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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열풍… "아는만큼 즐겁다"

'안전산행' 선도하는 충북등산학교
1990년 첫발…체계적 이론·실습 교육
세계 최초 중국 쓰촨성 헌터피크 등정

  • 웹출고시간2010.10.31 18:56: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산'은 살아 숨 쉰다. 새싹에서 신록으로, 단풍에서 눈으로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으며 계절의 4중주를 연주한다.

산은 우리의 친구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단한 앞니로 도토리를 요리조리 뜯어먹는 다람쥐·청서에서 붉은 울음을 토해내는 단풍까지, 도심에선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해 인생철학까지 강의하는 산은 '만능 엔터테인먼트'다.

충북등산학교 수강생이 암벽등산 실기시험을 보고 있다.

"Because it is there(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에)". 1922년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는 "왜 산을 오르느냐"는 세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 불멸의 명언을 남기고 이듬해 에베레스트 눈 속에 자신을 묻었다.

세월이 흘러 조지 말로니가 환생했다.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다. 전국의 수많은 인파들이 산을 찾는다. 딱히 이유도 없다.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산 열풍이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는 법. 산은 때론 무서운 존재다.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산악사고'를 통해서다. 조지 말로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산악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아는 만큼 안전하다. 체계적인 이론·실습과 올바른 산행문화를 배우면 된다. '충북등산학교'는 지난 1990년 이런 이유로 그 첫발을 내디뎠다.

남기창(충북등산학교 교장) 전 충북산악연맹회장과 박상호(운영이사) 전 충북산악연맹 전무이사, 김영식(학감) 대한산악연맹 청소년위원장, 김웅식(강사) 레저토피아 대표, 박연수(강사) 충북산악구조대장, 지현옥(작고) 산악인 등이 주축이 됐다.

바람직한 산행문화 전파에 앞장서던 충북등산학교는 1999년 위기를 맞았다. 1988년과 1993년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매킨리(6천194m)와 에베레스트(8천848m)를 등정한 지현옥 씨가 1999년 안타푸르나 하산 길에서 실종됐기 때문이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충북등산학교는 2005년부터 다시 활기를 찾았다. 산악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다.


프로그램도 더욱 알차게 구성했다. 전문 산악인 입문과정인 정규반과 등산 상식을 가르치는 기초반, 독도법·보행법·구급법·트레킹법 등 과목별로 세분화한 특별반, 빙벽 등반을 주 내용으로 하는 동계반으로 나눴다.

충북등산학교 수강생들이 매듭법을 실습하고 있다.

정규반은 일반등산, 암벽등반 기술 및 등산소양 교육으로 4주간 진행된다. 이론은 충북체육회관 소회의실에서, 실기는 산에서 이뤄진다. 한 기수 정원은 30여명이며, 이번이 18기째다. 국민등산교실 전문 등산지도자 교육과정으로 이뤄진 이번 기수는 30일~31일 괴산 조령산에서 비박실습을 한 뒤 수료식을 가졌다.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충북등산학교 18기 정규반 수강생들이 31일 괴산 조령산에서 수료식을 갖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전문 산악인을 배출한 충북등산학교는 세계 등산역사에도 족적을 남겼다. 지난 2008년 1월1일 세계 최초로 중국 쓰촨성 헌터피크(5천362m)를 등정한 것이다.

충북등산학교 관계자가 지난해 1월 중국 헌터피크(5천362m)를 세계 초등하고 있다.

현지인 도움 없이 신루트 개척에 나선 김웅식, 김권래, 김용철 등 3명의 충북등산학교 대원은 고산 등반에서는 보기 드물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클린 등반'을 택했다. 이들은 등반 당시에 사용했던 대부분의 장비를 회수했다.

중국 사천성등산협회는 두 달 후 '충북등산학교팀이 2008년 1월1일 중국 사천성 헌터피크를 초등했다'는 등정증을 발급·통지해왔다.

김웅식 강사는 "이 때 시도한 '클린 등반'은 충북등산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안전한 산행만큼 깨끗한 산행도 중요하다"고 했다.

가을바람이 분다. 곱게 물든 단풍잎으로 때 빼고 광낸 산이 우릴 보고 오라 손짓한다. 웬만해선 그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가가면 안 된다. 산은 쉽게 정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니, 정복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산에 대한 사전이해가 필수다. 산을 찾기 전, 해박한 산악 지식으로 산 이야기를 들려주는 충북등산학교를 먼저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임장규기자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 "

"산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에요. 모두의 것입니다. 산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충북등산학교 남기창 교장(69·사진)은 인간과 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늘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산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나 오염행위는 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적었어요. 그러니 산에서 다치고, 산을 다치게 하는 거죠. 1990년 충북등산학교는 이 같은 모습을 없애고, 체계적인 등산교육과 올바른 산행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문을 열었습니다"

뜻있는 충북지역 산악인들과 20여 년간 등산학교를 운영해 온 그는 전문적인 등산교육 외에도 '자연보호'에 많은 중점을 뒀다. 그는 "산은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야 한다"며 "전문적인 등산지식 외에 다른 산행객을 배려하는 마음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 교장은 앞으로 산행객들에게 '용기'를 심어줄 계획이다. 물론 산을 통해서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선결조건"이라고 그는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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