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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05 17:55:05
  • 최종수정2019.12.05 17:55:05
재작년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제주도로 여행을 갔었다. 한라산 중턱 인적이 드문 숲길을 산책할 때의 일이다. 어머님은 힘이 부쳐 숲길 초입에 머물고 계셨다. 아내와 둘이서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낯선 중년의 여성이 어머님과 대화를 하다 자리를 떴다. 어머니께서 그 간의 경위를 설명하신다. 너희가 보여 "우리 아들 며느리가 저기 내려오네유" 하니까 그제 서야 가더란다. 정신이 희미해진 노모와 제주도에 여행을 함께 와서 부모를 버리고 갔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아까 그 중년의 여성도 혹 버려진 노인이 아닐까 걱정이 앞섰던 모양이다.

간혹, 효도와 불효에 대하여 생각을 해본다. 나는 효자일까, 불효자일까. 어머니는 내 자식들은 다 효자란다. 어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부끄럽고 지난 일이 생각난다. 비교적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 크게 속을 썩인 일은 없는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어머님을 모시고 동생들을 돌보며 나름 주위에서 효자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사실 난 부모님 속을 크게 상하게 한 일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겨울방학 때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졸업 후 곧바로 입대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 아버지께서 입대일자를 물어보았다. 나는 아직 영장을 못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아마도 일찍 군대에 가야만 하는 처지를 부모님을 원망하며 소심한 반항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입대 전 한 달 남짓 동안은 집에도 잘 안 들어갔다. 들어가는 날도 술이 취한 채 늦은 시각에 들어갔다. 언제 입대 할지 모르는 아들의 눈치를 살피는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입영날짜 하루 전에야 내일 군대 간다고 영장을 내밀었을 때 부모님께서 가슴에 대못을 박히는 아픔을 겪었으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입대 2년 후, 휴가를 왔을 때다. 부대로 귀대하는 마지막 날 술에 취해 들어와 밤새도록 토하고 숙취로 고생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주었다. 이튿날 아버님이 '안주 없이 술 마시지 마라'는 나에게 하신 말씀이 마지막 유언이 된 후회 막심한 불효를 저질렀다.

불효의 사전적 의미는 어버이를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섬기지 못하여 자식 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지금도 어머님께 정성을 다하여 섬기지 못하는 나는 불효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나를 비롯한 형제들에게 왜 효자라고 칭할까 생각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내 자식을 떠올려본다.

가아들은 나와 아내에게 큰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취업해서 적정 나이에 결혼까지 했다. 취업하고, 결혼만 하면 효도했다는 세상이니 이만하면 효자다. 그렇다고 아들은 나와 아내에게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난 아들이 불효라고 생각진 않는다. 저희들끼리 부모 걱정 안 끼치고 잘 사는 것이 효도한다는 생각이 우리 부부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머니께서도 내 생각처럼 당신의 자식들이 큰 속 썩이지 않고 나름 잘 살고 있는 것이 효도라고 여기시는 모양이다.

속칭 불효방지법이라는 것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부모가 전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했는데, 자식이 증여를 받은 후에 부모를 방치하는 경우, 증여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자는 법안이다. 재산을 받고도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식들이 늘어가는 세태가 씁쓸하다. 인륜을, 천륜을 법으로 통제해야만 하는 세상이 두렵기까지 하다. 또 속칭 불효방지법이라고 명명하는 사회가 못마땅하다. 불효방지법이란 단어에서의 불효란 사전적 의미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머님과 내가 생각하는 불효와 비교해도 차이가 많다. 능력이 있음에도, 증여받은 재산이 있음에도 부모를 방치하는 것은 불효가 아니라 패륜이라는 생각이다. 패륜방지법으로 명명함이 타당할 것이다. 아울러 재산을 증여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능력 있는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게 하는 새로운 진짜 불효방지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아! 작금의 세태를, 세상을 탓하고 타인을 비판하기에 앞서, 나부터 적어도 어머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불효는 저지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신성용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충북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충북도청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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