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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0.03 15:22:31
  • 최종수정2019.10.03 15:22:31
죽음으로 가는 길이 점점 무섭고 외롭게 다가온다. 임종 실이라는 독방에서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간호하며 느끼는 감정이다.

인간은 수많은 인연과 관계를 맺으며 산다. 마지막 가는 길에는, 숨이 넘어 가는 변화를 알기 위해 들락거리는 간호사가 안식처가 되고, 살을 맞대며 케어를 해준 사람들이 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위안을 받는다. 임종 실 방 이름은 세상에 은혜를 입고 가는 방이라고 하여 은혜 방이다. 평상시는 비어 있다.

며칠 전에 가신 분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어르신으로 시한부 선고 1개월 받고 요양원으로 오셨다. 배속에 바위덩어리 같은 암 덩어리는 어르신이 이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대다. 그것들이 치받아 식사 때마다 헉헉 거리며 호흡을 몰아쉬고, 소변색은 붉은 선홍색으로, 망가지고 있는 몸 상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너무 아파 갈 때가 된 것 같다고, 이렇게 아플 수는 없는 거라고 하시지만, 어르신은 죽음에 대해 그렇게 수용적이지 않았다.

어르신은 정신력으로 잘 버티는 듯이 보였지만, 식사시간에 호흡이 되지 않아 입술색이 새파랗게 변하면서 은혜 방으로 전실 되었다. 인지가 분명한 어르신은 두려움에 불안정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리셨지만, 왜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 찬송가를 은은하게 흐르게 하여,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지만, 얼마나 위로가 될까.

침상머리를 올려라 내려라 반복하시며. 답답증에 이불을 덮어라 치워라, 다리에 베개를 넣어라 빼라고 하시며, 어떻게 해도 편하지 않은 작고 마른 몸을 바글바글 태우셨다. 단단한 암 덩어리 때문에 숨이 목까지 차올라, 간신히 들이 쉰 들숨을 몸을 흔들어 후 후 하며 내 뿜으며, "왜 이리 답답한지 모르것다."라며 괴로워 하셨다. 끝나지 않은 생에 대한 애착이 통증을 물리칠 것처럼. 새파랗게 변해가는 혀를 길게 빼고, 그 위에 죽을 떠 넣으면, 몸 안의 산소가 턱없이 부족하여 헉헉거리며 삼키시는 모습은 너무나 처절하여 가슴이 저며 왔다. "그만 드실까요." 하고 물으면, "아직 남았다"며 바닥을 보고 나서야 "그만 됐다" 라며 상을 물리게 했다. 그 상황에서도 이를 닦고, 틀니를 빼서 손수 닦아 끼시고, 약을 달래서 드셨다.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산소포화도 검사하는 기구를 빼지 말라고 하셨다. 혈압 체크하느라 팔에 두른 거프를 풀지 말라고 하셨다. 산소호흡기 줄이 비뚤어질까 손으로 바르게 꽂으시기도 했다. 그것들이 유일한 위안인 어르신은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외롭고 무섭고 힘겨운 싸움에 지쳐가고 있었다.

선명한 총기가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있을까. 죽음이라는 공포감에 흔들리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멀찍이서 훔쳐 본 다음 가까이 갔다.

수치를 확인하고, 한 번씩 끌어안아 보기도 하고,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문질러 드리기도 한다. 탱탱하게 부어오른 다리와 발을 조금 옮겨 드리며, 편안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깊게 몰아쉬는 숨은 느려지고, 죽음의 그림자는 서서히 어머니를 향해 오는 날 저녁에 내일 만나자고 인사하고 퇴근했다. 사려 깊고, 똑똑한 어르신은 수고했다고, 고마웠다고 가서 자고 오라고 하셨다. 그날 밤에, 우리 선생님에게도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수고했다고 말씀하시고 가셨다 한다.

요양원이라는 곳이 죽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되돌려 생각하면 살 만큼 살았다는 증거도 된다. 살 만큼 살았으니 욕심 다 내려놓고, 이 안에서 우리끼리 살아내야 하는 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다. 인연의 끈을 서서히 놓아주고. 정을 세월에 희석시키면서, 요양원이라는 곳에서 애지중지 하는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는 노년도 서럽지만은 않게 말이다. 그래서 죽으러 왔다는 굴레에서 해방하고, 새로운 인생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사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 살다 간다고 인사하며 헤어지면 좋겠다.

양승복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효동문학상 작품공모 대상

백교문학상 작품공모 대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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