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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07 18:03: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사방을 두루 살핀다. 아는 얼굴을 찾을 수가 없다. 깃발을 든 공연자들이 무대로 올라선다. 민속놀이가 시작되려나 보다. 올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일어난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린다. 역시나 보이지 않는다. 내심 기대를 했건만, 정녕 한 명도 오지 않다니.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꺽쇠의 손에 쥔 줄에 이끌려 걸어 나오는 양반이다. 둘의 모습과 풍자적 대화에 웃음이 절로 난다. 청주에서 보기 드문 민속놀이 '북청사자놀음'이 공연되고 있다. 이 공연을 제대로 보려면 시간을 내 먼 거리인 하회마을을 찾아가 관람 시간을 챙겨야만 한다. 내 고장에서 절차 없이 무료로 주말에 가족과 볼 수 있는데 관객은 많지가 않다. 고전 민속놀이의 현주소를 본 것 같아 씁쓸하다.

요 며칠간 마치 내가 공연의 홍보 요원인 양 직장 동료와 동생에게 소개한다. 모임 홈페이지에 공연 정보를 올리고, 여동생에게도 좋은 공연이니 열일 제쳐놓고 조카에게 보여주라고 권한다. 하지만 조카는 학교에서 '구구단' 시험이 있어 집중해야 한다면 망설이는 게 아닌가. 보러온다는 대답은 없다. 나 혼자 막연히 그들이 오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공연이 막을 내려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칼춤이 끝나고 가면을 쓴 꼽추가 무릎이 접히지 않는지 뒤뚱거리며 무대에 오른다. 손놀림과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소녀는 꺽쇠와 바닥에 앉아 손바닥을 치는 듯하더니 뒤로 벌렁 나자빠진다. 관객의 폭소가 쏟아진다. 그러나 뒤로 넘어지면 불룩 튀어나온 꼽추의 등은 어쩌란 말인가. 순간 입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그의 애환이 전해지는 듯 가슴 한구석이 찡하다.

무동춤이 이어진다. 어른의 어깨 위에 올라 춤을 추는 아이가 마냥 신기한가 보다. 자리에 앉아 바라보던 아이들이 무릎걸음으로 슬금슬금 무대 앞으로 하나둘씩 다가선다. 그래, 어디서 이런 춤을 구경할 수 있으랴. 아이들의 눈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춤이고, 자신도 한번 경험하고 싶은 놀이일 거다. 아이들의 마음 밭에 우리의 민속놀이가 발화하는 순간이다.

이은희 약력

충북 청주출생, 충북대학교 경영대학원졸업,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04년『월간문학』등단, 2004년 제7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2007년 제13회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2010년 제17회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12년 제17회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외 다수. 저서로,『검댕이』,『망새』,『버선코』,『생각이 돌다』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계간『에세이포레』편집위원,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
ⓒ 이은희
음색이 구성지고 처량한 퉁소 소리에 힘찬 징소리를 더한다. 그 소리에 천막에서 기다리던 털북숭이 사자가 지루함을 털듯 온몸을 흔들며 걸어 나온다.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양 앞다리를 모으고 고개를 수그리는 두 사자의 몸짓이 귀엽다. 퉁소 소리에 북과 징이 더하며 사자춤은 역동적으로 변한다. 정글의 사자답게 힘차게 무대를 가로지른다.

한참을 놀던 사자가 갑자기 기진맥진한 채 바닥에 축 늘어진다. 토끼를 한입에 통째로 삼킨 것이 탈이 난 것일까. 영문을 모르는 양반과 꺽쇠가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하지만 사자는 꿈쩍하지를 않는다. 스님이 반야심경을 외고, 침쟁이가 침을 놓아도 효험이 없는가 보다. 결국, 인간의 처방처럼 알약을 먹인다. 기운 잃은 사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한마음 되어 지극정성으로 빌고 비니 기원이 통했던가. 사자가 기운을 차리고 일어선다. 무대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바라보던 아이들의 탄성이 터진다.

두 사자가 두 발로 서는 묘기를 펼친다. 호기심에 한 발 한 발 무대 위로 발을 올려놓았던 아이들과 사자에 흥겨운 놀이 한마당이 벌어진다. 사자가 한 아이를 한입에 삼켜버린다며 덥석 끌어안는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해맑은 미소다. 이어 사자에게서 도망치는 아이에 조카의 얼굴이 겹친다. 책상머리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있을 조카를 생각하니 안쓰럽다.

맞벌이 부부는 주말에 챙겨야 할 것이 많다는 걸 안다. 또한, 여동생의 상황을 봐도 지금의 교육은 바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그 시절을 겪었고, 현실에 급급하여 감성을 키우는 부분에 소홀했던 적도 있다. 부모가 현실에 대한 통찰력과 한걸음 앞서 혜안을 떠야 한다. 무엇보다 꿈이 많은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먼저이리라.

공연장을 떠나며, 나에게 허무한 질문을 던진다. 삶의 깨달음은 왜 그리 늦게 당도하는가. 내 안에 답 없는 메아리만 칠뿐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고작 약을 올리는 일밖에 없던가. 여동생에게 혼자 보기 아쉬운 사자춤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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