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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18 18:59: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면 불리한 세상인가.

가까운 친구가 예전보다 내 성격이 좀 급해진 것 같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자판기 커피 눌러놓고 손 넣고 기다리다 튀는 커피에 손을 데는 모양새다. 언제부턴지 무언가 조급하게 앞만 보고 뛰다가 아차 싶은 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머문 자리가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상황이 바뀌다 보니 그 변화도 한 원인일지 모르겠다.

어느 자리에서든 나의 존재가 빛나고 싶음은 인지상정일 게다. 그러나 유독 본인만을 드러내고자 남다른 이 앞에선 상대적인 소외감을 가질 때가 있다. 이제는 담백함이 오히려 좋을 나이인데, 어느새 자신을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괜한 고집을 피우는 사람들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다. 누가 먼저 기선제압을 하는가가 표면적인 해결 실마리의 관건이기도 하다. 혼자서 꿋꿋하게 서 있기엔 삶은 버겁고 지칠 때가 잦다. 그래선지 나도 발 빠르게 움직이려는 습성이 생긴 듯하다. 느릿하게 대응하다간 무언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며칠 전 운전 중, 앞차 뒷면 유리창에 붙은 문구로 웃음이 터졌다. '까칠한 초보가 타고 있어요.' 서툰 운전에 잔뜩 주눅이 든 상황이니 쓸데없이 경적을 울리거나 겁주지 말라는 사전 경고처럼 보인다.

큰 찻길에서 운전이 미숙한 한 아주머니를 향하여 한 아저씨가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라는 핀잔에 아주머니는 총알같이 '오냐, 쌀 떨어져서 쌀 사러 간다'라고 응수했다던가. 그런 입씨름조차도 옛말이다. 아예 '밥하러 가는 중' 못을 박는다. 누가 나보다 앞서기 전에 방어하려는 세태의 단면이기도 하다.

기본과 원칙에만 충실하기엔 현실은 언제나 변수가 많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일로 꼼수를 부리는 이들 앞에선, 뻔히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할 때의 한계는 씁쓸함뿐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우선 생각이 앞서고 말이 빨라지고 복잡하게 얽히기 싫어 단호해지기도 한다.

살아가는 일이 그저 나의 간절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당연히 아픔 또한 인생일 게다. 그러나 원인이 어디서 시작되었든지 간에 미움과 분쟁은 날 가두어 두는 감옥이다. 결국,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법이다. 여유로움 없이 흘러가는 일엔 빨라서 놓치게 되는 그 무엇이 후유증처럼 남는다.

평소 신뢰했던 한 지인에게 의외의 일로 서운함이 생겼다. 혹시 혼자만의 판단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기보다는 행여 오해라면 속이라도 시원할까 해서 전화기를 들었다. 뜻밖의 연락에 당황스러운 눈치였지만, 차분한 어조로 간결하게 상황만을 내게 설명했다.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하는 처지를 보여 어쩔 수 없이 이해한 듯 마무리했지만, 솔직히 내 안의 앙금은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 어느 자리에서 그분과 부딪히게 되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감정 때문인지 모른 척하려 드는 내게 대선배 격인 그분이 먼저 다가왔다. 싱겁게도 어깨에 손을 얹고 뜻 모를 미소만 짓고 떠났다.

누군들 세상에 할 말이 없겠는가. 자기변명에 급급해서 당장에 발 빠른 존재가 되는 이들은 수없이 스쳐왔다. 하지만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을 욕 먹이지 않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한 그분의 깊은 뜻을 뒤늦게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며 인내하는 일이 얼마나 넉넉한 품이어야 가능한 일인지. 지금은 멀리서 그분을 보기만 해도 부끄러움에 숨을 곳을 찾는다.

임정숙 약력

△한국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샘 동인

△청주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총무 역임

△청주·청원 1인1책 펴내기 운동 팀장

△저서 수필집'흔드는 것은 바람이다'(2009년)

△문학공간 수필부문 신인상. 2007청주예술공로상 수상

△limjs60@hanmail.net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한다. 산중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곧고 잘생긴 나무가 가장 먼저 잘려서 서까래 감으로 쓰인다. 그다음 못생긴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서 기둥이 되고 가장 못생긴 나무는 끝까지 남아서 산을 지키는 큰 고목이 된다. 못생긴 나무는 목수 눈에 띄어 잘리더라도 대들보가 된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걸핏하면 잘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푸른 숲을 이루는 건 남아있는 소박한 나무라 한다. 대들보 같은 서로의 믿음이 그리운 세월이다. 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거라고 말하지 않아도 시간은 알려준다.

이제 좀 느리게 걷고 싶다. 하늘도 올려다보고, 바람도 안아보고 작은 꽃향내도 천천히 맡고 지나리라. 쉽지 않은 누군가의 마음에도 따뜻한 햇볕으로 머물면 새로워질까. 황량한 들녘의 봄을 꿈꾼다.

까칠한 풍파에 시달려도 못생긴 나무 한 그루의 의연함을 잊지 말기로 수첩 한구석 새겨 놓으려 한다.

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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