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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25 17:26: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라고 해서 임산부들은 기대가 크다. '흑룡의 해에 결혼하면 잘 산다.' '흑룡의 해에 아기를 낳으면 좋다.' 등 소문도 분분하다. 그래서일까. 꽃피는 춘삼월을 앞두고 선남선녀의 새 출발을 알리는 결혼식 초대장이 심심찮게 날아온다.

꼭 흑룡의 해가 아니어도 백년가약을 맺는 자리에 초대받는 일은 영광이다. 새 보금자리를 꾸미는 젊은이들의 성스러운 모습을 지켜봐 주고 축복해 주어야 할 일이지만 겹치는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할 때도 생긴다. 그럴 때에는 축하하는 마음으로 성의 표시라도 하면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도 한다.

지난해 연말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지인 아들 결혼식 날이 공교롭게도 친척 집 혼사와 겹치는 날이었다. 아내와 둘이 나누어서 가도 되겠지만, 친척 집 큰일에는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지인 아들 결혼식에는 축의금만 보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전에도 축의금을 보낼 때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편에 보내곤 했다. 가는 편이 마땅치 않으면 우체국에 가서 예쁜 카드와 함께 전신환으로 보내기도 하지만, 수수료도 나가고 좀 번거롭다. 게으름을 피우다 우체국 갈 시간마저 놓치고 나면 혼주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한다. 얼마 안 되지만 축의금을 보내고자 하니 통장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지만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다.

이번에 아들 결혼시키는 지인은 개혼이었다. 가서 축하해주어야 도리이지만, 사정이 그렇질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그 결혼식에 갈만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그날 일을 예측할 수 없다며 가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전해 주겠다고 한다. 무척 고마웠다. 쉬 만날 일이 없을 것 같기에 통장번호를 불러달라고 해서 통장으로 입금까지 시켰다. 결혼식까지는 3~4일 정도 남았으니 입금된 돈 찾아서 전달해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았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즈음은 집안에 크고 작은 일 치르고 난 다음에 다녀간 사람이나 부조금 보내온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서신을 보내는 게 관행이자 예의다. 물론 가까운 친지나 이웃들에게는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모임을 앞두고 그 지인을 만나면 미안하다는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큰일 넘어간 지가 꽤 여러 날 되었는데 아직 인사말을 안 보낼 지인이 아니었다.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평소 지인의 성품으로 봐서 그럴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축의금을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친구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었느냐고 물어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부탁받은 친구가 잊어버리고 전달하지 못했거나 접수가 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그리하지 못했을 거다. 용기를 내어 아들 결혼식을 치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축하해주러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한데 지인의 대답은 정신이 없어서 누가 오고 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내가 그날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가지는 못했지만 참석하는 사람 편에 적은 성의나마 보였는데 접수가 되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지인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내 이름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며 확인해 보겠단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지인은 우리 집 큰일에 꼭 다녀갔으며 그때마다 부조금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내가 그냥 넘어간다면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리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부조금 떼어먹는 사람쯤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전화를 걸어왔다. 축의금 접수대장에 내 이름은 없어도 그렇게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단다. 축의금 받은 거나 진배없으니 마음 쓰지 말라며 나를 위로한다. 정말 미안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결혼식 지나 간지도 한 달이 넘었는데 지금 축의금을 보내기도 좀 그랬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생각다 못해 축의금 전달해주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상 안부 끝에 그때 축의금 전달해 주어서 고마웠다며 통장에 입금 시켰으니 확인해 보라고 했다. 친구의 대답은 바로 전달했을 것이라며 자신도 그날 참석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단다. 확신이 서지 않는 대답이다. 그렇다고 재차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며칠 후 아들 결혼식을 치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모님이 내가 축의금 부탁한 것 깜빡 잊고 있었다며 통장 번호 묻기에 알려주었다고….

오늘따라 날씨도 화창하다. 오색풍선으로 치장한 승용차가 천천히 내 앞을 지나간다. 신혼부부를 태웠음이리라. 저 부부뿐 아니라 백년가약을 맺은 모든 신혼부부가 흑룡처럼 용맹하고 지혜로운, 우리나라를 짊어질 동량들을 낳아주었으면 좋겠다.

박순철 약력

충북 괴산 출생
동양문학 신인상 당선(1990년)
월간『수필문학』천료(1994년)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문학충북작가회장,
충북수필문학회부회장 역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04년)외 다수
수필집『달팽이의 외출』『예일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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