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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12.02 15:56:3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아기자기한 청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처마살처럼 펼쳐진 주변산군은 아늑한 울타리 같다.

상당산성 청천 둘레숲길 2구간

삼흥고개~(20분)~산불감시초소~(1시간30분)~좌구산(657.8m)~(40분)~새작골산~(40분)~안장압~(2시간10분)~거리고개~(3시간30분)~설운산(584m)~(1시간)~매봉산~(20분)~우암송시열묘소
삼흥고개를 지나자 산길은 의외로 잘나있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길이 잘나있는 이유는 하나다. 아니나다를까 아늑한 숲길은 김해김씨 문중지묘로 이어지고 그곳을 지나자마자 산길은 가팔라지고 길도 희미해 진다. 그나마 있던 길도 내려앉은 낙엽에 숨어버렸다. 게다가 갈잎더미 속에 숨어버린 길조차 너덜길이다. 내딛는 발자욱들이 이리뒤뚱 저리뒤뚱 딴지를 건다. 고개 숙인채 한땀한땀 홀치기 하듯 감아올린 발걸음이 20여분후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산불감시초소다. 휴~한숨과 함께 바라다보니 나지막한 산세와 함께 어우러진 화원리 일대가 투명하게 내비친다. 이후 숲길은 순하다.

순한 오름길은 좌구산 전위봉(방고개/좌구산)에서 잠시 숨고른다. 누구의 솜씨인지 모르겠지만 돌탑을 쌓아놓았다. 가야할 좌구산이 손에 잡힐듯 지척이지만 뚝 떨구어졌다 차오르는 고도감이 위압적이다. 다들 엄살들이 심하다. 한두번 오른 곳이 아니지만 긴장하듯 꿀꺽 다잡는 목울대가 팽팽하다. 10분만에 좌구산(657.8m)이다. 작고 귀여운 정상석이 반긴다. 청원의 최고봉 다운 고도감 아래 세상은 넓은 바다같다. 얼마전에 왔을땐 뿌옇게 내려앉은 연무가 아무것도 안보이게 하더니 오늘은 매서운 바람이 잠시의 머무름도 인색하게 등떠민다. 쫓기듯 돌아선다.

질마재를 오르고 있는 대원들.

이후 산길은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이다. 자연스레 길은 정맥꾼들의 흔적과 함께 칼로 벤듯 선명하다. 40여분만에 새작골산에 닿는다. 그곳에서 정맥 마루금은 질마재를 지나 계속 북상하고 둘레길은 아래로 뻗은 산줄기를 따라간다. 우측으로 잠시 내려선 둘레길은 또다시 우측으로 이어진 뚜렷한 면계 능선을 버리고 좌측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한동안 잔잔한 흐름을 즐긴다.

운곡리 안장압 마을을 지나며 둘레길은 동네뒷산의 고즈녁함을 즐긴다.

바람처럼 이어지던 잔잔한 흐름이 떨구어지는가 싶더니 운곡리 안장압 마을이다. 빙둘러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엔 약900년된 느티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마을회관앞 정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괴산군에도 이런 오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보이는 건 산과 하늘뿐이요 들리는 건 바람소리와 들녘을 가로지르는 경운기 소리뿐이다. 비록 하루에 3번뿐이지만 버스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얼마 안된다고 한다. 오지의 불편함조차도 일상인듯 인심좋고 살기좋은 마을이라고 자랑하시는 마을주민의 순박함이 파란하늘을 닮아 맑다. 둘레길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따라 가다 좌측으로 난 골짜기로 들어선다.

공기좋고 인심좋은 마을이라고 자랑하시는 마을주민들의 순박함이 파란하늘을 닮은듯 맑다.

이파리 떨군 나뭇결 사이 내려다보이는 세상은 망원경안 세상처럼 적나라하다. 우람함 좌구산 어깨선 아래 골짜기를 따라 살림 차린 마을들은 유배지처럼 갇혀있지만 그보다 편안해 보일 수가 없다. 그곳으로 다다르는 길은 실타래처럼 구불구불 이어져간다. 회가막골, 큰덕골, 절터골.... 심심산골이란 그런 곳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순한 오르나림도 습관처럼 받아들여질즈음 성큼 다가선 설운산 뒤로 대야산과 둔덕산, 희양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허옇게 드러난 채석장과 석회석 광산이다. 속리산군이 가까워져간다는 것인가? 가슴이 뛴다.

부흥재라고도 하는 거리고개를 건너는 대원들.

거리고개에서 잠시 한숨 돌린다. 부흥재라고도 하는 거리고개에서 가까운 부흥리는 손두부로 유명한 곳이다. 인근 청주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두부는 매일 만드는 양이 일정하여 자칫 굼뜨면 허탕칠 수는 있어 두부맛을 보려면 부지런은 필수란다.

설운산 오름길전 고운 단풍 벗삼아 쉬고있는 대원들.

거리고개에서 한숨 돌린후 다시 시작된 둘레길은 임도로 이어지고 임도에서 벗어나 시작된 설운산 오름길은 거의 죽음이다. 길도 안좋은데다 너덜길이다. '더이상은 못가겠다'외치는 대원들의 아우성이 거의 비명에 가깝다. 돌아볼 여력도 없다. 턱턱 내딛는 발걸음에 쇳덩이를 매단듯 천근만근이다. 하늘이 노란해질즈음 오른 설운산(584m)의 모습에 맥이 풀린다. 청천의 진산인 설운산의 대접치고는 너무 썰렁하다. 표지석도 팻말도 조망도 없다. 죽을힘 다해 오른 수고의 댓가치고는 너무 냉정하다. 바람만 차다.

설운산 하산길에 만난 전망대에서 청천과 주변산들을 감상하고 있는 오병수 대원.

그래도 올라올땐 그리 안좋던 길이 하산로는 완전 산책로이다. 청천의 머리꼭대기와 산좋고 물좋은 주변 경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숨어있다. 게다가 잘생긴 속리산의 주능이 수줍은듯 모습을 드러낸다. 솔숲길의 아늑함이 운치를 더해준다. 금관고개 너머 학당산의 산군을 마주한채 속살까지 들여다보일듯 청천을 가까이 데려다놓고는 매봉산을 끝으로 둘레길은 조선 중기의 학자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선생의 묘소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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