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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풍장(風葬) 1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34

  • 웹출고시간2017.07.13 17:13:01
  • 최종수정2017.07.13 17:13:01
[충북일보] 황동규의 시는 사물과 인간의 삶의 대한 서정적 감수성, 지적 인식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그는 인간의 육체를 성(聖)과 속(俗)이 만나는 회합의 세계로 본다. 때문에 그의 시는 인간에 대한 비극적 인식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하여, 죽음에 대한 통찰과 사유를 거쳐, 세계에 대한 긍정적 포용으로 전개된다.

초기 시는 사랑에 관한 서정시가 주를 이루는데, 고뇌하는 인간의 고독이 자주 나타난다. 사랑의 종말이 가져올 비극과 허무, 절대와 부재 사이에 쓰러져 있는 자아, 그런 자아가 근원적으로 갖는 삶의 비극성과 대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 대결의식이 외적 저항으로 드러나지 않고 기다림 또는 쓰러짐 같은 서정의 몸짓으로 나타난다. 시인 내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영혼의 싸움, 안타까운 몸부림 등이 바깥의 풍경들에 삼투되어 나타난다. 그 결과 시의 외부는 고요한 정적 이미지들로 수놓아지지만, 시의 내부는 들끓는 정서들로 채워진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의 시는 좀 더 구체적 현실세계로 걸음을 옮긴다. 시로 여과된 현실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꿈과 사랑을 투영한다. 이러한 심리의 상징물로 새가 자주 나타나는데, 새 이미지는 시인의 변화된 의식을 대리하는 기표다. 또한 그는 박지원, 허균, 전봉준, 이순신, 이중섭 같은 역사 속의 인물과 책을 소재로 택하여 우리 민족의 비극적 애환을 탐색한다. 과거의 역사를 조명하여 현재를 반성적으로 통찰하고, 현실의 폭력적 정치상황 속에 놓인 무기력한 자신에 대해 갈등하고 고뇌한다.

「풍장」연작은 시인이 세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죽음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14년간의 노력 끝에 1995년 완성된다. 모든 생명체가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무게와 깊이를 사유하여 시인은 삶의 비극과 희열을 동시에 성찰한다. 죽음이 있음으로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워진다는 역설적 인식에 다다르고, 생명의 시작과 마감 사이에 주어진 시간의 존귀함을 자각한다.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말하면서 죽음을 겸허히 수용한다. 죽음은 명부(冥府)로 들어가는 신생(新生)의 입구, 또 다른 생의 시작인 것이다.

/ 함기석시인

풍장(風葬) 1 - 황동규(黃東奎 1938~ )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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