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문(門, 聞, 問)

2017.07.27 17:32:11

한글로 '문'을 써놓고 보면 '문'과 관련된 한자 중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한자가 떠오른다. 듣는 문(聞)이 있고, 물어보는 문(問), 그리고 사람이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는 문(門)이 있다. 나는 한자를 잘 모르지만  '문'속에 귀(耳)도 있고, 입(口)도 있어 듣는 것과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모두 드나드는 문(門)과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門으로는 현관문, 창문, 대문과 같은 구상명사도 종류가 있지만 '마음의 문', '소통의 문' 등 추상명사의 역할도 한다. 문은 그 특성상 닫혀있지 않으면 열려있게 된다. 열린 정도나 닫힌 정도를 표현하는 말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반쯤 열린 문이라 표현하거나 반쯤 닫힌 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가 덧붙여져 문은 마음의 닫힘과 열린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가 된 것 같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부담 없이 편안하게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은 모두 문을 통해야 한다. 문을 활짝 열어놓지 않으면 아니, 반쯤이라도 열어놓지 않으면 소통이 어렵다. 때로는 오해도 생겨나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무리 마음의 문을 열고 속마음을 이야기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지 않으면 허사다.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이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서로가 소통의 문이 열림에 따라 좋거나 불편한 관계(關係)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친구관계, 부부관계, 사제관계 등 서로를 이어주는 관계라는 단어에도 문이 있고, 문을 잘 드나들어야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겠다.

얼마 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향 친구를 만났다. 어릴 땐 자주 어울렸지만 성인이 되고나서는 애경사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나지 못하였다. 서로 지나치듯 짧은 시간 안부만 겨우 묻고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던 중 50대 중년이 되어서야 청주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친구를 다시 만났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서로를 향한 문은 사용한지 너무 오래되어 쉽게 열리지 않아 서먹하고 어색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자 문은 쉽게 열린 것 같았다. 수일이 지난 후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편하지 않았다. 서로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후 친구를 다시 만났다. 성년이 되면서 살아온 길이 다르고 가치관도 달라서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이해하였다. 조심스럽지만 우정어린 마음의 표현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서로의 문이 차츰 차츰 열려갔다.

내 나이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이른 지도 수년이 지났다.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세상의 보편적 가치의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하였어도 닮아가려고 애는 써 본 적도 없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지천명에 걸맞은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요즈음 개인과 개인의 소통은 물론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본점과 지점과 같은 다양한 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크고 작은 사회문제의 불협화음은 마음의 문, 소통의 문이 서로 달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듣는 문(聞) 말하는 문(問) 모두 활짝 열고, 잘 듣고 잘 말을 하여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의 문(門)을 더 넓게 열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조준호

푸른솔문인협회회원. 충북대수필문학상 우수상수상

루터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 전공

공기업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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