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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28 18:02: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그대여, 어느새 가을입니다.

아직은 눈에 드는 것들이 푸른 것으로 성성한데 말입니다. 내 안에 가을의 느낌은 적어도 가로수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어야겠지요. 그리고 스산한 기온이 느껴져 얇은 옷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손가락 끝이 시린 느낌이 들 무렵입니다. 무엇보다 내 눈으로 산천의 고운 빛깔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일 겁니다. 가을을 앞에 두고 너무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거 인정합니다.

지구에 숨탄것들을 일제히 녹여버릴 듯 작열하던 열기도 어느덧 조금은 사윈듯합니다. 올해는 두 번의 큰 태풍으로 만물이 생사의 고비를 겪어야 했지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숨은 곳에선 어떤 것은 죽음을 맞고, 또 어떤 것은 새로이 태어난 것들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이 모든 것을 자연의 순리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난 이런 현상들이 못 미덥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매일 식당을 오가며 눈길을 주던 늙은 모과나무가 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푸른 이파리가 무수히 떨어져 잔디밭을 덮었습니다. 여러 명이 잔디밭에 떨어진 나뭇잎을 빗자루로 쓸어낼 정도였으니까요. 그 줄기에 위태롭게 매달린 모과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나의 염원이 하늘에 통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따른다면, 모과는 가을볕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몸통을 키우며 몸빛을 달리하겠지요.

얼마 전 소설가 박경리 옛집을 돌아보며 '가을'이란 계절이 이미 우리 곁에 당도해 있음을 알았습니다. 내 범주 안에서 종종대며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니 모를 수밖에요. 나의 삶은 참 근시안적 생활을 하고 있구나 싶었죠. 최근에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많아 어디론가 가 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으니 더 그럴 겁니다.

이은희 약력

청주출생. 월간문학 등단. 제7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제13회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제17회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제17회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외 다수.『검댕이』,『망새』,『버선코』,『생각이 돌다』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위원,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

옛집으로 찾아가는 길목의 가로수는 이미 가을옷으로 갈아입었고, 벼 수확을 마친 빈 논도 간혹 눈에 띕니다. 진정 내가 놀랐던 순간은 박경리 옛집 입구 골목에 섭니다. 길게 휘돌아진 돌담엔 붉은 담쟁이가 가을 햇살을 받아 온화한 빛깔을 발하고 있었지요. 빛을 받은 부분은 주홍빛 여린 빛깔로, 그늘진 부분은 진한 붉은빛으로 조화를 이루었답니다. 그래요. 내가 그리워한 석양에 타는 저녁놀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고 푸근한 느낌이라고 말할까요.

아무튼, 내 입에선 저절로 "가을이구나."라고 작은 탄성이 일었지요. 그러나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답니다. 돌담의 정경은 조금은 쓸쓸하며 편안하게 다가왔어요. 나는 주인 없는 집 담장에 시선을 두고 한참을 바라보았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든다는 증거겠죠. 젊은 시절은 그저 '아름답다.'라는 표현 하나로 그곳을 스치고 말았을 풍경이었지요. 그곳을 서성이다 감정을 가라앉히고자 내가 행동으로 옮긴 일은, 이 정경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숨 고르며 카메라 셔터를 연속으로 누른 일입니다.

그대여, 진정 붉은 돌담은 가을의 전령사처럼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가을은 소리 없이 내 곁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답니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계절은 순리대로 그 순서를 밟고 있었던 거지요. 가을 속으로 내달리는 계절도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다가 겨울이란 녀석에게 바통을 미련 없이 넘겨줄 겁니다.

그래요. 더는 후회 없도록 이 가을을 즐기고 싶습니다. 젊은 날은 하나를 더 가지려는 욕망이 간절했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런 욕심에서 멀어지는 연습을 해두어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온전한 계절을 느끼려면, 내 안의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있어야겠어요. 그래야만 내가 원하는 걸 비워둔 공간에 채울 수 있으니까요.

옛집에서 돌아오던 길에 잠시 머문 상원사 근처 작은 카페는 가을의 정점에 들었지요. 풀벌레 소리 잔잔하고, 구절초가 환히 반기는 저녁 무렵. 산채비빔밥을 뚝딱 해치우고, 장작불이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 정겨운 밤이었답니다. 이곳에서 세상 물정 나 몰라라 시간 흐르는 줄 모르고,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한가로이 책 읽고 글 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아직은 부질없는 생각인가요.

그대여,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그대도 예전의 내 모습처럼 업무에 빠져 있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가을을 온전히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월이 다 가기 전에 낙엽 떨어지는 가로수 길을 하염없이 걸었으면 좋겠다고 통신을 보내렵니다. 부디 시간이 없다는 회답은 아니 오길 바라며, 진한 커피 한 잔을 들고 가을 속으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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