작하는 혜안이 내게는 없었던 게다.

나의 옷을 살피고는 되도록 옷도 밝은색으로 입고 다니는 게 좋단다. 그래야만 나이 든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는다는 게다. 일리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원래 옷도 많지 않거니와 옷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날도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철과는 관계없이 검은색 계통의 육거리 표(재래시장) 등산복에 낡은 배낭을 메었다. 유명 메이커 제품으로 깔끔하게 매무새를 낸 자신과 비교하면 칙칙하게 보였음은 당연할 것이다.

꼭 그의 말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이제는 밝은색 계통의 옷을 입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 있다. 어르신이나 할아버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머리에 염색도 자주 해야겠다. 그렇게 하면 나도 아마 청춘으로 보이진 않을지라도 준 청춘쯤으로는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박순철 약력

충북 괴산 출생
동양문학 신인상 당선(1990년)
월간『수필문학』천료(1994년)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문학충북작가회장,
충북수필문학회부회장 역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04년)외 다수
수필집『달팽이의 외출』『예일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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