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02.24 15:50: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초인종이 울렸다. 분명 두 딸과 막내아들 목소리가 현관문 밖에서 잠시 들린다 싶었는데 의아했다. 평소처럼 비빌 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면 될 것을 무슨 일인가 했다. 문을 연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이들의 멋쩍은 웃음이 이상하다 싶은 찰라, 큰딸 품에 꼭 안겨 눈만 빠끔히 내민 흰털의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자고, 드디어 일을 저질렀구나.' 잔뜩 얼어붙어 당혹스러워하는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이들은 소리 없이 눈으로 오가며 서로 쾌재를 부르는 듯했다. 설 연휴로 직장에 다니던 큰딸이 서울에서 내려오자 막내아들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옷을 사주겠다며 둘째 딸과 의기투합 백화점에 다녀오겠다던 세 녀석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의 또 다른 거사가 있었음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일단 내 표정이 밝지 않자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강아지를 서로 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흥분하는 모습이 보지 않아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주방에서 저녁을 짓고 있던 내 머리는 갑자기 복잡해졌다. 일단 나는 강아지를 가까이 가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겁쟁이인데 혼자 있을 땐 어쩌라는 건지. 밥 먹을 생각도 잊은 채 어수선 피우며 슬금슬금 거실로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아이들에게 뭐라 핀잔하기는 이미 늦었다.

임정숙 약력

△한국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샘 동인

△청주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 총무 역임

△청주·청원 1인1책 펴내기 운동 팀장

△저서 수필집'흔드는 것은 바람이다'(2009년)

△문학공간 수필부문 신인상. 2007청주예술공로상 수상
ⓒ 임정숙
처음 낯설고 불편한 손님을 맞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내게, 갑자기 쪼르르 달려오는 강아지를 보고 기겁해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가자 아이들이 배꼽을 쥐고 웃었다. "엄마 물지 않아요." "그게 아니고 난 동물이 내 몸 닿는 건 싫어해, 멀리서 보는 건 몰라도." 오히려 내가 징징대는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하소연하자, 며칠만 지나면 엄마가 더 좋아할 거란 태평한 답변만 돌아와 나를 더 울상 짓게 하였다.

세 아이 모두 어린 시절부터 줄곧 강아지를 키우자는 성화는 하루가 멀다 했다. 점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도 조르는 횟수가 적어졌을 뿐 여전히 강아지에 대한 미련은 못 버렸다. 그래서 어느 땐 아이들 위해 큰맘 먹고 강아지를 길러 볼까 고민도 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진 않았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아예 시작을 말라는 사람들 말에 귀가 더 솔깃했기 때문이다.

물론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우선 외롭지 않고, 사람과 친화력이 가장 좋은 동물이라 정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할 것이고, 영리해서 가끔 곤경에 처한 주인도 구하는 미담도 전해지지 않는가. 반려 동물을 키우면서 우울증도 극복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알려졌으니 긍정적인 마음만 먹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굳이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았어도 불편을 겪게 되는 문제점을 들어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지출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기본적인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아프면 말 못하는 동물이니 병원에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하고, 만약 수술할 경우가 생기면 경제적 부담은 더 커지는 건 당연하다. 정기적인 애견미용에 계절마다 옷, 용품, 사료 등으로 어떤 이는 주머니에 돈이 남아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든다.

더구나 강아지의 잘못된 배변습관으로 집안 여기저기 냄새를 진동하게 하고 짖는 소리는 이웃 간 갈등으로 갈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염려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강아지에게 성대 수술까지 하는 모양인데 강아지에게 그리 큰 시련을 주어야 하는 건지. 장난감도 아닌데 평소 가족 같은 사랑을 나눈다는 사람들이 참 이기적이지 않나 싶다.

아들이 친구 집에서 가져온 강아지는 태어난 지 3개월 된 말티즈였다. 불쑥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타난 새로운 녀석의 등장은 확실히 신경이 쓰이는 존재였다. 그러나 제 어미가 새끼를 떼어 놓으려 하자 이리저리 뛰며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는 말엔 마음이 아팠다.

사흘째 되는 날, 얼떨결에 나는 강아지를 난생처음 안아보았다. 아직 아기라서인지 자꾸 잠만 자는 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젠 좀 낯이 익어 자꾸 내게 달려드는 녀석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왠지 두렵고 떨리고 했지만 내심 기대하는 아이들 앞에서 용기를 내었다.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았다, 몸이 한 줌밖에 안 되는 강아지의 체온이 뜻밖에 따뜻하게 전해졌다.

둘째 딸이 지은 이름으로 강아지는 '마루'라 불렸다. 예전 드라마에 나온 착하고 멋진 남자 주인공 이름이 힌트였다지만 '산꼭대기'란 다른 의미도 있고 부르기도 좋아 모두 대환영이었다. 올 새해, 전날 우리 집에 온 마루는 설 연휴 동안 그야말로 온 가족의 중심이었다.

문제는 며칠간의 휴일이 지나서야 난감해졌다. 평일엔 늘 식구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안을 비워야 한다는 거다. 출근하기도 바쁜 아침에 '종일 혼자 있을 마루를 위해 사료를 넉넉히 챙겨 놓아야 한다. 맘대로 할 대소변이 걱정되어 방문마다 닫아두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거실 바닥에 늘어져 있는 물건은 모두 치워야 한다.' 등의 사항을 바쁘게 처리할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강아지를 키우면 우리가 다 알아서 목욕시키고 대소변 치우고 병원도 데려가고 한다던 아이들 큰 목소리 약속은 우려 대로였다. 온전히 내 몫임을 깨닫는 데는 불과 며칠 걸리진 않았다. 아이들과 강아지와의 만남은 어쩔 수 없이 본인들 바쁜 일정들로 하루 중에 그리 길진 않았다.

마루가 집에 온종일 혼자 있는 것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저녁에 퇴근해 불을 켜면 캄캄한 곳에서 외롭게 있다 튀어나오는 모습도 안쓰러웠다. 나 또한 근무하느라 지쳐 돌아와 편히 쉬고 싶은데 아무 데나 남긴 대소변을 치우고 청소하려니 은근히 스트레스로 쌓이기 시작했다.

주말에 멀리 갈 일이 생겨 휴게소에 잠시 들렸는데 어떤 가족이 강아지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별일 아니게 느껴질 흔한 장면인데 그냥 스쳐지질 않았다. 우리도 혹 며칠 집을 비우기라도 할 때면 마루를 어찌해야 할지 걱정할 건 뻔했다.

겨우 열흘 동안 강아지 마루와 함께 지내면서 떠나지 않았던 고민은 '더 정들기 전에'라는 결론이었다. 더 깊은 애정으로 키울 주인을 찾아 주자는 생각이 비겁한 건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강아지 키우기에 반대하던 이들이 열거하든 이유가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니 자신이 없었다. 강아지가 사람들에게 주는 행복한 기쁨만을 바라기엔 욕심일 뿐이다. 그만큼의 사랑을 주어야만 가능한 관계이다.

마루가 떠나던 날, 세 아이에게 휴대폰 문자로 '미안하다.'장문의 편지를 보내면서 나도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뭔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