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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9.23 16:36: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출근준비를 하던 남편이 하얀 편지봉투 세 장을 들고 온다. 주말에 직원과 친구 딸 결혼식에 갈 축의금 봉투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마침 잘됐다며 나도 지인 아들 결혼식에 전해 줄 봉투 하나를 부탁했다.

요즘은 계절과 관계없이 결혼하니 청첩장이 오는 시기도 때가 없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서 오는 초대장으로 우편함이 무거워진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그냥 지나가는 주가 드물다. 친척들과 직장, 소속된 단체까지 합하면 축의금과 부의금이 한 달에 평균 서너 건이다. 거기에 출간 기념행사라도 다녀오면 이십만 원이 넘게 나갈 때가 있다. 봉투를 쓰던 남편도 부조금 때문에 용돈이 부족할 때가 많다고 구시렁거린다.

결혼 전에 청첩장이 날아오고 동네에 초상이 났다고 하면 어머니는 근심이 많으셨다. 그때는 어머니가 왜 그러시는지 몰랐는데 부조금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식장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잔치국수나 절편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따라나서는데, 봉투를 준비하는 어머니 마음은 편치 않으셨을 것이다.

부모님 두 분 다 형제가 많아 행사도 많았다. 사촌부터 멀게는 사돈의 팔촌까지 비슷한 또래의 자식이 있어 한 해에 두세 명씩 결혼을 하기도 했다. 특히 친척들 결혼엔 큰돈이 나가야 하기에 더 부담스러워하셨다. 그래서인지 친정 부모님은 우리 육 남매 결혼시키면서 아주 친분이 있는 분 아니면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두 분의 팔순 때도 조용히 여행을 다녀오셨다. 받으면·기억해 두었다가 되돌려 주어야 하는, 어찌 보면 현금 보관증 같은 부조금이 어른이 된 나 역시 부담스러워진다. 얼굴만 알아도 보내오는 청첩장이나 부고 소식을 받고 그냥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가 때문인지 몇 년 사이에 축의금 금액도 턱없이 올랐다. 예전에는 3만 원짜리 봉투가 예사였는데 요즘은 기본이 5만 원이다. 안면만 있는 사람한테도 3만 원을 넣으려면 손이 부끄러워진다.

박종희 약력

△2000년 월간문학세계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제3회 서울시음식문화개선 수필공모전 대상

△제5회 올해의 여성문학상 수상 등 다수

△ 저서 '나와 너의 울림' '가리개'

△ 충북여성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충북지회 사무국장

△1인1책 펴내기 지도강사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부조금 때문에 현금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작년 가을 불과 보름 사이에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장녀인 그녀가 한꺼번에 닥친 불행으로 상심에 빠져 있을 때 많은 사람이 위로해주었다. 덕분에 힘을 얻은 그녀는 부모님을 잘 보내드렸지만, 주위 사람들한테 큰 빚을 졌다고 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대출받으러 가면서도 배시시 웃던 그녀는 얹어 주지는 못할망정 빚은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푸른 색 신용카드를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말처럼 정말 어떤 집은 자식을 결혼시키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부좃돈으로 빚 한 가지를 해결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젠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직 아이가 어린 우리 집만 해도 올해 나간 부조금이 만만치 않다.·오래전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다녀가셨던 분들이 모두 우리 집으로 연락하니 어떨 땐 부조금도 대물림된다는 생각이 든다.

초대장을 받으면 마음껏 축하해 주어야 하는데, 봉투 때문에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인맥을 중히 여기는 제주도의 '개인부조' 제도는 더 부담스럽다고 한다. 작년에 제주도에 사는 남편의 지인 아들이 결혼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 남편도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예식장에 다녀온 남편이 제주도의 축의금 문화는 육지와 다르다고 했다.

지인이 사는 곳이 제주도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예식장이 따로 없고 일반 음식점인 식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축의금을 따로따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을 당하거나 결혼식이 있을 때에 집안 대표로 한 사람이 부조하는데, 제주도는 식구마다 제각각 봉투를 해야 한다고 한다.

평소 신랑의 형제나 부모님을 알고 지내면 그들의 봉투까지 서너 개를 준비해야 한다니 정말 불합리한 것 같다. 결국, 가족들한테까지 부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은 동네에 경조사가 생기면 긴장한다고 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식구 수대로 하는 개인부조는 너무하다 싶다.

부조는 큰일이 있을 때에 달려가 기뻐해 주고 또, 위로해주는 정감 있는 제도다. 그러나 살림하는 주부라면 누구나가 공감하는 축의금제도를 어떻게 하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부담되지 않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인연을 맺었기에 인사치레를 하고 나도 언젠가는 그들이 주는 마음을 받을 날이 있겠지만, 정말 어려운 숙제다. 아주 오래전 물이 귀하던 제주도에서는 물을 몇 허벅씩 길어다 주는 물 부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봉투 생각안하고 좋은 일이나 궂은일에 성의껏 참석하여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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